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를 켜면 00년생 신예들이 협곡을 누비고 우리가 알던 과거의 주역들은 감독, 코치 혹은 스트리머로 활동을 하거나 근황을 알기조차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독 초창기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소식이 들려오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듯한데요.

얼마 전 많은 LCK 팬들이 즐거워할 만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캡틴잭' 강형우의 제대 소식이었죠. 이상하게 그의 군 생활은 유독 길게 느껴진다던 커뮤니티의 글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느꼈고요. 반가운 마음에 '캡틴잭'에게 얼른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항상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함께 있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던 모습은 여전하더라고요. 게다가 라식과 운동으로 인해 송중기(?)가 된 것 같다는 취재 기자의 사설도 덧붙여봅니다.

돌아온 캡틴잭 강형우, 그와 오랜만에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Q. 오랜만에 뵙네요! 드디어 길었던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현재 기분은 좀 어떤가요?

그저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예전처럼 게이머로서 순전히 게임 실력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제는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무튼 제가 프로게이머 인생 시작 자체를 인벤에서 했다 보니 군대에서 돌아왔다고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인터뷰 기회가 생겨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좋네요.


Q. 군 생활은 전반적으로 어땠나요? 일화를 찾아보니 일병 때 롤을 하다 선임과 말을 놓기도 했다던데요.

군 생활은 아무래도 평범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저를 알아보는 병사들이 많았어요. 98, 99년생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어릴 때 제가 선수로 뛰던 모습을 기억하더라고요. 훈련소 때도 용기 있는 한 명이 "혹시 '캡잭'이세요?"라고 하면 제가 부끄러워하면서 "네. 맞습니다..." 하기도 했고, 싸인 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요즘 훈련소에서는 PX를 이용할 수가 있거든요. 음료수 같은 걸 사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었고... 남들이 받으니까 나도 싸인 받아야지 하는 분들도 있었고 재밌었어요.

자대 배치받고 나서는 초창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이라 외출이나 외박이 안 막혀있던 시기거든요. 당연히 선임들이 같이 롤 한 판 하자 하셔서 PC방을 같이 갔었어요. 전 프로의 위엄을 보여주면서 상대편 선임의 기도 살려주는 플레이로 우리 팀을 다 이기게 했습니다(웃음). 주로 캐리할 수 있는 원딜 위주로 플레이하면서 했던 거 같네요.


Q. 군대에서 챙겨줬던 옛 프로게이머 동료들이 있나요?

우선 '매드라이프'가 유일하게 면회를 와줬어요. 아예 저희 부대에서 싸인회 한 번 열고 갔고요(웃음). 제가 달팽이 크림 하나 사줬습니다. '페이커'한테도 새해 인사나 특별한 이벤트마다 가끔씩 메세지가 와요. 군대에 있을 때는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놀라기도 했고 정말 고마웠어요. 군대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아서 책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프로게이머 같은 경우엔 저랑 친했던 프로게이머들이 이제 다 군대에 가 있어요. '코코', '체이서', '퓨어'도 군대라고 연락이 왔고... 한때 다 함께 LCK에서 뛰던 선수들인데 시간이 많이 흐른 게 체감이 돼요.



Q. 군대에서 LCK도 즐겨보곤 하셨나요?

네. 아무래도 게임을 좋아하는 병사들도 있다 보니까 같이 보곤 했죠. 오후 5시부터 하잖아요. 아쉽게도 다는 못 보고 챙겨볼 수 있는 것만 챙겨보고 그런 식으로요. 주로 '페이커' 선수가 소속된 T1 경기를 최대한 챙겨보려고 했고, 또 DRX 경기를 재밌게 봤었어요. 저의 전 소속 팀이기도 했고요. 완전히 리빌딩을 해서 새로운 뉴페이스들이 등장했잖아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와서 플레이오프도 갔었고 그런 점에서 경기를 재밌게 봤었어요.


Q. 혹시 경기를 보면서 선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 있나요?

선수로 다시 뛰고 싶다기보다는 한 번쯤은 '롤 클래식'이 나와서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벤트를 열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보면 이런 그래픽으로 게임을 했었나 싶겠지만요. 그때 만의 감성과 재미가 있잖아요. 신챔프 하나도 없이 딱 50개만 있고요. 애쉬 e스킬에 골드 버는 거 있고...(웃음). 저도 그때는 꽤 괜찮게 했거든요.



Q. 지난주에 첫 복귀 방송을 진행했는데 소감이 남달랐을 거 같네요.

제가 오래 방송을 쉬었음에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거 자체가 정말 감사했어요. 팬분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이 인터뷰에서 보면 굉장히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저는 정말 감사해요. 특히나 군대 다녀오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있는데, 되게 오래된 팬분들도 계세요. 제가 방송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팬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예요. 없었으면 이럴 힘 자체가 없었죠.

제가 주로 받는 입장이다보니 사랑을 받을 때마다 그만큼 많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제나 제가 받을 수만은 없어요. 받는 만큼 감사하다고 느끼고 저도 그만큼 바른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끼치고 싶어요. 제가 오늘 입고 온 옷도 팬분이 주신 옷이고 제가 군대에서 항상 찬 시계도 팬분이 주신 거거든요. 이걸 정말 단 한 번도 뺀 적이 없어요.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Q. 팬분들의 큰 사랑에 대한 보답은 좋은 방송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롤 이외에 어떤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나요?

제가 군대에서 제일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중 하나가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됐는가'였어요. 프로게이머 이후의 모습은 알기 쉬운데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완전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해주려고 해요. 무슨 일을 했고, 이런 성격이고, 이렇게 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와서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내용이 있잖아요. 이런 걸 유튜브 소스로 뽑아서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저는 주변에 프로게이머나 스트리머가 많잖아요. 그런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고 여러 스토리로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개인 방송을 하면서도 느꼈는데 제가 아무래도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보니 실력적인 것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 느낀 건 그런 강박을 떨치는 게 나은 거 같더라고요. 오히려 사람들에게 '광대'처럼 재미를 주는 쪽이 보기에도 더 재밌고 제가 방송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둘 다 잡으면 더 좋겠지만요. 여러 재밌는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Q. 혹시 LCK 분석 데스크나 해설로서 진출할 의향도 있나요?

고민을 정말 많이 해봤는데요. 제의를 주신다면야 감사하겠지만, 당분간은 개인 방송과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할 거 같아요. 제가 지금 게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거든요. 얕은 지식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아직 바뀐 롤에 대해 잘 몰라요. 지식의 부족함을 다 채우고 나서 그 이후에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 아닌가 싶네요.


Q. 팀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음... 그 부분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긴 한데요. 저는 제가 카메라나 방송에 노출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한마디로 '관종'이죠(웃음). 코치나 감독은 사람을 관리하는 부분에 포커스를 두잖아요. 그걸 이루면 정말 다행이지만 못 이룰 가능성도 크고, 저는 스스로 게임하고 하는 걸 선호해서요. 지금 당장은 개인 스트리밍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네요.



Q. 선수 생활이 인생의 1막이었다면, 이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잖아요. 방송 외적으로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게이머로서 활동할 생각이기 때문에 게임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근에 게임 문화가 굉장히 안 좋아져 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플레이어의 시각에서요. 게임을 하면서 화가 날 수도 있긴 하죠. 그렇지만 최대한 최선을 다하고 좋은 플레이와 즐겁게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도전'이요. 제가 롤 프로를 하긴 했지만 제가 여러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RPG 게임을 하더라도 엔드 콘텐츠를 볼 수 없다면 도전하고 싶지 않거든요. 계속 게임 얘기를 하게 되는데(웃음), 아무튼 최대한 다양한 걸 도전하고 싶어요. 저는 진짜 재능파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습득력이 느린 편이라서요. 새로운 챔프를 연습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백판은 해야 감이 오고 이런 식이거든요. 아무튼 노력하면 뭐든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달 부탁드릴게요.

앞으로 개인 방송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전 프로가 복귀해서도 과연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기대감으로 한 번씩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를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