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플랫폼 시대,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를 보고 오셨다면, 여러분들은 낚이신 겁니다. 사실 주요한 내용은 멘붕 상태의 한 플랫폼 워너비의 푸념이죠."

크레이지피쉬(Crzyfish) 허진호 대표는 'GAME-NEXT:ALL-STARS' 강연의 첫마디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말로 시작했다.

허진호 대표의 강연은 한국 모바일 시장에서의 마켓별 현황을 분석하고 카카오톡 플랫폼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 카카오톡 시장의 흐름을 관측하는 한편 개발사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한국 모바일 시장의 현재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진호 대표는 전세계에서 구글과 애플의 어플마켓을 제외한 써드파티 마켓의 점유율이 높은 국가는 한국과 중국 뿐이며 그렇기에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T스토어의 경우에는 괄목할 만한 결과라고도 말했다. 또한 유저당 매출액(ARPU)가 매우 높은데, 미국의 경우 애플 스토어의 매출액이 안드로이드 마켓의 매출액의 8배에 달하나 한국의 경우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꼽았다. 이는 한국의 간편한 결제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총체적인 상황이 모바일 시장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톡 플랫폼의 등장 이후 티스토어 게임 매출은 월 100억원, 카카오톡을 제외한 전체 게임 매출은 약 200억원으로 카카오톡 게임 매풀만 월 400억원 선에 돌입했는데, 이는 올레마켓이나 오즈스토어, 구글플레이마켓 등 여타 마켓의 매출액은 거의 줄지 않은 선에서 카톡의 매출액이 더해져 약 600억원에 달해 국내 모바일 시장은 약 3배 정도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카카오 게임의 일 최고 매출액이 놀라운 액수이기는 합니다만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크게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닙니다. 저 수치상의 액수를 목표로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네요. 언제나 예외의 수치이며, 자료상의 수치에 버금가는 게임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릴 확률은 로또 확률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일 최고 매출이 2억에서 10억원, 많게는 20억원까지 등장했고 현재 인기몰이 중인 '활 for kakao'의 경우 현재 8억원을 기록해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이런 성과들을 목표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카카오 게임의 특이성에서 기인한다.




구글 플레이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 10개 중 5개의 게임이 한국 게임인데 그 중 4개가 카카오 게임이라는 점을 보면 이제는 전체 시장에서 카카오 게임의 위상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음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기존 게임 플랫폼의 마켓 매출은 별다른 변화 없는 상황에서 이전에 게임에 돈을 쓴 적이 없는 '어머니, 아버지 게이머', 즉 부모 세대라는 새로운 게임층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카카오 게임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다. 이는 마치 2008년 페이스북 소셜 게임 열풍이 일어났을 때 주요 유저층이 30대 여성 게이머였던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 게임 중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이 게임이 히트를 치겠어?'라고 생각할 만한 게임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예가 '애니팡'이었다. 과연 카카오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애니팡이 이런 폭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허진호 대표는 카카오 플랫폼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고, 페이스북에 '팜빌(farmvil)'이 처음 나왔던 시절 팜빌의 성공여부를 부정적으로 관측했던 모든 게임사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지게 했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2008년경 페이스북 플랫폼이 겪었던 소셜 게임 열풍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버전으로 일어났으며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진호 대표는 이른바 카카오 대란은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에는 그리나 QQ같은 강력한 모바게가 없었으며, ▲카카오 플랫폼은 모바게나 그리와는 달리 실존하는 모바일 트래픽을 기반으로 출발했고 ▲새로운 게이머층이 창출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실은 카카오 게임이 국내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바일 시장은 2010~2011년만 하더라도 기존의 이통사 중심 마켓의 한계로 성장율이 미미했지만, 2012년부터는 6천 3백억원 수준으로 성장, 금년은 1조 2천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플랫폼이 의미있는 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부분에 있어 현재로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진호 대표는 카카오톡에 대한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으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11월말까지 카카오톡 게임의 수는 30여개였으나 카카오톡이 정책을 변경하면서 매주 5개 런칭으로 변경되었고, 매월 20개 정도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 추세라면 연말에는 250개쯤 될 것이다. 월매출은 500억에 달하고, 게임당 월 평균 매출은 2억 정도가 되겠는데, 이는 예전 티스토어가 정점에 있을 무렵 상위 20개 게임 정도의 수준이다.

이어 허진호 대표는 카카오톡이 안티 스팸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카카오 게임 내에서 인기, 신규의 2개였던 기존에서 추천 탭을 추가해 3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로 랭킹 알고리즘을 시도하게 될 경우 신규 인스톨 숫자가 상당히 떨어져 버려 티스토어와 별 차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흐름은 페이스북과 티스토어가 경험했던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하며 게임 자체의 다양성과 게임성으로 승부하며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될만한 다른 플랫폼이 있을까? 일본 중심의 라인(LINE)과 싸이월드 모바일, 티스토어 게임센터, 네이버 앱스토어, 페이스북까지 여러 플랫폼이 존재한다. 하지만 네이버 앱스토어의 프로모션 효과를 제외하고는 크게 두드러지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페이스북 뉴스피드 상단에 표시되는 광고를 통해 모바일에서 직접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어 애플과 페이스북의 밀접한 관련에 의해 이러한 방식이 유효할 수 있기는 하나 아직 이용자 수가 적어 싸이월드나 티스토어와 비슷한 수준이기에, 허진호 대표는 그야말로 '멘붕' 중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 자체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마냥 긍정적으로 추진할 수만도 없다는 점도 이른바 '멘붕'에 한몫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50%는 이미 일본이 차지하고 있으며, 모바게와 그리가 버티고 있는데다 독특한 장르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 또 중국시장은 아직 한국시장의 1.5배 정도로 크기가 크지 않은데다 중국의 안드로이드 마켓 수만 해도 200개에 달하고, 광고비용도 한국에 비해 비싸 인프라가 많이 필요한데다 워낙 사람이 많아 계속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이를 통해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게임 디자인 자체를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 시장 역시 투자 비용이 비싸고 치열해 쉽게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허진호 대표는 독자 플랫폼을 키워나가는 것 또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컴투스, 피망+, 게임빌 라이브 등 다양한 자체 플랫폼들이 존재하지만 대개는 커뮤니티나 크로스 프로모션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독자적 플랫폼의 경우 올해 말이 되면 2~3개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예측도 내놓았다.

"독자적 플랫폼의 경우, 게임 개발사들은 카카오톡 같은 파워한 플랫폼을 원합니다. 독자적 플랫폼들에게 가능성을 먼저 증명해 내면 게임을 올려 주겠다는 식이죠. 결국 독자적 플랫폼들의 입장은 '갑'이 아닌 '을'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허진호 대표는 "정답은 저도 모릅니다. 알고 있다면 멘붕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겠죠."라고 하며, 계속해서 움직이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크레이지피쉬는 개발강화에 힘쓰는 동시에 트래픽과 매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멀티 플랫폼 전략은 물론 자체 플랫폼의 용도 변경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 모든 것은 일단 '달리면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2008년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게임이 열풍적이었지만 2010년에 페이스북이 안티스팸 정책을 내놓으면서 소셜게임이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고, 결국 상위 5개만 살아남자 이듬해 페이스북이 정책을 변경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당부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카카오 플랫폼은 페이스북이 겪은 시행착오를 타산지석 삼아 같은 수순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성과를 토대로 한국의 모바일게임 업체들을 살려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