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회 예선에 선수로 출전해서 마우스를 잡는 감독이 있습니다. 플레잉감독과 같은 선수 겸임 감독이 아니라 연습량 혹독하기로 유명한 프로리그에서 우승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팀을 수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바로 그 감독, 명장 박용운 감독의 사례입니다.

그는 SK텔레콤 T1을 나와 해외연합팀 EG-TL을 거쳐 CJ엔투스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비시즌 기간 '큰일'을 냈습니다. 선수들을 동원해서 '엔투스 용팝'이라는 UCC동영상을 제작한 것이지요. 이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연맹팀조차 쉽사리 하지 못한 일입니다.

명장은 괜히 명장으로 불리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인벤에서는 CJ엔투스 박용운 감독을 만나 어째서 이런 일을 시도했는지, 차기 시즌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의 의중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SK텔레콤 T1의 명장 박용운, 해외팀 EG-TL을 거쳐 CJ엔투스에 자리 잡다




Q.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잘 지내셨나요?

CJ엔투스에 들어가고 난 이후 거의 3개월 가까이 되는 동안 여러 가지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종목이 다변화되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스타2 종목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갖는 시간도 보냈고요. CJ엔투스 감독으로서 다음 시즌의 밑그림을 그리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Q. EG-TL에 몸담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옮기게 되었는데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저도 사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EG-TL에 몸 담은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시즌 도중에 들어가서 준비시간도 많지 않았죠.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네요. 여러 가지 생각도 들고 얻은 점도 많지만 제가 했던 작업들은 주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죠.

확실히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시간은 짧았던 것 같지만 어느 정도는 성과가 있었지 않나 싶어요. 워낙 EG-TL 자체가 성적이 낮아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었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다가서기는 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힘에 벅차는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Q. 프로리그 시즌 끝나고 CJ엔투스 감독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수락하게 되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CJ엔투스 사무국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직감이 왔죠. 하지만 막상 감독직을 제의받고는 EG-TL에 남을지 CJ로 갈 것인지 고민을 했어요. 결국, CJ로 가기로 했지만요.

제가 CJ엔투스에 입단하기 전에는 팀 색깔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묵직하고, 아주 밝은 것보다는 차분하고 강도 높은 연습량을 지향하는 이런 점이 "제가 들어가면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텐데"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항상 팀을 생각할 때는 그런 점을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을까?"란 부분, 제게는 CJ엔투스가 이런 점에서 매력이 있었고요. 그래서 입단을 결정하게 되었죠.




Q. CJ엔투스가 병행시즌에서는 우승도 차지했던 팀인데 올해는 성적이 좋지 못했죠. 선수들의 기량은 어떻던가요?

생각 이상으로 좋았어요. 선수들이 나쁘지는 않았죠. 잠재력 자체는 아주 높은데 이상하게 대회에서 못 이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단 내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였어요. 그 잠재력을 어떻게 잘 끌어내느냐란 문제만 남아있거든요. 단계적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위의 예로 '갓습생'으로 불리는 김정훈이라든지 잠재력을 드러내는 선수가 있다면 누가 있나요?

김정훈 선수는 이미 잠재력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제가 들어온 것이고요. 김정훈 선수는 준프로인데도 불구하고 마인드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마추어 같지 않고 프로게이머의 사고방식이 자리 잡혀 있었어요. 게임을 잘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가진 선수가 김정훈 선수고, 게임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선수죠. 이기기 위해서만 집중하는 선수니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선수가 간혹 그릇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스태프들이 그런 부분만 잘 잡아주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 같아요.


Q. 김정우나 김준호같이 아쉬운 선수들이 있었죠. 이들의 잠재력은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CJ엔투스에서 3개월을 생활해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연습실 실력에 비해서 밖으로 보여지는 성과가 너무 없는거에요. 김준호 선수의 경우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데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서 낸 성과가 없어서 정말 안타깝죠. CJ엔투스에서는 아직 프로토스 우승자를 배출한 적이 없죠. 프로토스 우승자가 최초로 나온다면 '김준호가 가능할 것 같다'란 생각도 들어요.

이재선 선수나 송영진 선수도 잠재력을 높게 보는데 아직은 아래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기본기를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냔 생각입니다. 아직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 보니 올라가다가 고꾸라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계를 내비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을 보완해야지요.


Q. 선수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폭발시킬 수 있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스타2 선수들이 자신의 종목에 대한 불신을 없애야겠죠. "지금 게임을 계속 해야 하나?"와 같은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면 아무리 연습을 해도 게임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죠. 선수들에게 의욕적으로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 자랑스럽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목표로 집중적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왜 열심히 해야 할까? 예전보다 판이 좋지는 않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수 자신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선택한 것에 대해 탄탄한 믿음을 줘야 하죠. 선수들 본인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SK텔레콤에 부임하고 난 이후 시스템 정비에 힘을 쏟으셨죠. '체계박'이란 별명도 얻기도 했는데 CJ에서도 새 시스템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저는 시스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잘 짜인 시스템에 의해서 다섯 시간 집중할 것을 한 시간으로 단축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은 엄청나게 가치 있는 것이죠. CJ엔투스에는 어떤 시스템이 제일 잘 어울릴까 지금도 고민하고 있죠. 직접 입단하고 보니 CJ만의 시스템이 있더라고요.

제가 가져온 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도 하고 있고, 'CJ엔투스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생각해보니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통에 관련된 시스템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선수와의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태프와 선수가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선수들한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너희는 내 말만 잘 듣는다고 성적을 낼 수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이 말을 지키면 최소한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요. 감독의 말을 잘 안 듣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선수들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개진할 수 있고, 저도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Q. EG-TL에 있던 박성진 코치를 데려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박성진 코치를 데려올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박성진 코치의 경우 EG-TL에 있을 때 더욱 자기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데려오기도 좀 그랬어요. 하지만 인력을 구성할 때는 절대적인 부분을 생각해야죠.

모든 부분을 고려해본 뒤에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아주 많은 사람들을 찾아봐도 박성진 코치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EG-TL을 이끌면서 얻은 경험과 게임의 이해도도 높고, 선수와의 융화력도 좋았어요.

게다가 박성진 코치가 성실하기까지 하니까 저랑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았죠. 기존에 있던 권수현 코치와 어긋나는 부분보다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아서 저와 같이 합류하게 됐습니다.


■ 협회 팀의 파격 행보! UCC제작, 스트리밍 연습전… '노출'이 있어야 종목이 산다




Q. 최근 CJ에서 유별난 행보를 보이고 있죠. 스트리밍 연습전이나 '엔투스 용팝' 같은 UCC제작등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사실 그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긴 했어요. 대중에 대한 노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됩니다. 저희 팀은 협회 기업팀이다 보니 그럴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 게임단은 팬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G가 잘하고 있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에요. EG에서 배운 점도 있기도 하고, CJ가 추구하는 부분을 봐도 이와 잘 맞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프론트와의 의견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해 봤을 때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고 너무 이런 쪽으로 치우치면 제 본분을 잊게 되니 지나치면 안 됩니다.

CJ 선수들의 성격이 모두 조용한 편인데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이를 액티브하게 끌어내면 게임에서도 단결력과 함께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까지 생각하니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비시즌도 유난히 길었어요.

처음에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작을 했고, 제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트위치 기준으로 누적 조회 수가 10만 건이 넘었으니까요. 해외 팬들 반응도 좋았고요. 무조건 재미만 보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 훈련 효과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Q. "엔투스 용팝"의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 말을 꺼낸 것은 추석 연휴 기간이었죠. 단체 채팅방에 "요즘 크레용 팝의 노래가 귀에 감기고 인기가 많은데 이걸 패러디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더니 선수들의 말이 없어졌어요(웃음). 선수들은 시큰둥했지만, 추석 때 세밀하게 구상을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복귀해서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했죠.

선수들의 반응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처음에는 시큰둥했어요. '그래도 해보자!'란 생각에 과감하게 연습 일정도 중지시키고 춤 연습을 시켰죠.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습니다.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막상 춤 연습이 시작되자 즐기는 선수들도 나왔어요. VOD에서 자신의 매력을 노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도 있었죠. 한 명도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들이 없었어요.

3일간의 연습 이후 '되겠다.'란 생각에 무리할 정도로 빠르게 워크샵을 가게 됐죠. 사무국 분들도 적잖아 당황하셨을 거에요. 그래도 시기상 빨리 찍어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프로리그 연습을 할 수 있기에 시간을 긴박하게 썼죠.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해서 제가 '이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도 할 수 있겠다!'라는 기분도 들었어요. 단합도 잘 됐고요. 저희는 이번에 얻어간 것이 많은 것 같아요.

CJ엔투스 공식 페이스북에 남긴 방문객들의 댓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외 팬들도 부쩍 관심을 많이 보이셨어요. 좋은 글들도 많이 써주셨고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지요.


Q. 자칫하면 '기행'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부담이 없을 수 없죠. 30% 정도는 별의별 잡념이 다 들었어요. '이것은 하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감독이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를 포함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죠. 막상 동영상을 촬영하면서도 고민했죠.

하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UCC제작을 통해서 선수들을 많이 알아갈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얻어갈 것이 많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죠. 그냥 심심해서 만든 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엄청난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만든 겁니다. 가볍게 만든 게 아니에요.


Q. 선수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선수들은 제가 느끼기에는 아주 신이 나 있어요. CJ엔투스 선수들은 직접 UCC를 제작하고 방송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연습도 즐기면서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생각해요. 배틀넷 서버에 들어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말을 걸어주는 팬들이 부쩍 늘었어요. 연습실에서도 항상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거든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관심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요.

동영상에 아이디를 붙이고 나온 것도 홍보를 노린 결정입니다. 해외 팬들은 선수 이름이 아닌 '아이디'로 기억하니까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영상이 아니라 제 나름의 전략이 있었던 거죠. 일부 선수들은 기왕 할 거면 멋있는 영상을 찍자란 볼멘소리도 있긴 했어요. 나중에는 "프로게이머들이 정말 멋있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드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후속작'이 나올 수 있다는 건가요?

아주 많죠. 생각하고 있는 컨텐츠는 엄청나게 많지만, 이걸 다 시도하려면 족히 삼 년은 걸릴 것 같아요. 그 엄청나게 많은 컨텐츠 중에서 이제 2%정도 한 것뿐이고, 본업은 감독이니까 진행하는 속도는 매우 늦을 겁니다.

제가 영상 제작이 본업이면 엄청 많은 영상을 만들 수 있겠지만, 선수들 사기를 높이면서 훈련과 결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거든요. 보고 잊혀지는 '소모성 컨텐츠'는 절대 만들지 않을거에요. 훈련효과와 시너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훈련과 결합된 컨텐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Q. 한일 교류전이나 SKT1 연습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네요. 이런 부분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한일전 같은 경우는 CJ엔투스 서지훈 매니저와 같은 CJ엔투스 소속 김성환 매니저의 합작품이에요. 프로리그가 끝나고 비시즌이 너무 길다 보니 팬들에게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심리를 어느 정도 심어줘야했고, 마침 팬들이 판단할 '데이터'가 하나도 없잖아요. 관심과 기대심리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진에어와 SKT T1과 협의하에 친선전을 진행하게 되었죠.

사실 전력 노출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정말 심했지만, 최근엔 덜합니다. 요즘은 스트리밍 방송도 많다 보니 '공개 연습전 방식이 과연 팀원들에게 부담을 줄까?'란 의문도 들고요. 스타1이라면 몰라도 스타2는 더욱 시급한 게 '팬들에게 보이는 노출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종목 다변화의 중심, LoL이 등장하기 전인 양대 방송국 시절에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죠. 항상 스타크래프트가 메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스타가 메인이 아니죠. 그러다 보니 노출의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까 노출 빈도를 따져보면 고작 20% 정도밖에 안된다고 봐요.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이런 점이 우려가 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부터 더 적극적으로 노출을 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거죠.


■ '즐거운 우승'을 준비하는 CJ엔투스, 다음 시즌은 정말 재밌어질 것



Q. 차기 시즌 프로리그 목표는 어디쯤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제가 감독직을 수행한 이래 '포스트 시즌이 목표다, 2위가 목표다.'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목표는 항상 우승이죠. 팀의 수장이라면 상황이 열약하든 아니든 간에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다만 EG-TL은 제가 중간에 들어왔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이 목표다라고 말하긴 했어요. 당시에도 불가능한 목표긴 했죠.

그래도 목표를 크게 잡아야 어느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 목표는 우승이고, 그것도 단순한 우승이 아니라 많은 팬에게 축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죠. 어느 순간부터 팀이 우승하면 기쁨 반, 걱정 반이더라고요. 이제는 걱정 없는 우승을 하고 싶단 생각뿐입니다.


Q. 신노열, 김민철, 정윤종 등 협회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죠. CJ엔투스에서도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팀은 대대로 저그 우승자가 도배되어 있잖아요. 저그 계보가 단단한 편인데 종족별로 우승자가 한명씩만 탄생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프로토스 우승, 저그 우승, 테란 우승 한 명씩요. 지금 같은 양상에서 프로토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제가 조금만 더 끌어올려 준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의 차이 때문에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는 차이라고 봅니다. 우승할 수 있는 스팩은 이미 갖춰졌고, 이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죠.

앞으로의 CJ엔투스는 되도록 많은 대회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이는 해외에서 열리는 작은 리그들도 포함입니다. 아마 협회 팀 중에서는 해외 리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팀이 될 것입니다. 그게 CJ엔투스의 목표입니다.


Q. 우승이 목표라면 그 목표를 가로막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인가요?

SKT T1이죠. 온라인 평가전에서도 패배하긴 했지만, 상대가 정말 잘했습니다. 수준이 높고 기량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느꼈어요. 저랑 같이 생활했던 최연성 코치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잠재력이 정말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연성 코치가 제대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도와준다면 멋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최연성 코치가 현실에 안주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계속 뭔가 창조하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음 SKT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 코치가 경험도 적지 않아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위기상황을 잘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SKT는 선수층도 좋고 지도자도 믿을만하고, 구단에서의 지원도 좋다 보니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절대 SKT에는 지지 않겠다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선수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선수가 있나요?

스타1때는 있었는데 스타2에서는 현재 협회 팀 중에서 딱히 떠오르는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 스타1에서는 상대방이 강한 줄 알면서도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있었어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영호죠. 영호가 이 맵에서 무엇을 할지 뻔히 알겠는데 이상하게 대처가 되지 않았죠. 하지만 스타2같은 경우 그렇게 절대적인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선수는 아직 없다고 봅니다. 그런 선수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노력하면 모두 극복할 수 있죠.


Q. 감독님은 팬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각인되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제 바람은 정말 열심히 하는 감독, 뭐든지 열심히 할 것 같은 감독이 제가 가지고 싶은 이미지거든요. 하다못해 사소한 것이라도 '박용운 감독이 하면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 이런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지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다음 시즌은 CJ엔투스가 정말 재밌어집니다. CJ엔투스라는 팀의 어원이 즐거움(Entertainment)과 열정(Enthusiasm)의 합성어입니다. 이게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해요. 팀 이름답게 즐겁고 열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단순히 승리에 목매는 것이 아닌 즐겁고 뿌듯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