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브아크 허민구 대표 ]
최근 국내에서도 모바일 게임이 핫이슈가 되면서 재능있는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차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흐름과도 같다. 단, 한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서구권은 모바일이 아닌 PC 플랫폼을 주축으로 인디게임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DC 2013도 2일차에 강단에 오른 데브아크의 허민구 대표도 이러한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세계 시장을 겨냥한 PC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게 특이점이다.

이미 세차례 강단에 서 떨림도 사라졌다는 허민구 대표. 그는 밸브의 스팀 플랫폼을 중심으로 PC의 인디 게이밍 플랫폼을 꾸준히 연구한 전문가이기도 했다. 스팀 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이 모르는 여타 플랫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한 그의 강연을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그는 '인디게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케이브 스토리' 같은 수작들이 속속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등장하더라도 입소문 외에는 특별한 홍보 및 유통과정이 없었다는 것은 언제나 인디게임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현재는 앱스토어 및 스팀과 같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이러한 과정에 체제가 잡혔고, 인디게임 개발자라도 게임만 좋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이후에는 이러한 인디게임 업계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디게임은 크게 세가지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바일, 콘솔, 그리고 PC가 그것이다.

모바일은 콘솔, PC 플랫폼에 비해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케일이 작아도 아이디어가 좋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하는 유저층 역시 캐주얼한 사람들이 많기에 그런 부분이 더 성공에 적합하다고 허 대표는 강조했다. 하지만 개발이 쉬운 만큼 새로운 게임들의 도전 역시 끊이지 않기에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고 평했다. 자신 역시 그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기에 모바일 플랫폼은 과감히 포기하게 되었다고.

콘솔은 초창기 주목받기는 했으나 현재를 보면, 시장이 너무 작은게 문제라고 전했다. 물론 지금도 성공 가능성이 없는것은 아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림보'도 'XBOX Live Arcade'(엑스박스360의 다운로드 게임 서비스, 이하 XBLA)에서 먼저 나왔다. 여기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스팀에 입성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성공 가능성이 적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다운로드 마켓을 따로 구축하는 우를 범했고, 시장에 있는 개발자와 유저들은 그러한 시스템을 외면하고 말았다. 아울러 'Wii U'는 인디게임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개발환경이 매우 폐쇄적이고, 'PS4', 그리고 XBOX의 최신 플랫폼은 PC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나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허 대표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대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한다.

PC 플랫폼을 언급하면서 허대표는 '사실상 국내에서는 PC 플랫폼이 괴멸 상태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기 때문. PC 플랫폼으로 국내에 한정한 인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다르다.



북미를 포함한 서양문화권은 PC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디게임 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마인크래프트'의 세계적인 흥행이다. 시장 발전가능성도 매우 높다. 통계를 보면 모바일 플랫폼보다도 4% 가량 높은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성장률 역시 46%인 모바일 플랫폼에 비해 PC 플랫폼은 60%로 더 높다. 이는 PC패키지 시장을 다운로더블 게임이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예측한 허민구 대표는, "이후에도 이런 PC 플랫폼 인디게임들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PC의 인디게임들은 어떻게 유통되고 있을까. 허민구 대표는 맥과 윈도우, 그리고 스팀, 데수라, 험블번들과 같은 수많은 시스템이 PC를 받쳐주는 유통 플랫폼으로써 제역할을 하고있다고 언급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홈페이지 자체 판매

"가장 어렵습니다. 험난하죠.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제일 귀감이 되는 케이스가 바로 '마인크래프트'입니다. 이 게임은 홈페이지에서 자체판매만 할뿐,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죠. 말 그대로 자체 판매에 입소문만으로 성공한 경우입니다. 정말 특이한 게임이죠. 하지만 다른 게임들이 이만큼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좀 낮은 편이죠.

'유로트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홈페이지 자체 판매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두게임 모두 서양이라 가능했습니다. 이미 서양 생태계는 인디게임에 익숙하니까요. 우리 게임으로 성공하려면 이런 서양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홈페이지 자체 판매로 성공한다는 것은 굉장한 도박수입니다"


콩그리 게이트

"웹게임의 성지입니다. 사실 전세계에 있는 양질의 웹게임 및 플래시 게임은 여기에서 꽉잡고 있다고 보면 되요. 수익원이 좀 독특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 예고편을 틀어주고, 그 광고비를 개발자들이 받는거죠. 서로 윈윈하는 전략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돈버릭 어려운 웹게임, 플래시게임이기에 선택한 유료화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수익성은 굉장히 낮은 곳입니다. 소셜보다도 더 적죠"

"그런데 장점도 있긴 합니다. 출시 게임 수가 엄청 적어요. 아까 성지라고 했는데, 그래도 등록된 게임이 적습니다. 고품질의 게임을 일단 등록만 시켜놓는다면 꾸준히 수익을 올릴수는 있습니다. 이 쪽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는 '아머게임즈'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맥스토어

"iOS를 먼저 연 뒤 맥이 본격적으로 진출한 겁니다. 그래서 등록된 게임 대부분이 iOS 출신입니다. 맥스토어의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아주 하드코어한 게임과 아주 캐주얼한 게임이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플랫폼이 맥인 만큼, 게임 순위 상위권에는 극 하드코어 게임들이 주로 위치해 있죠. 아예 맥으로만 즐기겠다 싶으면 스팀 안쓰고 맥스토어로만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장이 아직은 작기에 뭐라 함부로 말할수는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있는 곳입니다"

윈도우8 스토어

"작년 10월에 열렸으니까 아직 1년도 안된 신규 플랫폼입니다. 이거 열면서 MS가 인디게임 개발자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디게임개발자 대부분이 비주얼 스튜디오를 사용하기에 이 부분에 있어 강점도 있습니다. 만들기가 정말 쉬워요. 지원도 좋고요"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이 '대중화'입니다. 윈도우8 자체가 널리 퍼지지 못했기에 그게 발목을 잡습니다. 점유율이 너무 낮아서 수익률도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현재 등록된 게임들도 XBLA에서 컨버팅된 게임들이 많고요. 윈도우 태블릿이 아직 초창기라 조금 더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하지만 차세대 XBOX가 등장이 머지않았고, 윈도우 8.1 도 출시 준비중에 있어 가능성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데수라

"여기는 국내에 많이 안알려진 곳인데요. 실제로는 인디게임 마켓 중에서 가장 큰 곳입니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영향력은 적습니다. 어쨌든 인디게임만 전문으로 다루니까요. 뒤에서 소개할 험블번들에 스팀 게임 외에도 가끔 데수라 게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요. 이게임들 대부분이 스팀 입성하려다 실패한 게임들입니다. PC로 인디게임 만드는 개발자들의 가장 우선목표가 스팀이기에 거기에 못 가면 대부분 데수라로 갑니다"

"다운로드 받고 게임하는 시스템 자체는 스팀과 같습니다. 인디게임계의 스팀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 여러분들이라면 데수라에 한번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업로드도 정말 쉽고, 은근히 수익을 잘 내는 곳이니까요"


험블번들

"여기도 일반인들은 잘 모를것 같은데요. 수익구조가 굉장히 독특한 곳입니다. 일단 게임을 살때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돈을 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게임이 1달러라면, 이 1달러를 개발자에게 줄수도 있고, 기부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게임이 5달러라면, 4달러는 개발자에, 1달러는 기부단체에 주는것도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이벤트성으로 시작된 판매방식이었는데 이게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지금까지 지속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1년은 된 듯 하네요. 그리고 별도의 기부랭킹 시스템도 도입, 유저들이 기부를 얼마나 했는지도 경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돈을 쓰는 시스템이랄까요"

"인디게임업계에서 험블번들의 영향력은 탑클래스입니다. 여기에 일단 입성만 하면 무조건 팔린다고 봐도 되죠. 하지만 신규게임이 입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검증받은 게임들이 들어가는 구조거든요. 스팀에서 영향력있는 게임들이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곳이 바로 험블번들이라 보시면 됩니다"






스팀

가장 중요한것. 바로 지금 설명할 스팀이다. 밸브에서 개발한 스팀 플랫폼은 현재 PC다운로드 게임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70%대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허대표는 전했다.

스팀에 인디게임을 출시하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플랫폼과 개발자가 3-7로 나눠갖는다. 세일 권한은 개발자가 쥐고 있는데, 이게 스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허 대표는 "예전 아마존의 경우, 세일 권한을 아마존 자체에서 갖고 있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그때에는 상당한 이슈였던걸로 기억합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작한 게임을 세일하는 경우, 스팀에서는 그 게임을 반드시 메인에 걸어준다. 또, 게임을 처음 스팀에 등록할 때도 메인에 걸린다. 세계 최고의 PC 게임 플랫폼의 메인에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것. 어떠한 홍보비도 받지 않기에 인디게임 개발자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같은 정책이라고 한다.

허대표는 예전에 스팀에 인디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 밸브에 직접 문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실패 확률도 높았다. 만약 등록이 된다해도, 등록되었다는 연락을 받기까지 약 한달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울러 밸브측에서도 스팀 그린라이트 등장 후에는 이쪽을 이용하라고 강조했기에 이런 직접연락은 되도록 삼가는게 좋다고 전했다.

그외에는 퍼블리싱 계약하는 방법도 있다. 서구문화권은 인디게임이 대중화되어 있어 인디게임을 전문으로 퍼블리싱하는 퍼블리셔가 따로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스팀에 등록되는게 조금 쉬워진다. 하지만 그 퍼블리셔와 계약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허 대표는 선택은 개발자의 몫이지만, 이 방법 역시 추천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하며, 그때문에 스팀 그린라이트가 가장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보면 스팀 그린라이트 입성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린라이트에는 매 주기마다 유저 투표순으로 열세작품만 등록된다. 이 작품들은 '스팀 그린릿'이 된다. 여기에 스팀 서버연동 기능이 장착된 것들이 비로소 스팀 플랫폼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것.

어렵기는 하나 이런 난관을 뚫은 작품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메인에 등록될 뿐만 아니라 '스팀 그린라이트' 엠블럼이 별도로 붙는다. 이 엠블럼이 굉장한 판매 촉진 효과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유저들의 추천으로 올라왔다는 인증마크이기 때문.

스팀 그린라이트에 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등록 비용이 있다. 가격은 100달러로, 원래 등록비용을 받지 않았었는데, 장난으로 막 등록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생겨난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등록비는 100%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밸브가 갖는 것이 아닌 좋은 취지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허 대표는 "꼭 게임 뿐 아니라 콘셉트도 스팀 그린라이트에 등록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홈페이지, SNS, 그리고 영상으로 이루어진 종합 기획서를 찔러보는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미리 아이디어를 평가받는게 가능하기에 개발자들을 위한 창구라고 분석했다. 단, 게임 영상은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영상이 없다면 홍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데모 게임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린라이트의 UI를 살펴보면, 게임목록이 새롭게 개편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일반 유저들은 심사중인 게임의 순위를 알 수 없다. 오로지 최신순으로 검색될 뿐이라고 한다. 그린라이트에 노출되는 것은 등록후 약 3일이 지난 후이기에, 이때 투표를 많이 받지 못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허 대표는 전했다.

스팀 그린라이트에 있는 유저들의 성향은 어떨까? 허 대표는 그곳 유저들은 정말 "엄청나게 하드코어"하다고 강조했다. 캐주얼해 보이는 게임들을 보면, "참 잘만들었네요. 신선해요. 모바일 쪽이나 알아보시죠"라고 말하는게 그들이라고.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참신함보다는 콘텐츠의 양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들의 성향을 잘 맞출수만 있다면, 자신의 게임이 스팀에 등록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아군이 된다고.

강연의 끝자락, 허 대표는 지금까지 한 말들을 요약해 강조했다.

"그린 라이트 등록할 때, 영상은 꼭 올려야 됩니다. 홈페이지 운영과 SNS 관리도 필수죠. 되도록이면 스팀 그린라이트 유저 성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맘 편합니다. 한마디로 참신함보다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참신하려면 진짜, 유례없을 정도로 참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고, 3D게임이면 고평가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맥과 리눅스를 되도록이면 지원하는게 좋습니다"



■ 강연 PPT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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