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두 모여 게임을 개발한다?"

쉽게 떠올리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현재 한국에서 '게임'은 아이들의 건전한 놀이 문화이기 보다는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들은 '게임'을 원인으로 규정짓고 있으며, 게임 과몰입 현상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둔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만큼은 게임을 안했으면...'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게임' 그 자체가 해로운 것이라고 규정짓고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도 분명 순기능이 존재하며, 게임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아이들의 감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교육 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온 가족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산게임아카데미의 김성완 교수입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토대로 현재 '와들와들 펭귄즈'라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 게임을 제작하고 있으며, 가족 모두가 게임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성완 교수가 제작하고 있는 '와들와들 펭귄즈'는 어떠한 게임인지,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게임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



교수님께서는 현재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래밍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계신데요. 이전에는 미리내소프트 개발이사로 역임하시기도 했고, LG소프트스쿨 강사 등을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어떠한 계기로 게임 업계에 종사하시게 되었는지 교수님께서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직후인 1992년에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로서 처음 게임개발에 발을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게임이 동작하는 원리가 궁금해서 간단하게 만들어 보려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하고 나니 게임이 점점 발전하게 되고 주변 지인들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시 유명한 컴퓨터 잡지인 마이컴 지에 기고했습니다. 그 때 받은 원고료 24만원이 저에게는 사회에서 번 첫 돈이었습니다. 그것도 게임으로 말이죠.

이후에 해당 게임을 더욱 다듬어서 PC통신 하이텔에도 공개했는데 주간 다운로드 순위 TOP10 에 들기도 했습니다. 당시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하이텔의 게임제작동호회에서도 활동을 했는데 결국은 게임 개발 일을 전적으로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제가 살던 홍대 쪽으로 미리내소프트 사무실이 옮겨왔다는 소식을 보고 견학차 방문했었는데, 거기서 입사 제안을 했고 이를 수락하여 미리내소프트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미리내소프트에 입사하고 말단 프로그래머에서 최종적으로는 개발이사까지 고속 승진을 했는데, 미리내소프트 시절 제가 직접 핵심 개발진으로 참여했던 게임 중에는 "풀 메탈 자켓'이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회사 내에서 고속 승진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런 만큼 급격하게 성장하는 조직 안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요.

결국 미리내를 그만두고 마냥 쉬다가 IMF 무렵 다시 다른 게임 회사에 들어갔지만 이내 그만두었고, 개발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나 공부도 하면서 재충전 할 심산으로 LG소프트스쿨의 게임 과정 강사를 지원했습니다. 미리내 시절에 시간 강사로 출강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이후 부산의 한 대학에 설립된 게임 스쿨에 파견할 강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라 부산 파견을 권유 받았고, 이를 통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인연이 되어 부산 출신인 지금의 아내와 결혼도 하고 부산에 자리잡게 되었죠. 물론 온라인 게임 시대 초기에 온라인 게임 회사에서도 잠시 일했지만 온라인 게임은 제가 처음에 게임계에 입문할 때에 만들고 싶었던 그런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거의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열린 '지스타 2012'를 계기로 다시 게임 개발에 복귀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커다란 회사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다시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해보기로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와들와들 펭귄즈'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와들와들 펭귄즈'가 어떠한 게임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와들와들 펭귄즈의 게임의 방식은 예전에 아주 인기 있었던 '레밍즈(Lemmings)'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와들와들 펭귄즈'에서는 레밍들이 아닌 아기 펭귄들을 구하게 됩니다. 게임의 최종 목표가 아기 펭귄들이 안전하게 부모 펭귄에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 물과 얼음을 이용하여 아기 펭귄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줍니다.

'와들와들 펭귄즈'의 핵심 요소는 아기 펭귄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는 방법입니다. 물총으로 물을 쏘아 물을 얼려 얼음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얼음을 녹여서 막힌 길을 뚫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래픽 구현에는 자체 개발한 유체 물리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사용되는 물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물을 얼려서 얼음다리를 만들기 위한 차가운 물을 쏘는 물총과, 얼어있는 얼음을 녹여서 길을 내기 위한 뜨거운 물을 쏘는 물총이 있으며, 맵에 따라 적절하게 지급됩니다. 부모 펭귄은 목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아기 펭귄들이 자동으로 부모 펭귄을 향해 걸어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물총을 잘 이용해서 길을 만들어야지만 아기 펭귄을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게임 이름이 '와들와들 펭귄즈(Waddle Waddle Penguins)'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게임의 타이틀명을 생각할 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제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아기 펭귄이 등장하니 아기가 아장 아장 걷는 모습과 손그림을 살려서 Doodle 과 Toddle 의 두 단어를 조합한 이름이 나름 가장 괜찮은 듯 해서 아이들의 원어민 영어 선생님께 영어 제목으로 괜찮은 지 자문을 구했지요.

그런데 그 분이 'Waddle Waddle Penguins'라는 새로운 이름을 추천해주시더군요. 뒤뚱 뒤뚱 걷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라서 귀여운 펭귄의 걷는 모습이 연상되어 웃음이 절로 나고 라임도 살아있는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말로도 '와들와들'이면 물을 쏘아 얼리니 추워서 와들와들 떨린다는 상상도 할 수 있는 좋은 이름이라 제목으로 결정했습니다.


'와들와들 펭귄즈'를 개발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요?

동생과 의기 투합해서 처음 게임을 만들고자 했을 때는 너무 인디스럽지 않으면서 2달 안에 완성할 수 있는 애니팡 류의 간단한 게임부터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력 20년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오랜 만에 의기투합하다보니 애니팡 류의 게임을 폴리싱 해서 잘 만들어보자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더군요.

그래서 설사 시장성은 조금 포기하더라도 좀 더 인디 다운 게임 뭔가 새로운 시도가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궤도를 수정 했습니다. 간단한 물리 기술도 좀 넣고 소재도 어느정도 신선한 게임 아이디어를 하나 잡아서 컨셉을 잡고 세부 기획을 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돌입하기 직전에 기획을 점검하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기획 단계에서 여러 컨셉이 들어가다보니 게임 구성이 번잡해져서 사용자 친화적이지도 않은데다가 감성적인 요소도 부족하여 딱히 재미있을거 같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게임 메인 캐릭터를 딸 아이에게 보여주었는데, 좋아하기는 커녕 무서워 하더군요.

이왕 이렇게 된 것 과감하게 뒤집어 엎고 내질러 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엉거주춤하게 가지 말고 제대로 인디스럽고 뭔가 확연하게 새로운 걸 담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게임을 만들기로 했죠. 처음 취지가 가족이 함께 만드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만,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가족'게임이라는 의미도 부각된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21세기 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물 물리를 사용하여 타이틀 제작을 했습니다. 또한, 인간으로서도 고개가 숙여지는 황제 펭귄의 놀라운 가족애를 담아 온 가족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와들와들 펭귄즈'입니다.


물총을 쏘아 물을 얼리거나 얼음을 녹여 길을 만들어 가는 게임의 컨셉은 어떻게 잡게 된건가요? 특별히 영감을 얻은 다른 콘텐츠가 있는지요?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만 저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도 처음에는 막연히 물리를 이용한 간단하면서도 개성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욕심이 생겼고, 대학원에서 했던 기상관련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체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컨셉이 한번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10여개 이상의 다양한 컨셉들을 계속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느 날 막내 딸이 펭귄들이 물고기를 던지며 싸우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이를 토대로 예전 크게 유행했던 '레밍즈', '앵그리 버드' 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물총을 쏘아 얼음 길을 만들어주면서 아기 펭귄들을 목적지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게임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딸과 아내의 제안으로 여성의 감성이 더해져 아기 펭귄들을 부모 펭귄 품으로 무사히 보내는 게임을 제작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컨셉이 잡혔으니 다음은 물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Cocos2d-x 엔진에 포함된 강체 물리 엔진인 Box2d 엔진을 이용해서 적당히 물 비슷하게 흉내만 낼 심산이었죠. 그런데 모바일 환경에서 그 방법으로는 충분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유체 물리 엔진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유체 물리 엔진 개발이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아마 다른 컨셉의 게임으로 바꾸었을 겁니다. 특히 물이 얼음으로 전환되는 부분은 쉽게 가자고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약간의 무모함과 구성원들의 우연적 발상들이 겹치면서 지금의 컨셉이 확정된 것입니다.


1996년에 출시된 'Full Metal Jacket'게임의 엔진과 게임 프로그래밍을 담당하셨는데요, 그 당시 게임을 개발할 때와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전 '풀 메탈 자켓'의 경우는 당시로 보면 뛰어난 기술을 게임 디자인과 잘 접목하여 북미 시장에만 5만 카피가 판매되고 영국의 한 게임 잡지 CD-ROM 부록에도 수록될 정도로 나름 괜찮은 성과을 거두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경험도 부족했었기 때문에 실수도 적잖이 저질렀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은 게임이었죠.

▲ 1996년도에 출시된 게임 'Full Metal Jacket'


이번에 개발하고 있는 '와들와들 펭귄즈'도 물 물리라는 난이도 높은 기술과 비교적 새로운 형식의 게임이라서 개발 중에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둘다 이젠 경력 20년의 베테랑들이다 보니 닥쳐올 난관들에 대해서 미리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고, 실제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상당히 능숙하게 잘 헤쳐나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발 회의를 할 때도 서로가 다른 분야 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사정을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의견이 취합되고 빠르게 해결책이 마련되더군요. 저희 스스로도 놀랬습니다. 뭐랄까 오랜 삽질 경험의 힘이랄까요?(웃음)


물 표현을 위해 SPH기법과 2D 메타볼 렌더링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셨는데요. 정확히 어떠한 방식의 그래픽 구현법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게임 내에서 실감나는 물을 표현하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물의 움직임을 가능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과 물처럼 보이게 렌더링 하는 것이죠. 

우선 물의 움직임을 물리학적으로 재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물을 연속적인 유체로 다루는 방법과 물을 입자로 다루는 방법이 있죠. CG나 게임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물을 재현하는 방법으로는 90년대 후반부터 전자의 방법이 먼저 적용 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쯤이 되어서야 SPH(Smoothed Particle Hydrodynamics)같은 다수의 입자로 물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방법이 시도되기 시작했습니다.



SPH는 재밌게도 70년대 말에 천문학에서 성운이나 은하계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입니다. 실제로는 수천억개의 별로 구성된 은하계를 그 보다는 훨씬 적은 수인 십만 개 정도의 입자로 재현하죠. 이런 게 물리학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은하계를 재현하는 데 쓰는 방법이나 게임에서 물을 재현하는 데 쓰는 방법이 같은 원리라는 점이 말입니다. 아무튼 물을 입자로 다루는 SPH같은 방법의 장점은 튀고 구르고 하는 생동감 있는 물의 움직임을 잘 재현한다는 겁니다.

물을 렌더링하는 방법은 특히 SPH같이 물을 다수의 입자로 처리하는 방식에서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개별적인 입자로 이루어진 물을 서로 연속된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 해 주어야 정말 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2D 메타볼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물 입자를 가장 자리 경계가 불분명한 이미지의 스프라이트로 적절하게 겹쳐서 렌더링하면 물입자들이 마치 한덩이 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덩어리 진 물의 외곽 경계를 흐리멍텅하지 않고 선명하게 보이게 하면 됩니다. 물론 더욱 진짜 물처럼 보이게 하려면 더 정교한 렌더링 처리가 추가되어야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의 성능상 이정도 수준의 표현도 상당히 벅찬 겁니다.


현재 모바일 플랫폼으로 '와들와들 펭귄즈'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하면서 직면했던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SPH 기법으로 구현된 2D 유체 시뮬레이션에 관한 기술 자료나 데모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관련 논문들도 잘 알려져 있고, 공개된 소스코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모바일용 유체 물리 엔진의 개발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니 그 많은 데모들이 사실 데스크탑에서 실행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럴싸 해 보이던 그런 데모들이 모바일에서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행인 게 대학원에서 기상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사한 상황에서 최적화를 할 일이 있었고, 독일의 한 석사 논문에서 SPH기법을 최적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정리된 부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봐 줄만한 수준으로 최적화를 할 수 있었죠. 물론 저 혼자서 이룰 수 있었던 건 아니고 검색을 통해 확인한 선행 연구자들의 친절한 자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디즈니의 물 물리 게임 'Where's My Water?'가 그렇게 대단한 히트를 하고 제법 해가 지났는데도 그 아류작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만 하더군요. 

물을 재현하는 것은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혼자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막막해서 그냥 게임적인 방식으로 물 입자가 몇개 이상 충돌하면 그냥 거기를 얼음 속성의 타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할까 했었습니다.

하지만 물의 상이 변화해서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가 되는 것은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 연구 때 강우 현상의 재현을 위해 연구했던 것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조금은 저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었고, 디즈니의 물 물리 게임이나 PS3의 놀라운 유체 물리 게임 'PixelJunk Shooter 2'를 보면서 저도 한번 해보자며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티저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그럴싸한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기대를 안했는데 이게 구현 되었을 때가 가장 기뻤죠.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중이라고 하셨는데, 안드로이드와 iOS 두 가지 버전 모두 출시 예정인가요?

네. 두가지 플랫폼 모두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게임 엔진도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Cocos2d-x 로 선택한 겁니다. 다만 개발 여건상 동시에 출시하기는 무리이고 상대적으로 하드웨어 종류가 적은 iOS버전 부터 먼저 출시할 계획입니다. iOS 버전을 먼저 앱스토어에 제출하고 나면 바로 안드로이드 버전도 준비할 겁니다. 혹시 iOS 버전의 승인이 늦어지면 의도하지 않게 동시 출시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와들와들 펭귄즈' 개발에 가족 분들이 모두 참여하여 함께 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가족이 함께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하며, 각자 어떠한 부분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몇년전 부터 소셜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게임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은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개발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개발 준비만 몇 년째 하고 있었죠. 아직은 국내 시장이 온라인 게임 위주에다 게임 개발에는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선뜻 개발 현장에 다시 복귀하는 건 엄두를 못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지스타를 보고 나서 확실한 시장 변화를 느끼게 되었죠. 사실 몇년 전에 일찌감치 실행에 옮긴 분들에 비하면 아주 많이 늦은 것이지만 이번이 막차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침 동생도 그동안 온라인 게임 개발만 해오다 스마트폰 게임 개발로 전향을 모색하는 중이였습니다.

이런 저희 두 사람을 연결한 사람이 바로 제 아내입니다. 형제가 같은 업종에 일하는데 함께 게임 개발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부인들에게선 조금 기대하기 힘든 생각이지요. 실은 아내는 게임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던 스승과 제자로 만난 것이라 이런 쪽으로 이해가 상당히 높은 편이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설립을 밀어 부친 것도 아내의 결단이였죠. 결국 아내의 강한 추진력에 그만 말려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



저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쪽을 맡아서 하고 있지만 인원이 적다보니 기획 쪽이나 그래픽 쪽도 경계없이 협력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주로 기획과 손 그림을 담당합니다. 그래픽을 손 그림으로 하게 된 것은 우리 중에는 아무도 CG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픽은 외주를 할까 고민 하다 개발비도 여의치 않은데다 인디 게임인 만큼 인디 정신을 살려서 직접 우리 손으로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손그림으로 이루어진 인디 게임도 있고요. 손 맛이 있는 그래픽을 통해서 좀 더 감성에 호소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주식회사 젬스푼의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동생이 손으로 작업한 손 그림들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색을 넣고 수정하는 리터칭 작업들을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형제를 독려하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견인하는 제일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 멤버는 저의 소중한 아들과 딸입니다. 언제나 저희를 격려하고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실질적으로도 작업에 도움을 줍니다.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멤버입니다.


가족과 함께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셨는데, 자녀분들이 게임 개발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요?

집이 곧 개발현장이다보니 아이들도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가지고 가족 모두가 함께 의논하기도 합니다. 스케치 작업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도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가져와서 내밀곤 합니다.

아들은 인디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열렬한 매니아이기도 한데요. '와들와들 펭귄즈'의 펭귄 캐릭터와 물총을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픽셀 아트 풍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딸은 저희 게임 내 펭귄 캐릭터를 클레이 아트로 빚어서 만들기도 합니다. 게임 개발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놀이가 되는 셈이죠.





최근 게임과 게임산업에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상태이며, 정부차원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함은 물론 가족 전체가 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현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 및 게임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새로운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함께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게임이 그러한 경쟁의 방해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게임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게임 속의 정당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관대함을 통해서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오히려 우리 삶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더욱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규칙을 준수해야하며, 공정한 경쟁이 밑받침되어야 합니다. 스포츠의 경우도 규칙의 준수는 생명과도 같은 필수 요건이죠. 체급이 다른 선수를 링에 올려서 경쟁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건 공정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요? 백안시 하는 게임보다도 못한 상태라 생각합니다. 게임이 타락하는 경우는 오로지 게임 참여자들이 현실의 불공정함과 부정을 게임 속에도 가져오길 원할 때 뿐입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공정함을 전제로 합니다. 게임을 싫어하는 이들은 어쩌면 게임이 지닌 본질적인 공정함을 싫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도 하나의 게임이라면 그 게임의 규칙을 무시하거나 속이려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죠. 정말 나쁜 사람들은 공정한 게임 자체를 거부합니다.

정부가 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할 때 크게 내세운 명분이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잘 압니다. 자신들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은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들의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세계 최장의 공부시간입니다. 양적으로 시간만 늘린 비효율적인 공부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게임 셧다운제가 아니라 공부 셧다운제입니다. 어쩌면 게임 중독이란 건 없고 단지 지나친 놀이 부족이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우리 사회는 놀이가 많이 부족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와들와들 펭귄즈'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의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20년을 한국 게임계에 몸담아 왔고, 누구보다도 우리 게임산업이 더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전체 외연의 확대만으로 여기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한국의 게임 산업이 온라인 게임의 큰 성공과 함께 그 외연을 전세계로 확대했지만 그런 반면에 대규모 온라인 게임들만의 게임 산업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전체 파이가 조금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좀 더 다양한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즐겨질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후 장대한 게임 뿐만 아니라 작고 소박하지만 신선한 게임들이 계속 공급될 수 있는 작은 자리도 있는 그런 시장 말입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웁니다. 같은 세대에서 유행한 놀이는 세월이 흘러도 그 세대의 공감을 형성하고 세대의 문화가 됩니다. 게임은 결코 해로운 존재가 아닌 꼭 경험하고 나누어야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인식이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도록 게임산업이 더 큰 발전을 이루기를 원합니다. 이젠 덩치 보다는 다양성이 좀 더 추구되는 게임 산업이 되려면 인디 게임 개발도 많이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게임산업의 종사자들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에 대해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임하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게임 개발자로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행복을 다시 찾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