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경기가 시작됐고, 양 팀 선수들은 여느 때처럼 한 줄로 길게 서 있다가 한 팀이 상대 팀 쪽으로 걸어가며 악수를 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되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유니폼을 교환하면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떤 선수들은 서로 포옹하거나 어깨 혹은 등을 톡톡 치는 등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당연한' 행동이 이번에는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금방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평소 현장 취재를 자주 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는 경기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 두 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눈다. 상호 간의 예의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에겐 승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매너와 존중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프로들이 나서는 스포츠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가벼운 악수나 인사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아쉽게도 프로 스포츠를 지향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대회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거의 볼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LCK와 LMS만 그렇다. 유럽에서 진행되는 EU LCS와 북미 지역 리그인 NA LCS에서는 경기 종료 후에 승리 팀 선수들이 패배한 팀 쪽으로 직접 가서 서로 악수를 한다. 중국 LPL 역시 경기가 끝나면 그렇게 한다.

물론, LCK와 LMS는 다른 지역 리그와 달리 방음 부스 안에서 경기를 치른다. 아무래도 경기 종료 후에 승리 팀이 부스 밖으로 나온 다음, 상대 팀 부스 쪽으로 들어가서 인사와 악수를 하고, 다시 그 부스를 나와 자신들의 부스로 돌아오는 것이 번거롭긴 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상호 간의 예의를 보여주는 e스포츠 대회가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오버워치 APEX에서는 경기 종료 후에 승리 팀이 직접 패배한 팀의 방음 부스 안으로 들어가 인사와 악수를 나눈다. 예전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서는 경기 시작 전에 1경기 출전 선수들끼리 대표로 악수를 했고, 경기 종료 후에는 양 팀 모두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두 종목 모두 방음 부스에서 진행됐지만, 프로 스포츠의 기본 요소를 잊지 않았다.

현재 LoL은 전 세계 e스포츠의 중심이 되는 종목 중 하나다. MSI나 롤드컵, 올스타전, IEM 등 국제대회뿐만 아니라 주요 지역 리그에서 열리는 경기들 역시 파급력이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리그는 한국의 LCK인데, 그런 LCK에서 프로 스포츠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인사나 악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매우 아쉽다.

전통 스포츠에서는 경기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 상대방과 인사 혹은 악수를 주고받지 않으면 해당 선수의 프로 의식에 대한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e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롤드컵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한 선수가 상대방의 인사를 어떤 이유에서라도 무시하면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행 중인 LCK에 소홀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