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드 시즌 최고의 팀은 어디일까. 아무리 자국 리그 성적이 좋더라도 국제 대회의 결과는 우승 이전까지 방심할 수 없다. 특히, 메이저 지역의 팀들은 상위권으로 올라올 저력이 얼마든지 있는 팀들이 많기에 더 그렇다.

올해는 LCK T1-LPL RNG-LEC G2-LCS EG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로 올라왔다. RNG를 제외하고 모두 작년과 다른 지역 대표팀이 출전했다. 네 팀이 지역 리그를 우승하는 과정을 보면, 모두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경험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얼굴들은 국제 대회를 꾸준히 봤던 팬들에게 익숙하다. 개인 지표만으로 말할 수 없는 이들의 숨은 공헌,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MSI 대결을 더 뜨겁게 할 예정이다.


T1과 '페이커'
LCK 정규 스플릿 1위 18승 0패 / 결승 T1 3:1 젠지


다른 메이저 지역 팀들이 PO 패자전을 돌아오거나 풀 세트 접전을 통해 힘겹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유일하게 압도적인 우승을 기록한 팀이 바로 2022 T1이다. LCK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기량의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과거 자신들의 기존 LCK 연승 기록을 넘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다시금 MSI라는 국제 대회 기록까지 경신하려고 한다.

팀의 지표만 보더라도 T1이 지역 리그에서 다른 지역의 1위팀보다 얼마나 압도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 경기 시간이 메이저 지역 팀 중 유일하게 30분 이내로 경기를 끝내는데, 챔피언에게 가한 분당 대미지가 가장 높다. 다른 지역 팀보다 더 화끈한 경기를 선보인 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지표를 국제무대로 옮기는 과제만 남았다.

■ 2022 스프링 PO 메이저 지역 우승팀 기록

T1 : 분당 대미지(DPM) 2120 / 평균 경기 시간 29:57 / 경기당 17킬
RNG : DPM 1931 / 평균 경기 시간 33:22 / 경기당 16.4 킬
G2 : DPM 2061 / 평균 경기 시간 32:45 / 경기당 18.1 킬
EG : DPM 2055 / 평균 경기 시간 32:49 / 경기당 16.5킬

T1의 이런 행보는 '페이커' 이상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페이커'가 곧 T1 LoL팀 역사의 산증인이다. 2022 LCK에서도 전반적인 게임 운영과 플레이메이킹에 힘쓰면서 팀을 이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결승 상대인 젠지는 4강부터 '쵸비' 정지훈의 사이드 라인 운영을 중심으로 불리한 경기도 뒤집곤 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는 '페이커'가 사이드 노림수를 흘려주면서 원하는 게임 양상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다. 화려한 지표나 슈퍼플레이는 아니었을지라도 젠지전 승리에 '페이커' 역할이 큰 것은 분명했다.

최고의 프로 경력을 자랑하는 '페이커'는 경력이 길지 않은 T1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맏형, 주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국제 대회 4강 이상의 경력이 이미 다른 선수들이 넘보기 힘들 만큼 쌓인 상황. 그럼에도 작년 롤드컵 4강에 이어 올해 MSI 출전까지 세계 대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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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G와 '샤오후'
LPL 정규 스플릿 12승 4패 2위 / 결승 RNG 3:2 TES


LPL 대표팀인 RNG는 정규 스플릿은 2위로 마무리했지만, PO는 전승으로 우승한 팀이다. 4강 2경기-승자전-결승전까지 모두 승리하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4강 2경기인 JDG전과 TES와 결승전에서 풀 세트 접전을 벌인 만큼 많은 PO 경험치를 쌓고 올라온 상태다. 작년 MSI 우승 후 롤드컵 8강에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다시금 MSI에 출전할 기회를 잡으며 LPL의 국제 대회 우승을 이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 T1과 마찬가지로 RNG도 MSI 2회 우승팀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려고 한다.

RNG가 PO를 올라오는 과정에서 '샤오후'의 역할이 컸다. '나이트'가 활약하는 TES와 두 번의 대결에서 결국 RNG의 승리를 이끈 것도 '샤오후'였다. '나이트'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슈퍼플레이로 위기의 팀을 구하곤 했는데, 결승전 마지막 경기에서 '샤오후'가 승부에 쐐기를 박으면서 RNG의 우승을 이끌었다.

'샤오후'는 PO 경기 승리의 핵심 카드를 꽂아넣을 줄 알았다. 거기에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벡스를 선택해 상황마다 상대 핵심 선수를 저격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승전에서는 드래곤과 바론이 나온 타이밍에 잘 성장한 TES 정글러 '티안'의 리 신을 한 번에 제압하는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꿨다. 아군이 상대를 노리는 상황마다 함께 움직일 줄 알았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TES 봇 듀오인 '잭키러브-마크'를 상대로 홀로 들어가 킬을 냈다. 우승-준우승을 가르는 경기임에도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팀의 승리를 굳혔는데, 중요 무대에서 떨지 않는 경험 많은 선수의 활약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샤오후' 외에도 RNG 선수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감각을 선보였다. 올해 RNG로 새롭게 합류한 '빈'은 정복자 나르로 카운터 픽으로 불리는 이렐리아를 상대로 솔로 킬을 기록했다. 마지막 5세트에선 잭스를 선픽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2020년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무력과 과감한 픽 선택이 여전히 돋보이는 선수였다. 정글러 '웨이' 역시 비에고로 상대를 기습하는 플레이로 중요할 때마다 킬을 만들어낼 줄 알았다. '빈'과 함께 난전에서 최고의 전투 능력을 발휘했기에 여전히 까다로운 상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G2와 '캡스'
LEC 정규 스플릿 11승 7패 4위 / 결승전 G2 3:0 로그


앞서 아시아권 메이저 지역 팀들이 PO를 전승으로 올라왔다면, 서구권 팀들은 PO 시작 단계부터 패배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PO 진행 중에 성장하면서 패자조를 돌아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G2는 '원더'가 속한 프나틱전을 1:3으로 패배하면서 출발했지만, 힘겹게 올라와 정규 스플릿 1위 로그마저 꺾고 우승하는 드라마를 썼다.

G2의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단연 '캡스'다. '캡스'는 이번 스프링 전반을 돌아봤을 때, 부진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규 스플릿 4위라는 성적이 말해주듯이 예전 명성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얀코스-캡스'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시도했음에도 확실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불안한 스프링 정규 스플릿을 보내기도 했다. 이대로 '퍽즈'가 떠난 G2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순간에 미끄러지며 좌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캡스'는 결승전 파이널 MVP를 수상하며 다시 일어섰다. '얀코스-캡스' 중심으로 리빌딩을 시도한 이유를 보여주듯이 결승전 1세트부터 화려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캡스'가 '얀코스'의 지원 하에 미드에서 득점하면서 출발했고, 발이 풀린 '캡스'가 게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양상. 과거 G2가 세계 대회에서 4강 이상은 꾸준히 올라갈 때가 떠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아리로 다른 라인에 개입해 난전을 벌여 득점하는 양상이 이어졌고, 드래곤 버스트 타이밍에 갑자기 홀로 돌진해 킬을 쓸어담는 코르키까지. 운영과 한타에서 모두 빠지지 않는 G2 에이스 '캡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거 G2는 LCK에게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기도 했다. G2와 '캡스'는 2019년에 SKT T1을 상대로 MSI-롤드컵 4강에서 모두 승리를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한동안 두 팀은 세계 대회 진출의 기회가 엇갈리면서 만날 수 없었는데, 2022 MSI에서 다시금 마주할 수도 있게 됐다. 폼이 올라온 T1-G2가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역시 궁금하다.


EG와 '임팩트'
LCS 정규 스플릿 10승 9패 4위 / 결승 EG 3:0 100 씨브즈


'페이커'와 함께 롤드컵 첫 우승(2013)을 경험하고 여전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 바로 '임팩트' 정언영이다. 다른 팀원들이 프로 생활을 은퇴했다면, 여전히 두 선수는 각 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EG '임팩트' 역시 '캡스'와 마찬가지로 정규 스플릿보다 PO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우승까지 달성했다. 10승 9패로 정규 스플릿 4위라는 애매한 성적으로 PO에 진출했다. 정규 스플릿만 놓고 봤을 때, '서밋' 박우태가 금주 최고의 선수상을 휩쓸면서 MVP까지 받는 상황이었기에 '임팩트'의 존재감은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PO 첫 경기에서 팀 리퀴드에게 2:3으로 패배하면서 출발했다.

그런데 다음 PO 경기부터 EG와 '임팩트'는 달라졌다. '임팩트'는 탑에서 '든든한 국밥' 역할을 최대로 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오른으로 1패 후 4연승을 기록하면서 탑 라인의 구도를 바꿔놓았다. 한타 때 적절한 궁극기 활용은 기본, 라이즈 궁극기의 지원을 받아 상대 중심부로 오른이 들어가 휘젓는 장면이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상대 역시 '임팩트'의 오른 픽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모데카이저와 같은 카운터 카드를 미리 준비해 받아치면서 다시 한번 우승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국제 대회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의 활약이 빛난 2022 스플릿이었다. 이제는 그중 최고를 가려야 하는 MSI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역 리그를 넘어 현 세계 최고의 베테랑이 될 선수가 누구인지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롭다.


■ 국제 대회(롤드컵-MSI) 4강 이상 기록

'페이커' 이상혁
2013 롤드컵 우승
2015 롤드컵 우승
2016 롤드컵 우승
2017 롤드컵 준우승
2019 롤드컵 4강
2021 롤드컵 4강
2015 MSI 준우승
2016 MSI 우승
2017 MSI 우승
2019 MSI 4강

'샤오후'
2017 롤드컵 4강
2016 MSI 4강
2018 MSI 우승
2021 MSI 우승

'캡스'
2018 롤드컵 준우승
2019 롤드컵 준우승
2020 롤드컵 4강
2018 MSI 4강
2019 MSI 우승

'임팩트' 정언영
2013 롤드컵 우승
2019 MSI 준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