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나무로 조각할 수 없고 무너져가는 흙벽에 색을 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누군가와 함께 즐기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며 돈을 벌 방법도 없다. 이게 국내 인디 게임의 현실이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도 꿋꿋하게 길을 만들면서 걷는 이가 있다. 바로 터틀크림의 박선용 대장이다.

지난 10월 여가부를 만족시키기 위한 '건전한게임 만들기 게임 잼'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나의 행복을 위해 재밌는 게임을 만든다는 그의 한 마디가 가슴 깊이 남았다. 게임으로 성공하겠다는 포부보다, 나와 같이 생각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개발자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자는 그에게 눈길을 뗄 수 없었다.

박선용 대장이 인디 게임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누구보다 특출난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개발의 시작을 인디 게임과 함께 했고 확실한 목표가 있는 당찬 모습을 보면서 그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을 개발자를 꿈꾸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자, 더 긴말은 하지 않겠다. '개발의 시작과 끝을 인디 게임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박선용 대장의 스토리가 담긴 인터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에서 질주는 그를 직접 만나보자.

▲ 인디 게임으로 끝을 보겠다! 터틀크림 박선용 대장


터틀크림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게임을 출시하지 않아 그런 것 같은데, 소개 부탁합니다.

터틀크림은 인디 게임 개발사입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모토를 'Small But Unique'로 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유니크한 게임을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터틀크림이란 이름으로 프리웨어 게임 3개를 런칭 했고, 첫 상용작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를 올해 2월 25일 정식 출시했습니다. 현재는 11월 8일 스팀에 들어가서 판매 중입니다.

첫 시작을 '터틀크림'과 함께 인디 게임 개발로 알고 있습니다. 본래 많은 개발자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게임을 개발하다가 회의를 느끼고 인디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데, 계기가 있을까요?

터틀크림을 학생팀 때 시작했습니다. 2009년 터틀크림이 결성될 때 모든 팀원이 학생이었습니다. 수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팀이었는데, 여기에서 '아이리스'가 나오게 됐습니다. '아이리스'는 처음으로 만든 게임이었고 팀원들도 이 게임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터틀크림 블로그에 있는 이유는 제 생애 첫 게임을 그냥 묻어두기 아까워서인데요. 당시, 우리가 이 게임을 아끼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군요.

하지만 학생팀이 만든 게임을 국내에 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홍보할 방안을 모색하다가 'Pig-Min'을 알게 됐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는데 많이 알아봐 주고 즐겨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긴 장문을 말입니다.(웃음) 이 게임을 욕해도 되고 단점만 지적해도 좋으니 리뷰만 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침 그때 'Pig-Min'이 에이전시를 시작하면서 한국 인디 게임을 판매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리스'를 통해 가능성을 보고 에이전시 1호 스튜디오를 할 생각 없느냐는 제의를 하셨죠. 그래서 흔쾌히 승낙하고 인디 게임 개발로 스타트하게 됐습니다.

▲ 2009년 터틀크림의 첫 작품 '아이리스'


첫 직장은 평생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굳이 취업을 포기하고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했었어야 됐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터틀크림을 시작할 때 계속해서 취업을 안 하고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게임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학생팀으로 온라인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디 게임 개발을 했던 겁니다. 더불어 저 같은 경우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네요.(웃음)

큰 게임회사 면접도 봤는데 안 가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개발사를 경험하지 않고 스튜디오를 시작해 인디 게임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 입장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걸 고려해보면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고 마음껏 상상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을 들어주는 팀원이 있어서 좋습니다.

처음은 불안했지만, 그 사이에 상도 많이 탔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2010년에 시작해서 올해 첫 상용작을 시작하면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말 인디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터틀크림은 일정 자금을 가지고 시작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인디 게임은 버티는 힘이 중요다고 들었는데, 자본 문제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첫 상용작을 올해 출시,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회사를 안 다녀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팀을 시작할 때 돈이 없었고 안정적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니었습니다. 돈이 벌리지 않은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했습니다.(웃음) 그러다 보니 힘들다고 느끼는 강도가 적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 그리고 '슈가 큐브'를 만들던 시절에 저를 제외하고 모두 학생이었습니다. 아직 사회인이 아니어서 부담은 더욱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Pig-Min'의 도움도 상당히 컸습니다. 저희에게 1호 스튜디오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볼 때,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 해 청년창업지원센터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며 추천까지 해주셨습니다.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1년간 임대료, 공과금을 모두 지원해주고 금전 지원도 어느 정도 해주고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자체 비용은 스스로 해야겠지만, 다른 비용은 모두 지원을 받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첫 시작은 내국 시장을 통해 성장하고 국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로 이어집니다. 시작부터 해외 개발자들에게 도전하는 입장이었는데, 부담감을 느꼇을 것 같습니다. 터틀크림은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고 싶네요.


터틀크림을 시작할 때 에이전시에서 조언을 해줬습니다. 갑작스럽게 나와서 상용작으로 출시되면 누가 사겠느냐는 말씀을 하셨죠. 프리웨어로 인지도를 쌓은 다음, 상용작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그때, 학생이었으니 굳이 상용작을 안 만들어도 된다는 생각에 프리웨어로 시작했습니다.

'Cut & Paste'가 나왔을 때 해외 웹진에서 어느 정도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게임을 실어준 매체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약간의 네트워크가 마련됐습니다. 그 뒤, '슈가큐브'로 IGF 차이나에서 상을 타면서 알려졌고요.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프리웨어로 몸을 풀면서 분위기를 보고 인지도를 쌓은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첫 상용작을 알릴 때, 앞서 나열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를 많이 이용했고요.

▲ 터틀크림의 두 번째 작품 'Cut & Paste'


에이전시의 도움과 프리웨어로 시작, 상을 타는 등 경험을 통해 배운게 있다면 어떤걸까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를 알려야 하니 무식하게 들이대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한국 문화적인 특성상 먼저 말을 걸며 홍보하는 것보다 '게임이 좋으면 알려질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맙니다. 하지만 먼저 어필하지 않으면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해외 시장은 너무 많은 게임이 출시돼서 자기 PR이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은 정말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거절 메일을 보냅니다. 거절 메일이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접촉하는 겁니다. 외국 개발자들이 활동하는 인디포럼도 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니, 하나씩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디든 우리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 정보를 실어주면 감사 메일을 보내고 다음에도 부탁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IGM 인디게임매거진은 저희 기사를 7개 실어줬습니다. 이제는 트위터만 해도 알아서 실어주더군요.(웃음) 아무튼, 결론은 이겁니다. 프리웨어로 시작하고 상을 목표로 하는 모든 이유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 부분을 배운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KGC에서 인디 게임 마케팅 관련 강의를 진행하며, '게임을 만들기 전부터 어떻게 팔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터틀크림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에이전시에서 알려주는 루트를 기본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사용한 결제 모듈 등 그쪽 분야에 지식이 많아서 코치해 주는 채널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포럼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더 추가할 수 있는 채널을 찾는 등 노력도 있었고요. 에이전시와 함께 일해서 편한 점이 홍보, 리뷰, 카피 배포를 맡아서 해주는 부분입니다. 블로그 운영 부분과 판매는 제가 직접 맡아 하고 있고요.

게임 공부를 하기 전에 광고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어서 다른 개발자들보다 홍보하고 새로운 채널을 마련하는 등 이 부분을 즐기면서 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벤트 관련해서 초기 기획은 제가 하고 에이전시와 이야기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몰두하다 보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막상 유저들의 의견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시판을 보는 것도 아니고요. 인디 개발자는 '이 게임이 맘에 든다. 이 샵에 넣는 건 어떨까?' 이런 메일이 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피드백도 많이 오고요. 메일을 읽을 때마다 보람찬 하루를 보냅니다. 판매량과 관계없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유저들과 우리 게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재미에 말입니다.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샵을 알게 되며 판매 루트가 넓어지는 등 시간이 쌓이면서 판매망이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최근 터틀크림의 첫 상용작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가 스팀에 출시됐습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슈가큐브'를 만들기 전 'Cut & Paste'를 만들었습니다. 특이한 방식의 퍼즐 게임이었는데요. 학교에서 교수님이 게임 같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게임 같은 걸 만들어 보겠다는 당찬 각오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슈가큐브'가 아니라 다른 게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키보드 전체를 사용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만들다 보니 문제가 많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많아서 계속 개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배경이 뒤집히는 것을 중점으로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슈가큐브'입니다.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는 앞뒤가 다른 배경으로 구성돼 한 공간에서 파일을 뒤집으며 목적지로 이동하는 게임입니다. 과자가 되기 싫어서 공장을 탈출하는 모험을 주 스토리로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꼭 설탕이 과자가 되야할까? 설탕으로 살면 되는데 말이지'가 핵심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전적인 이야기인데요. 어딘가 소속되지 않고 우리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만들다 보니 자전적인 이야기가 됐습니다.(웃음)

▲ 11월 스팀 출시에 성공한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


'슈가큐브'가 IGF 차이나에서 대상을 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혜택이 있었을까요?


혜택 받은 건 파이널 리스트만 돼도 외국 유력 웹진에 소개되는 부분입니다. 대상을 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게임을 기억해줍니다. 이를 이용해 게임을 출시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체돼서 출시됐습니다. 대상의 기억이 사람들에게 잊힐 때 출시된 거죠.

게임 외적으로 좋았던 건 대상을 타면 GDC 티켓을 2장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참가자 자격으로 갔지만, 우리 게임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CD 100장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게임을 보여주며 시디를 건네줬습니다. 꼭 듣고 싶은 강연은 미리 체크해서 들으면서 말입니다. 100장 모두 주지는 못했지만 혼자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됐고 우리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우리 게임을 더욱 알리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랐습니다.(웃음)

공모전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터틀크림의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일단 인디포럼들을 통해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외국 공모전에 관련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공모전은 매년 여름에 개최되는 '인디 케이드'입니다. 국내 인디 개발자가 만든 '암중모색'이란 게임도 여기에서 상을 탔습니다. 가을에는 IGF 차이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IGF가 있어서 이 라인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면, 3개의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은 IMGA라는 공모전이 있습니다. 실제로 컴투스와 게임빌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모전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는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터틀크림은 욕을 들어도 좋으니 우리 게임을 알아주고 한번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합니다. 상을 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여러 매체에서 실어주는 등 거저먹기 식으로 홍보할 수 있습니다. 상을 타지 않아도 어느 정도 홍보가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 욕을 들어도 좋으니, 우리 게임을 알아주세요


최근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가 스팀에 올라왔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게임 출시 2주 전쯤 스팀에 처음 제안을 보냈습니다. 하루에도 수 많은 게임의 제안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기회는 단 한 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쪽 입장에선 한번 거절한 게임을 다시 봐주기 힘들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출시가 임박한 시점의 베타 이상 버전으로 컨택을 시도했습니다.

메일을 보낸 지 한 달 후에 회신을 받았습니다. 3월 중순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당장 한두 달 후에 게임을 낼 수 있을지 알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슈들이 생기면서 기간이 거의 8개월 정도 더 걸려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긴 한데요. 그냥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OK 메일을 받았다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니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답장이 안오면 계속 보내는 수밖에 없고요. 저희는 일부러 그쪽에서 출근하고 확인할 타이밍에 메일을 보내려고 시간을 달리해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언제 보내야 답장을 빨리 받을 수 있나 해서요.

스팀의 파워를 몸소 체험하셨는데, 다른 인디 게임 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주목받으면서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스팀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총 판매량을 스팀 출시 이후 48시간 이내에 넘어섰죠. 마켓의 규모부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 같습니다.

출시 이전에 '아무리 산업 폐기물 같은 게임도 스팀에 들어가기만 하면 개발비는 나온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저희 게임 같은 경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아무래도 첫 상용작이다 보니 이래저래 내공 부족이 눈에 보여서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게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소문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경험을 쌓은 만큼 차기작은 보다 잘 개발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보려고 합니다.

아, 추가로 말씀 드리면 지난 여름 스팀에서 인디 게임 입점을 위해 '그린 라이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게임마다 일종의 쇼케이스 공간을 주고 일정량의 추천을 받으면 스팀에 출시하는 방식인데요. 스팀에 도전하시는 개발자분들은 어떤 게임이 올라와 있는지, 분위기는 어떠한지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의 핵심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장르나 메카닉을 먼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 상황을 먼저 생각합니다. '아이리스' 같은 경우도 '모니터 없이 소리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하게 됐습니다. 'Cut & Paste'는 노트를 넘기면서 낙서를 하다가 게임으로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만들어졌고요.(웃음) '슈가큐브'도 어떤 게임을 만들지 생각하기보다 앞서 설명한 방식과 유사하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실제 개발에 임하면 만들어야 하지만, 어떻게 보면 '터틀크림 게임들이 특이하다', '어디에도 없던 게임 메카닉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이유가 아이디어 구성 방식의 영향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 장난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피어나는 아이디어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개발자들 사이에서 '금단의 열매'로 불리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추가로 터틀크림은 팀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지 아니면, 팀원과 함께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지 알고싶습니다.


우리가 재미있으면 몇 명일지 모르지만, 이걸 좋아하는 유저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웃음) 몇 명일지 모르지만, 그 믿음으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하는 분들도 이런 이야기를 할 텐데, 게임은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재미가 없다면 버틸 수 없는 시간인데요.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하고 싶은걸 해야 된다 생각합니다.

가끔 팀원들에게 자문합니다. 이게 내 게임인 건 확실한데, 이게 팀원 게임이기도 할지 의문이 들어서 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했지만, 팀원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있는지, 이 부분에서 팀원들 이야기를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가 출시를 하고 샵에 올라갔는데 모든 팀원이 성취감이 없었습니다. 팀원들과 이런 부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 게임은 만들지 말고 확실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 팀원도 같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터틀크림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미가 없다면, 버틸 수 없는 시간! 자유가 재미다


내 삶의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만들면, 궁핍함 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요.


인디 게임 개발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돈은 제가 벌면 되는 거잖아요. 돈 빼고 모든 게 다 행복합니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습니다. 모든 게 다 즐겁습니다. 대신,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에 대해서 가슴 아플 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돈은 개발에 필요한 연료일 뿐입니다. 저희가 게임을 만드는 목적은 돈이 다가 아니거든요.

터틀크림의 게임을 모바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혼자 개발하는 모바일 개발자분들도 인디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예산으로 활동하니까 다들 인디로 봐야 맞는 것 같은데, 막상 모바일 개발자분들은 인디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프로그래머가 PC만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 초여서 핸드폰보다 PC가 많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인디 바닥의 경향도 데스크탑을 센터로 하고 모바일 컨 버전을 하는 방식을 취했거든요. 이쪽 커뮤니티에 편입하기 위해서도 PC에 집중했습니다.

'6180 the Moon'은 멀티플랫폼으로 상황을 봐서 가보려고 합니다. 국내 발매는 에이전시와 이야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법과 규제가 개선되는 시점에서 할 것 같습니다. 노는 것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이 싫지만, 일과 공부는 재미를 못 이긴다고 생각하므로 결국 재미가 승리! 저희 게임을 만나볼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웃음)

▲ 터틀크림의 차기작 '6180 the Moon'의 초기 버전과 최신 버전 플레이 영상


처음과 끝을 인디 게임과 함께 하고 싶다 하셨는데, 인디 게임은 박선용 대장에게 있어서 어떤것일까요?


돈도 없이 개발하다 보니까 미친 듯이 힘든 게 마치 산통과 비슷합니다. 어떨 때는 갑자기 눈물이 글썽거릴 때가 있습니다.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바라보면서 말이죠. 한번은 친구가 불러서 술을 먹으러 나가려고 면도를 하다,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은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힘들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100퍼센트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디 개발자들은 다들 게임이 나라고 표현합니다. 그 게임을 개발할 당시, 분신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이 변하고 분신도 바뀌지만, 어쨌든 나를 표현하고 그 당시 내 생각이 온전히 들어가 있습니다.

'슈가 큐브 : 비터스위트 팩토리'가 스팀에 들어가기 전, 레벨 수정을 많이 했습니다. 에이전시 쪽에서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면서 상당 부분 바꿔주길 원했거든요. 그때, 트러블도 많았지만 '2010년의 너지, 지금의 너가 아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010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찌 됐든 조금 성장한 상태니까요. 게임을 하나하나 만드는 게 어찌 보면 과거 내 생각을 저장하는 작업 같습니다. 고로 인디 게임은 과거의 흔적이 기록돼 있는 추억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