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학회장 임상혁 변호사)가 29일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과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임상혁 학회장은 기조발제에서 "현재 국내 게임사는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해외 게임사는 규제 제외 대상이 됨으로써 역차별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결국 국내 게임산업 허리를 중국 게임이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임 학회장은 전부개정안 이슈를 꺼내며 "법치주의에서 입법 원칙은 '비례의 원칙', 법을 통한 규제는 헌법 가치와 사회통합 가치에 위반되지 않을 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규제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헌법적 원칙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부개정안이 규제편의성을 위해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규제 형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게임산업과 같은 성장산업은 늘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시도되기에 구성원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전면 개정보다는 문제가 되는 부분에 정교한 해법을 제공하는 게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라고 강조했다.

임 학회장은 "일례로 문제가 있는 학생을 개별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지, 학생 모두를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고 포괄적으로 규제하면 안 된다"며 전부개정안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위반하지 않으면 상관없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구성원에게 상당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부개정안 발의에 앞서 폭넓은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임 학회장은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BM)은 시장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규제가 아니면, 애초에 효과가 없을 수 있고 수범자에게는 불필요하거나 예상 밖으로 가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2020년 5월 게임산업 진흥계획을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임 학회장은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의한 자율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자율규제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민관 합의 틀을 부인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 산업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학회장은 "넷플릭스가 촉발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확대로 IP 중요성이 대두됐다"며 "현재 논의되는 법은 세계적인 IP 발굴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 법이 게임산업 발전 가능성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지원 광운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전부개정안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 서비스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현존해 있는 자율규제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직접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의 규제를 도모하는 내용"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해서는 자율규제의 규제 방식이 여러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제도화를 통한 보완은 자율규제를 실질화하여 규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선 교수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자율규제를 위해 거버넌스 제도화를 제시했다. 기술 이해도는 규제입안자보다 기술개발자가 더 높으므로 서비스 제공자, 플랫폼 사업자, 개발자, 이용자가 참여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거버넌스 참여를 제도화해 자율규제 실효성을 추구했다.

이승훈 영산대학교 교수도 민간 자율 기구에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게임이용자 보호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부 내용은 게임산업 생태계와 서비스 특성 등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사업자 입장에서 적용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간 자율 기구 등의 역할 및 활동 지원을 통해 자율적 분쟁 해결 환경 조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정원 IPG Legal 자문위원은 "가장 논란이 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부분에 있어 광고마다 정보를 넣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가능한 것을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부개정안이 보호하고자 하는 이용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보호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용자가 지적하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확률이 아니라 작동방식, 정보만 공개하면 면죄부를 주는 부분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법의 시작은 이용자 목소리를 듣는 것인데, 의견을 듣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법에 이용자 목소리가 없고, 게임사는 규제에 관해 개별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 조영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

조영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사무국장은 "자율규제 실무자로서 효용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입법안이 마련되어 안타깝다"며 "확률형 아이템 표시 규제를 입법화하게 된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없고,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과 규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입법안이 마련된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자율규제를 무력화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제시됐는지 의문"이라며 "입법규제가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민간과 함께하는 방안을 왜 모색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법적 규제가 만능은 아니고, 자율규제 효용성이 정부와 국회가 생각하는 거처럼 낮지 않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스럽다"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다만, 조영기 국장 질문에 대한 참석자 대답은 현장 시간 관계상 생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