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SKT T1과 ROX 타이거즈 간의 결승전을 끝으로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한 치 앞을 읽을 수 없는 순위 다툼이 계속되었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각본을 쓴다고해도, 이렇게 흥미롭게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많은 이야기들로 팬들을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던 스프링 시즌! 여운이 가기 전에, 몇 가지 키워드로 '역대급 꿀잼'으로 가득했던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던 2016 스프링 시즌!


[Crisis] 고비 - 콩두 몬스터, 고비고비를 넘어, 다시 고비를 맞다

나진 e엠파이어의 주축 선수 이탈, 그리고 해체설까지. 이번 시즌 시작 전, 팬들은 이 소식 때문에 우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진 e엠파이어는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팀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러나 걱정과 달리 나진은 부활합니다. 비록 주축 선수의 대부분과 스폰서를 잃었지만 팀은 살아남았죠.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큰 고비를 넘긴 e엠파이어.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었습니다. 네, 경기력과 스폰서의 부재입니다. 그러나 e엠파이어는 이것도 넘어섭니다. 1라운드에서 스베누를 잡아내어 생각보다 빠르게 1승을 올리고 콩두 컴패니와 파트너십을 맺어 스폰서도 확보하죠.

고비란 고비를 모조리 뛰어넘은 콩두 몬스터. 하지만 콩두 앞에 또하나의 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바로 승강전이라는 이름의 벽입니다. 과연 콩두는 이 고비마저 넘을 수 있을까요?! 뭐, 고비도 넘어본 사람이 잘 넘는다고(?) 하니, 믿어봐도 좋을 거 같네요.

▲ 고비도 넘어본 사람이 잘 넘는다니, 승강전도 기대해봅시다!


[23 SASIN] - 사.신.폭.발! 무려 23개의 챔프를 사용한 사신!

프로 선수에게 있어 다룰 수 있는 챔피언이 많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고, 상대의 카드에도 대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죠. 흔히 이런 선수를 두고 '챔피언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는데요. 이번 시즌엔 이 부분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 '세계 최고의 챔피언 폭' 즉, '세체폭'이라는 별명을 갖게된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스베누 소닉붐의 미드라이너 '사신' 오승주입니다.

사신은 스프링 시즌 첫 경기를 탑 라인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퀸을 선택하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이스, 코르키, 킨드레드, 이즈리얼, 카사딘, 룰루, 리산드라, 질리언, 아리, 벨코즈, 애니비아, 트위스티드 페이트, 노틸러스, 바루스, 말파이트, 아지르, 르블랑, 갱플랭크, 라이즈, 자르반 4세, 에코, 카르마까지, 총 23개의 챔피언을 미드에서 사용했습니다.

미드는 물론이고 탑, 정글, 원딜, 서포터 챔피언을 가리지않고 모조리 미드에서 사용한 사신. 이정도면 세체폭이라는 별명이 아깝지않네요. 섬머 시즌엔 25 사신을 기대해봅니다!

▲ 다음 시즌엔 25 사신도 기대해봄직!


[GRANDSLAM] 그랜드슬램 - 소울이 만든 펜.타.킬!

축구엔 해트트릭, 야구엔 만루홈런이 있다면 LoL엔 펜타킬이 있습니다. 이번 롤챔스에서도 화려한 펜타킬들이 등장, 관객의 환호성 볼륨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펜타킬은 역시 SKT T1의 원딜러 '뱅' 배준식이 기록한 펜타킬입니다. 대 스베누 전. 경기 자체는 초반부터 SKT T1쪽으로 많이 기운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교전에서 뱅이 쿼드라 킬을 달성하죠. 이제 상대 라이즈만 잡으면 펜타킬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라이즈와의 거리는 멀었고 펜타킬을 달성하기 힘들어보였습니다.

하지만 뱅은 기여코 펜타킬을 달성하고 맙니다. 본인의 화려한 컨트롤로? 아닙니다. 그렇다면 팀원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이것도 아닙니다. 뱅의 펜타킬 완성의 마지막 조각은 '소울' 서현석이 직접 끼웁니다. 펜타킬을 줘도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상태였기에, 뱅과 팬들을 위해 기분 좋은 펜타킬을 만들어 주었죠.

솔로 랭크에서나 볼 수 있던 '펜타 매너'를 프로무대에서 보여준 소울!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인가요?! 정말 훈훈하네요.

▲ 소울이 다 만든(?) 훈훈한 펜타킬! (영상 출처: OGN)


[Expectation] 기대 - 진에어,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다!

이번 시즌, 가장 의외의 성적을 올린 팀을 말한다면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가 빠질 수 없습니다. 팀의 에이스였던 '갱맘' 이창석과 '체이서' 이상현 없이 시즌을 시작했기에 힘겨운 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예상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진에어는 이러한 팬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기세로 5연승을 달성했죠. 이후에도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합니다. 시작전, 이러한 행보는 예상하기 힘들었기에, 팬들은 기분 좋은 뒷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진에어의 기세는 한풀 꺾이고 맙니다. 그리고 최고의 기세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팀이 있었으니,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팀은 와일드카드 선발전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칩니다. 하락세의 진에어와 상승세의 아프리카. 많은 팬들은 아프리카의 낙승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진에어는 이 기대조차 무참히 짓밟습니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가볍게 꺾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하죠.

이러한 예상밖의 행보에, 진에어 팬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뭐 기대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무튼 진에어가 이번 시즌,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음 시즌에도 모두의 예상을 '좋은 의미'로 박살내버리길 기대해 봅니다!

▲ 각성한 트레이스의 중심으로,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 진에어!


[Veteran] 베테랑 - 노병(?)은 죽지 않아! 베테랑들의 대활약

'신인은 패기, 베테랑은 관록'

프로 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입니다. 롤챔스도 예외는 아니죠. 이번 시즌에도 '블랭크' 강선구나, 'BDD' 곽보성과 같은 선수들이 신인의 패기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베테랑의 관록이 신인의 패기보다 더 눈부셨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는 '노병(?)'이 된 그들은 노련미를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습니다.

kt 롤스터의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은 팀의 주축으로서 kt 롤스터를 이끌었습니다. 너무나도 정확한 강타와 몇 수 앞을 읽는 운영능력은 그에게 '알파고동빈'이라는 멋진 별명을 선사했죠. 뿐만 아니라 유일신 '매드라이프' 홍민기 역시 최고의 플레이로 팀을 캐리했습니다. 다음에 설명할 '엠비션' 강찬용도 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롤챔스의 노병은 죽지않습니다. 사라지지도 않았죠. 왕년의 영웅인 그들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영웅입니다!

▲ 노병은 죽지 않습니다.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캐리합니다! (좌- 스코어, 우-매드라이프)


[Horror] 공포 - 공포의 그들! 롤챔스를 캐.리 하다.

롤챔스에는 무서운 존재들이 있습니다. 팬들은 그들을 두려움의 의미를 담아 '???'라고 부르죠. 왜냐면 이름을담는 것 자체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롤챔스는 이렇게나 무서운 '그들'이 캐리했습니다.

먼저, 삼성의 정글러 '엠비션' 강찬용입니다. 엠비션은 정들었던 CJ 엔투스를 떠나, 삼성으로 팀을 옮겼습니다. 삼성은 경험이 많은 선수가 꼭 필요했는데, 엠비션은 딱 맞는 카드였죠. 엠비션은 삼성의 주축이 되었고, 삼성의 운영은 성숙해졌습니다. 실제,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려, 삼성의 경기력을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두 번째는 OGN의 새로운 옵저버, '모쿠자' 김대웅입니다. 날카롭고, 매섭고, 두려운 갱킹(?)으로 유명한 모쿠자. 새롭게 롤챔스의 옵저버로 합류한 모쿠자는 선수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핵심만을 짚는 옵저빙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다수의 팬들은 발전된 롤챔스의 옵저빙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엠비션과 모쿠자. 팬들은 롤챔스를 빛내준 이 무서운(?)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시즌에도 이들의 공포가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 게임의 내-외를 캐리하는 무서운(?) 그들.


[Betrayer] 배신자 - '하차니 더비' 아프리카와 kt의 뜨거웠던 승부!

'배신자는 뭐다? 처단이다.'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아프리카)가 kt 롤스터의 서포터 '하차니' 하승찬에게 던진 말입니다. 하차니는 직전 시즌, 선수자리에서 잠깐 물러나 아프리카 프릭스의 코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시즌 아프리카가 보여준 '프로다운 운영'엔 하차니의 역할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하차니가 이번 시즌엔 다시 kt 롤스터의 서포터로 복귀했습니다. 돌아온 하차니는 강했습니다. 특유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여전했고, 적절한 위치에 사정없이 박히는 트런들의 기둥은 다른 팀의 경계 대상 1호로 분류되었습니다. 워낙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아프리카는 인터뷰와 같은 자리에서 하차니에게 '배신자'라고 부르며 장난스러운 견제를 했죠.

하차니 역시 '배신은 내가 아니라 아프리카 쪽이다!'라고 맞서며 이러한 경쟁 구도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kt와 아프리카의 맞대결엔 '하차니 더비'라는 또하나의 이야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차니와 아프리카 선수들. 경기에 들어가면 경쟁 상대지만, 사실 그들 누구보다도 가까운 '동업자'이자 '친구'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만들어낼 수 있는 거겠죠?

▲ '하차니 더비'로 더욱 풍성해진 kt vs 아프리카전


[Taric] 김동준 - 영롱한 자태! 김동준 해설, 리메이크 되다?!

지난 20일, 정의의 전장에 참전 중이었던 한 영롱한 챔피언이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네, 타릭의 이야기입니다. 타릭은 이번 리워크로 완전히 새로워진 모델링과 일러스트, 그리고 스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보다 변수를 만드는데 능해졌기에,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타릭을 플레이하고 있죠.

리메이크로 환골탈태한 타릭. 그런데 이번 리메이크는 성능보다 비쥬얼적인 측면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뀐 타릭의 생김새가 무당 해설의 대가, 김동준 해설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죠. 특히, 핑크 타릭과 너무나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기에 이 일러스트를 두고 '누가 김동준이고, 누가 타릭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클템' 이현우 해설을 비롯, 많은 팬들이 타릭의 김동준 해설 코스프레를, 아니 김동준 해설의 타릭 코스프레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동준 해설은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코스프레 실행 여부에 대한 확답은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요. 과연 근미래에 김동준 해설의 타릭 코스프레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현실에 강림한 영롱한 타릭이라... 기대되네요.

▲ 과연 현실에 강림한 영롱함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 정도는 해보자!


[The best Game] 명승부 - 역대 최고의 승부가 펼쳐진 결승전

4월 23일, 스프링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이 펼쳐 졌습니다. 대진은 '봄의 맹호' 락스 타이거즈와 '월드 챔프' SKT T1. 두 팀 모두 최고의 기량을 가진 팀이기에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기대 속에 시작된 결승전. 누가 그랬었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 말을 접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양 팀은 '역대급 승부'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멋진 승부를 펼쳤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인만큼, 경기는 슈퍼 플레이의 연속이었습니다. 한쪽이 슈퍼플레이로 앞서 나가나 싶으면, 이에 질세라 반대쪽이 더 멋진 슈퍼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결승전 내내 이어졌죠. '엄청나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했던 경기였습니다.

엄청난 혈전을 펼친 양팀. 결과는 SKT T1의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락스 타이거즈를 그저 '패배한 팀'으로 생각하는 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라는 경계를 넘어, '역대급 경기'를 선물해준 양 팀에게 아낌없는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분명, 결과로 말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의 결승전만큼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멋졌던 승부가 아니었나 싶네요!

▲ 락스가 슈퍼 플레이를 펼치자 (영상 출처: OGN)

▲ SKT도 슈퍼 플레이로 화답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역대급 결승전! (영상 출처: OGN)


[ADIOS] 안녕! - 우리의 홈그라운드, '용산 e스포츠 경기장'과의 작별

2006년 펼쳐진 스타크래프트 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2016 롤챔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용산 e스포츠 경기장은 e스포츠의 성지와 같은 장소였습니다. 이 곳에서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꿈나무들은, 이 최고의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만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죠.

하지만 이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용산 e스포츠 경기장은 더이상 롤챔스 주경기장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크고, 더욱 훌륭한 장비와 시설이 갖춰진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으로 이전하게 되었죠.

이번 경기장 이전은 e스포츠가 더 발전했다는 것을 뜻하기에 의미있는 이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롤챔스와 함께 웃고, 운 추억이 한 두개가 아니니 조금은 섭섭한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더 좋은 곳으로 이전하게 된 만큼, 즐거운 추억만을 가지고 가면 될 것 같습니다.

▲ 안녕, 우리들의 홈그라운드.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