T1-KT는 e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단이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LoL까지 최상위권에서 마주하며 경쟁해왔기에 그렇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두 팀이 만났을 때 긴장감은 남달랐다. PO가 아닌 정규 시즌에서 만나더라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팬들이 있었다.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나오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런데 현 2021 시즌에서 통신사 라이벌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상위권 대결을 기대했던 과거와 달리 두 팀을 향한 냉담한 시선이 느껴진다. 5위 T1과 6위 KT의 중위권 팀 대결로, 상위권으로 올라갈 것 같다는 기대감보단 패배하면 하위권으로 떨어진다는 부담감이 앞서는 매치업이 됐다.

그런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저력을 보여주긴 했다. 문제는 해당 저력의 한계마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먼저, T1은 신예들을 기용해 강한 라인전을 통한 스노우볼을 굴리는 방식으로 승리를 챙긴 경험이 있다. 미드에서 '클로저' 이주현의 루시안이 등장해 미드 라인에서 강한 압박을 하자 정글러 '오너' 문현준이 상대 정글을 휘젓는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예 중심의 로스터로 구상한 경기 양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T1의 라인전 스노우 볼이 막히면서 그 이면의 약점이 드러났다. 이는 가장 최근 진행한 프레딧 브리온 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탑에서 '제우스' 최우제의 레넥톤이 교전을 걸어도 브리온이 응해주지 않자 그대로 탑-정글의 힘이 빠지는 그림이었다. 미드에선 루시안-이렐리아 밴을 당한 '클로저'가 AP 메이지로 이전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봇 듀오까지 라인전 단계에서 별다른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정글도 같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라인전 이후 상황을 풀어갈 운영 능력이 부족하단 점이 크게 다가왔다. 억지로 벌인 교전이 패전으로 끝나면서 '플랜 B'가 보이지 않는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KT는 오브젝트 한타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해 변수를 창출해낸 경험이 있다. '유칼' 손우현이 빅토르를 비롯한 메이지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도 1R까지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2R 전후로 한타에만 집중하는 KT의 수는 많은 LCK 팀에게 읽혔다. 한타 조합을 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모든 라인이 주도권을 잃기도 했고, 어느덧 초-중반 격차가 한타로 극복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이를 극복하려는 '유칼'의 과감한 플레이는 무리한 시도로 남으면서 겉잡을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곤 했다.

T1-KT가 오랫동안 명문 게임단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은 아니다. 하위권으로 떨어지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그렇다. 두 팀에게 2021 시즌은 순탄하다고 볼 수 없지만,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면 명성은 이어질 것이다. 통신사 대결에 관한 기대감이 옅어진 지금,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만이 명문 게임단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겠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32일 차 일정

1경기 DWG KIA vs 아프리카 프릭스 - 6일 오후 5시
2경기 T1 vs kt 롤스터



이미지 출처 : T1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