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 지하철에서 무가지로 불리는 신문을 누구나 들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은 등장과 함께 말그대로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IT업계, 그중에서도 게임이라지만 현재의 변화는 너무나 급격하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라는 느낌으로 서부 시대의 골드 러시를 연상케하는 게임 업체들의 모바일 러시를 지켜보고 있자면, 한국이 지금 모바일 열풍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3억의 거대한 시장. 중국도 모바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론 여전히 다수의 PC 온라인 게임들과 웹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모바일의 강세가 확연하다.

2012년의 차이나조이에서 모바일을 주력으로 들고 나온 업체는 추콩 하나였지만,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어느 부스를 둘러봐도 쉽게 모바일 게임 서너개는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니 중국에서도 한국 못지않은 모바일 열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새로운 강자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캐쥬얼 게임 '피싱 조이'의 개발사이자 중국 최대의 모바일 개발자 커뮤니티 '코코 차이나'를 운영하는 업체, '추콩'이라면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중국 모바일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만 한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2013년 7월 25일부터 개최되는 중국 최대의 게임쇼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현재 중국의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중의 한 명인 추콩 '천 하오즈' 대표를 만났다.

▲ 추콩 '천 하오즈' 대표



"애플은 어제 전세계에서 iOS 개발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약 30만 명의 개발자가 있지만, 중국에는 50만 명에 달하는 iOS의 개발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웨이보(트위터와 흡사한 중국의 SNS)에서 이야기해본 결과, 개발자들의 대부분은 우리 추콩의 코코 차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

추콩은 설립된지 불과 2년 반에 불과할 정도로 젊고 역동적인 회사이다. 그러나 중국 개발자들의 70%가 사용하고 있는 무료 모바일 엔진 'cocos 2 DX'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으며, 2010년 출시된 '피싱 조이'는 2년만에 2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초대형 흥행 게임이 되었다.

▲ 2억 명의 유저를 확보 중인 '피싱 조이'


천 하오즈 대표는 게임의 흥행 못지않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로 개발자 커뮤니티인 '코코 차이나', 그리고 'cocos 2 DX'엔진의 점유율 및 긍정적인 반응을 꼽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코코 차이나는 중국에서 가장 큰 iOS 개발자 포럼이며, 이는 애플도 인정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중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해외의 개발자들 역시 'cocos 2 DX'엔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거의 없는데, 앞서 언급한 엔진과 개발자 커뮤니티 등 가장 빠르고 넓게 인정을 받고 있는 회사가 바로 우리 추콩이다. 한국의 매출 10위권 중 3~4개 게임이 우리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구미나 중국의 약 70%에 달하는 점유율 등 이런 상황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모바일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천 하오즈 대표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천 하오즈 대표는 화두 중의 하나로 플랫폼에 대해 언급했다.

"올해 8월에 출시를 준비중인데, 코코의 북극곰을 마스코트로 하는 코코 로그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카카오톡이나 중국의 위챗과 같은 통신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등 향후 2~3년 안에 큰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추콩은 올해의 차이나조이에서 한국의 유명한 미들코어 모바일 게임 '헬로 히어로'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놀라운 흥행을 보여주었던 게임인 만큼 중국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헬로 히어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취재진에게 날카로운 농담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고, 앞으로 더욱 많은 해외 게임들이 흥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A급 게임들에 대해 게이머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실제 매출이나 흥행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이르다. 예를 들어 샨다의 밀리언 아서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운로드 용량 때문에 쉽게 퍼지기 힘들 수 있다"

"헬로 히어로는 카카오로 인해 캐쥬얼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몇 안되는 미들코어 이상의 흥행 게임으로 콘텐츠가 풍부할 뿐 아니라,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이 쉽게 베낄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웃음) 헬로 히어로는 중국의 유명한 미디어들에서 차이나조이의 첫번째 모바일 기대작으로 언급할 정도로 현지 반응이 좋다"


▲ 추콩이 선택한 게임, '헬로히어로'


중국은 정말 복사되는 게임, 이른바 카피캣이 많을까? 천 하오즈 대표는 최근 CJ E&M과의 만남을 예로 들며 중국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CJ E&M의 관계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다함께 차차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쪽 분들이 외형과 달리 쉽게 카피될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최근 내가 예상했던 대로 카피 게임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실 게임의 콘텐츠가 단순하면 금방 카피캣 게임이 등장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의 진출이 그만큼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헬로 히어로를 개발한 핀콘에서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항상 중국 게임업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는 천 하오즈 대표에게 해외 진출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았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현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코나미의 '콘트라'는 일본의 고전 게임이지만 그걸 그대로 출시하지 않고 미국의 개발자들이 게임을 수정을 거쳐 출시했다. 덕분에 지금 19개 국가에서 유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추콩은 한국의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사에서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과 함께 한국에 별도의 사업체를 준비중이다"

"한국 쪽에서 얼마전에 700개 이상의 버그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우리의 이런 의지를 존중 해주고 열심히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게임 출시에 6개월 이상 기간이 걸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나중까지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현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중국 업체들처럼 중국인들이 가서 준비한다면 우리같은 형태의 현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추콩은 익히 잘 알려진대로 2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피싱 조이'의 개발사지만 실제 매출의 구조는 퍼블리싱과 자체 개발의 비중이 5:5 정도일 정도로 퍼블리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인데, 천 하오즈 대표는 어떤 퍼블리셔가 좋은 퍼블리셔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일단 첫번째는 당연히 신용이다. 무엇보다 먼저 믿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후 몇개의 능력이 필요한데, 2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중국의 채널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적인 지원, 그리고 QA의 능력이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중국 이동 통신사의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고 문제가 있을때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고, 퍼블리싱한 게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인력 및 자금을 지원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가진 회사는 많지 않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하지만, 성장하기까지의 혼란에 대해서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천 하오즈 대표는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향후 5~6년 안에 온라인 못지않은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최근 스위스 은행의 한 분석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현재 텐센트가 온라인에서 약 500억 달러 가량의 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텐센트는 현재 매출의 70%가 대여섯개의 온라인 게임들에서 나오고 있고, 마 통 대표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은 그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앞으로 5~6년 안에 온라인 못지않은 시장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니, 나도 5년 뒤면 그런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웃음) 농담이고, 앞으로 중국 게임 시장의 발전에 대해서는 많이 기대하고 있다. 다만 웹게임같은 경우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은 힘들 것 같다"


현재 중국의 모바일 게임 업계들이 운영에 대해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 천 하오즈 대표는 한국 역시 중국과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좋은 모바일 게임들을 기대하고 있고 중국의 개발자들도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양한 난관은 해결해나가면 될 일이니 앞으로 중국의 게임들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양국이 함께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 "한국과 중국이 함께 발전하는 게임업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