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2013 현장에서 특별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아이돌 '뽀로로' 제작의 핵심 인력이자 '꼬마버스 타요'의 아버지인 아이코닉스 이우진 팀장이었죠. 강단에선 그는 '꼬마버스 타요의 사례로 보는 유아용 기능성게임 제대로 만들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 ▲ 이우진 팀장 ]
그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뛰어든 계기,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한글도 만화를 통해 떼었다고 언급한 그는, 문득 이렇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가 원래 만들고 싶었던 장르는 슬레이어나 에반게리온과 같은 판타지 액션, 혹은 성인을 위한 로봇물이었다고. 초기에는 이러한 열정을 그대로 쏟아 '트라이 킹덤'과 같은 작품도 제작했으나 흥행에는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개발사가 이 작품을 만들고 바로 와해될 정도로 큰 타격이었다고 하네요.

내적, 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우진 팀장은 결국 유아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하게 됩니다.


"사실... 참 만들기 싫었어요. 처음에는. 애초에 하던 장르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이들 문화를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자신이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가 아이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인기인지는 인벤 유저분들도 충분히 아실 거예요. 대박이 났죠.

그는 현재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이루기 위해 도전 중입니다. 이번에는 소녀물. 요술공주 밍키나 세일러문 같은 그런 장르라고 하네요. 지금 온 개발진이 열심히 작업 중이며, 내년 중으로 방송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서자 이우진 팀장은 사뭇 진지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들한테 노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참여한 놀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가장 가치있는 학습 경험이니까요"

그의 말에 따르면, 놀이에는 지적,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발달에 필요한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가장 처음 배우는 생존 기술 습득 과정임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제작해왔던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한계로 인해 놀이의 모든 요소를 살려내기는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시청각적인 장르가 갖는 공통적인 딜레마인데, 애니메이션도 피할 수 없었던 거죠. 이 외에도 기획자 입장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적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면?

이우진 팀장은 게임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내다보았습니다. 가능성을 본 뒤 여러 조사를 해 보았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게임이 애니메이션의 단점을 극복할 수는 있으나 또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거죠.

"일단 사용자 연령대의 특성상 지각능력의 한계가 있어요. 우리가 쓰는 마우스 키보드를 아이들한테 쥐어주면, 우리만큼 쓸까요? 못 써요"

그는 처음에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극복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이를 극복할 플랫폼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됩니다. 바로 타블렛 PC와 스마트폰입니다.

"터치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는 조작이 직관적이라 아이들이 금방 사용법을 숙지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조작하고 콘텐츠를 즐기도록 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터치 기반 디바이스가 대중에 뿌리를 내리자 그는 뽀로로를 소재로 한 어플리케이션을 꾸준히 제작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놀이효과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앱들은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2011년 8월에 출시된 '꼬마버스 타요 차고지 놀이'라는 게임은 어플리케이션은 출시된 해 '애플 코리아 선정 올해의 교육 앱'에도 올랐으며 지금도 다운로드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강연의 마무리단계에서 유아용 게임의 목표가 '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놀이란, 아이들에게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게 이루어지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성취감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성장, 그리고 성장이 꾸준히 반복되면 그게 바로 교육이라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는 가장 익숙한 요소에 낯선 것을 담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타요를 고쳐주고, 씻겨주고, 충전해줍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선 느낄 수 없는 경험이 됩니다"

이우진 팀장은 "사실 유아용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게임 개발자도 이런거 어떻게 만드냐고... 시시하다고 많이 그러세요. 하지만 이것도 타겟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못 만드는 장르예요. 타겟 유저층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 만들수 이씨에 오히려 더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어 자신 스스로도 제작물의 대상이 유아이기에 조금 더 특별한 보람을 얻는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은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타요는 자연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인데, 아이들이 낯설게 생각하지는 않았나?

주변을 둘러보면 안다. 나무보다 건물이 많다. 그리고 개, 고양이같은 동물보다 자동차가 더 많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굳이 버스로 만든 이유는 아이들 눈에 가장 잘 띄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특별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차량을 좋아한다. 버스는 이와 같은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한다.

아동용 게임의 시장성에 대해 묻고 싶다. 성과가 높은 편인가?

솔직히 우리 회사 매출에 게임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미미하다. 시장 자체가 워낙 작으니까.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앵그리버드 같이 전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그래서 과금 구조를 학습지처럼 월 결제 방식으로 해볼까 연구도 하고 중인데,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지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새로운 앱을 출시했는데, 최신 콘텐츠 외에는 전면 무료로 제공한다. 3,4,5세 아이는 무조건 해봐야 하고, 그런 나이대의 아이를 둔 부모님 휴대폰에는 반드시 이 앱이 깔려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모두의 마블'과 프로모션도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한국은 어릴 때 게임을 하면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냥 단편적으로 생각한다. 책도 많이 보면 해롭다고.(웃음) 과몰입이 문제가 될 뿐이지 어떤 콘텐츠라도 적당히 즐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순기능이 부각된다면 자연스럽게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