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웅진 스타즈는 주전 선수들 윤용태, 임진묵, 김명운, 노준규, 송광호, 조한빈을 웨이버 공시했습니다. 주전 선수로는 김민철과 김유진만 남기고 대부분의 선수들을 내보낸 것에 많은 팬들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일부는 해단을 위한 전초 작업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5일이 지나 노준규가 SK텔레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간 말을 아끼던 웅진의 수장 이재균 감독이 이번 일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이재균 감독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주전 선수들 모두 내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프로리그에 출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음은 이재균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 주전 선수 웨이버 공시 이후 15일,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 웅진 스타즈 이재균 감독


Q. 웅진 선수들이 웨이버 공시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지 2주가 지났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현재 웨이버 공시된 선수들과 같이 다른 팀과 접촉중입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진행중이어서 자세한 답변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김민철, 김유진 선수 중심으로 팀 리빌딩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Q. 많은 팬들은 대부분의 선수를 내보낸 지금의 웅진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해체는 아니고요. 주전 선수들이 웨이버 공시가 된 것은 선수들과 사무국 간의 연봉 협상에서 서로 이견이 있었기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 기회를 주기 위해서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직 김민철 김유진 선수가 팀에 남아 있고, 추후에 선수를 추가로 영입해서 현재 남아있는 선수과 같이 차기 프로리그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협회에서 정확한 일정이나 업무를 전달 받은 것이 없기에 조만간 정확한 일정이 나오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Q. 은퇴와 웨이버 공시된 선수들을 제외하면 주전 선수는 김민철, 김유진 두 선수만 남아있는데 숙소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현재 김민철, 김유진 선수 외에 연습생 한 명을 두고 운영중입니다. 조만간 즉시 전력으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4~5명의 선수들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 있습니다.


Q. 내보낸 선수들을 새로운 선수들로 대체해서 프로리그에 참여하겠단 말씀인가요?

사무국이 프로리그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연습생들을 모집해서 프로리그에 참여하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프로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STX 소울도 해단을 피하지 못했고, 다른 팀들도 점차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STX의 해단은 모기업 재정상황이 악화되서 해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고요. 다른 팀들도 규모를 점차 줄이는 추세는 아무래도 국내에서 스타2의 인기가 많이 줄어든 결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LOL이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그림을 크게 보면 여러 대회나 e스포츠의 수익 사업이 점차 발전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2가 인기가 많이 시들해진것이지 게임단의 문제와는 별개인 것이죠.

국내 게임단의 경우 현재 LOL 종목은 점점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Q.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다소 민감한 발언이 될 수가 있겠지만, 게임사의 대처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바닥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무리하게 사업적인 부분에만 신경쓰다가 점점 인기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e스포츠 자체가 팬심으로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짚고 넘어 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올것 같지는 않습니다.



■ 1999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이재균 감독,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 웅진 스타즈는 12-13 프로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Q. 그간 많은 세월이 지나 이재균 감독님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1999년 SM팀을 만들게 되었던 일화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간략하게 말씀 드리면,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모인 스타크래프트 친목 모임에서 다른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취지하에 팀이 결성 되었습니다. 창단 맴버는 강도경(현 KT코치), 김동수 (현 에일리언웨어 감독)등이 주축 맴버였구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서 정식으로 활동을 하게 된 해가 99년도 였습니다.

원래 맴버에는 강도경 코치가 없었는데, 결승에서 항상 만나던 강도경 코치에게 우리팀이 맨날 져서 설득을 거듭한 끝에 우리팀으로 들어 오게 만들었던 일화가 생각이 나네요. 김동수 감독 역시 그 당시에 만나서 팀에 합류하고 같이 활동을 했습니다.


Q. 기록상에는 2001년 5월에 정식으로 한빛 스타즈의 창단이 있었습니다. 이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나요?

당시에는 IT, 닷컴 버블이 일어나던 시절이라 제안서를 들고 테헤란로를 두 달 내내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제안서를 들고 다니면서 여러명의 좋은 분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임태주(전 스포츠조선 기자) 형이 한빛소프트에 추천을 해줘서 제안서를 들고 들어가서 직접 브리핑을 하고 마침내 창단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지인들이 추천 한 곳은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대부분 거의 단기로만 계약을 하자고 해서 저는 가급적 오래 갈 수 있는 곳을 원했죠. 한빛소프트 회장님과의 면담에서 '향후 성적이 좋으면 꾸준하게 지원하겠다'라는 답변을 듣고 바로 선수들과 입단 계약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Q. 당시 한빛 스타즈가 배출한 선수들을 보면 굉장합니다. 강도경, 김동수, 박정석, 나도현, 박경락, 변길섭 등의 스타를 배출했는데 이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박정석 감독의 경우는 제가 예전에 도움을 줬던 선수들이 "우리팀에 들어오면 정말 많은 발전을 할 것 같다"고 추천해서 들어 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박정석 감독은 개인전은 거의 하지 않고 팀플만 전문적으로 하던 선수 였는데 개인전 연습은 하지 않고 팀플만 하다가 저에게 숙소에서 쫒겨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 마음을 바로 잡고 개인전에 몰두 했는데 실력이 금방 늘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박경락 , 변길섭 선수의 경우 선수들의 플레이를 배틀넷에서 유심히 본 결과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되어 직접 만나서 팀으로 데리고 들어 왔습니다. 나도현 선수의 경우 예전부터 탐내던 선수였어요. 원래 소속은 kor(온게임넷)팀 소속이어서 당시 저희 팀에서 생활하던 차재욱 선수와 맞트레이드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도현, 차재욱 선수가 나중에는 그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서 흐믓했던 생각이 납니다.


Q. 이 선수들과 겪었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건 당연히 우승을 했던 순간이죠. 또 한편으로는 선수들과 갈등을 빚을때마다 제 속을 삭히면서 대화로 풀어나갔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정말 자유분방한 선수들이라 강압적으로 대했던 일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속 썩이던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서 코치와 감독이 되더군요.

이 친구들이 말하길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감독님이 왜 강압적으로 자기들을 몰아 부쳤는지 이해 할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어요. 늦게나마 제 기분을 알아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 e스포츠의 양적 팽창이 절정이었던 2004~2008년 경에는 오히려 한빛은 가난한 팀이란 이미지였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빛팀이 창단할 당시에는 대기업이 들어오기 전이라 꽤 괜찮은 조건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있었죠. 하지만 인기가 늘어나 대기업 팀이 앞다투어 창단에 뛰어들 시기에는 당시 회사의 재정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많은 부분을 요구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회장님을 설득해 게임단 매각 및 선수들의 이적등 많은 부분을 허용하셔서 게임단을 해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을 해왔기에 가난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잘 모르는 회사 사정을 이해 시키는게 정말 힘들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웅진이라는 회사를 만나서 정말 기뻤습니다.


Q. 모기업 웅진을 만나게 되어 제2의 창단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당시 제안서를 들고 협회, 저, 그리고 도와주던 기자님들이 여러 방면으로 뛰어 다녔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 고민하고 있던차에 당시 협회장이셨던 김신배 회장님이 웅진그룹에 인수의사를 물어 보셨고, 웅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후 빠르게 창단 작업이 이뤄질수 있었습니다.


■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 다할 뿐… 이재균 감독의 각오

▲ 12-13 프로리그 정규 시즌 중 승리를 거두고 촬영한 웅진 스타즈의 단체 사진


Q.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팀을 떠난 지금, 프로리그에 참여한다고 해도 높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성적에 대해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협회에서 프로게임단으로 활동을 하려면 프로리그 참여가 확실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대로 프로리그 참가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선수구성이 완료되면 프로리그 참여는 가능할 것입니다.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정말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했고,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선수들, 사무국, 코칭스탭이 똘똘 뭉쳐서 나온 결과물이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Q. 이재균 감독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팬이 정말 많습니다.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시간과 여건이 허락만 된다면 e스포츠 업계에서 낮은 자세로 일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많은 오해를 부를것 같아 SNS나 인터뷰등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제 슬슬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LOL을 북미 시절때 부터 지켜봤던터라 관심이 많았습니다. 종목이 이렇게까지 많이 발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하스스톤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e스포츠쪽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그리고 요즘에는 최대 고민거리인 스타크래프트2 활성화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팀 문제로 어수선해서 참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결론짓고, 훨씬 더 나은 모습으로 팬여러분들 앞에 나서겠습니다. e스포츠를 많이 아껴주시고, 웅진 스타즈도 계속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