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4강전이 끝나고 이제 올해 최고의 팀을 가릴 롤드컵 결승전만 남았다. 4강전은 모두 압도적인 3:0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상대 팀들도 준비한 전략을 시도했지만, iG와 프나틱에겐 통하지 않았다. 두 팀이 기량면에서 확연히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 경기였다.

그리고 iG와 프나틱은 아직 자신들의 최고치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4강 대결로만 측정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량. 결승전을 끝내야 두 팀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둘의 대결을 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이미 세 번이나 서로를 상대해봤기 때문이다.

마지막 1위 결정전 순간에는 두 팀 모두 자신이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를 들고 싸웠다. 아직 그룹 스테이지 단계임에도 해설진과 팬들이 두 팀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을 정도로 멋진 대결을 펼쳤다. 당시 결과는 프나틱의 승리였지만, 8강과 4강을 거쳐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변화가 생겼을까.


iG - 패기의 밴픽!
피지컬 최강, 우리가 메타를 선도한다



이번 롤드컵을 앞두고 하체, 봇 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만큼 탑과 미드, 정글의 상체 힘을 바탕으로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올라온 G2, C9 역시 상체에서 놀라운 캐리력을 선보이며 4강까지 올라왔으니까.

하지만 4강 전에서 iG와 프나틱은 두 팀보다 강했다. 특히, G2를 상대로 압도하는 iG의 기량은 놀라웠다. 확실한 힘의 차이였다. 피지컬이 중요한 챔피언인 제이스를 앞세워 풀리면 가져가는 아트록스를 찍어눌렀다. 공식 경기에서 자신들이 확실한 챔피언 상성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나아가 G2가 RNG를 꺾었던 라인 스왑 전략까지 완벽히 틀어막았다. '더샤이-루키' 모두 정점의 제이스 활용으로 '원더-퍽즈'의 아트록스와 라인전부터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뛰어난 피지컬과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로 팀에서 원하는 라인전과 밴픽 구도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팀이 바로 iG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정글러 '닝'까지 더 해지면서 iG의 끝은 알 수 없게 됐다. '닝'은 날카로운 갱킹과 이니시에이팅 으로 iG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한타에서 '닝'과 함께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할 수 것이다. 심지어 iG는 상위 라운드에서 피오라를 꾸준히 써온 팀이다. 피오라가 한타에 약점이 있다는 부분까지 상쇄시킬 정도로 피오라의 성장과 다른 팀원들의 활약이 눈부신 팀이다. 상대를 라인전, 스플릿 단계에서 확실히 찍어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밴픽이 이를 증명한다. iG가 더욱 무서운 건 4강 인터뷰를 통해 '제이스를 비롯한 밴픽이 1순위는 아니었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라면 4강에서 보여준 그 이상의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iG의 말에 믿음이 가는 이유는 '루키' 송의진이 플레이로 직접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플레이-인 스테이지까지 선픽, 첫 번째 픽으로는 등장하지 않았던 르블랑이 갑자기 1티어로 급상승했다. KT와 승부를 가릴 마지막 세트에서 꺼낸 르블랑이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경기부터 르블랑이 밴되거나 선픽으로 기용되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루키'가 자신의 손으로 챔피언의 티어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다른 팀들도 먼저 경기를 펼친 iG의 르블랑, 아트록스 카운터인 제이스를 적극적으로 기용할 정도로 롤드컵 밴픽을 iG가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나틱 - "그룹 스테이지 승리는 실력"
쓰러지지 않는 프나틱, 마지막은 항상 승리로!



그런 '루키' 송의진의 르블랑이 유일하게 무리한 플레이를 했다고 평가받는 경기도 있었다. 바로 그룹 스테이지 1위 결정전인 프나틱전이었다. 라인에서 상대 '캡스'의 아칼리의 킬 데스를 0/2까지 만들어놓고 봇 라인 로밍까지 성공해 미드 격차를 벌리며 출발한 르블랑이었다.

하지만 프나틱은 거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봇 라인에서 다시 전투를 벌이자 잘 성장한 iG 역시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는지, 시간을 벌며 탑에서 '뷔포'의 오른이 걸어올 시간을 버는 설계에 나섰다. '루키'의 르블랑이 들어오자, '힐리생'의 라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루키'의 르블랑은 G2전에서 리산드라의 궁극기를 맞고도 어그로 핑퐁이 가능할 정도로 완벽했다. 하지만 프나틱과 경기에서는 아니었다. 먼 길을 걸어온 오른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르블랑을 끊어주면서 결국 프나틱이 한타를 승리할 수 있었다.

이어진 교전 역시 프나틱은 우직한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레클레스'의 이즈리얼이 르블랑의 폭격 속에서 잘 살아남는 가운데, 오른을 활용한 이니시에이팅의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것. 그동안 피지컬과 교전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iG 특유의 경기가 아닌, 균형 잡힌 조합을 선택한 프나틱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흐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프나틱이 무서운 점은 앞선 경기에서 피지컬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간순간 교전에서 보여주는 프나틱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특히, iG전에서 봇 라인의 힘을 확실히 빼놓는 '브록사'의 리 신은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했다. 2렙 갱킹부터 꾸준한 설계로 상대 봇 라인을 터뜨렸다. '힐리생'의 라칸과 함께 한 번 붙잡은 상대는 절대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을 선보였다. 유럽 정글러의 피지컬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있는 '브록사'의 플레이였다.

미드 라이너 '캡스'는 놀라운 근성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1차전부터 '루키' 송의진에게 라인전에서 밀리는 장면이 나왔다. 마지막 순위 결정전, 그리고 '스카웃' 이예찬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끝내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는 선수였다. 순위결정전에서 킬, 데스가 0/2로 시작한 아칼리가 9킬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1/5로 시작한 EDG전 야스오가 바람장막과 궁극기 연계로 팀 한타 승리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라인전만 놓고 보면, 중국팀 미드 라이너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동시에 '캡스'는 LoL이 라인전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끝내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근성있는 선수가 바로 '캡스'라고 할 수 있다.

▲ 2018 롤드컵 '레클레스'의 챔피언, '시비르 6회'

마지막으로 '캡스'와 마찬가지로 제 역할을 소화내는 '레클레스'가 있다. EU LCS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KDA 64가 넘는 트리스타나로 캐리를 담당했지만, 이번 메타에서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초반에는 시비르와 이즈리얼, 자야로 생존에 집중하는 듯했다. 루시안에 드레이븐까지 꺼내 강한 라인전을 추구하는 다른 팀과 확연히 다른 색을 낸 것이다. 대신, '브록사'를 비롯한 팀원들의 도움으로 기회가 찾아오는 순간, 힘을 보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가 단순히 생존한다고 게임을 이길 수 없다. 원거리 딜러 본연의 역할인 후반 한타에서도 '레클레스'의 존재감이 빛났다. 특히, 이번 롤드컵 '레클레스'가 6회로 가장 많이 기용한 챔피언인 시비르가 튕기는 부메랑과 함께 후반 한타를 주도했다. 팀원 말로는 후반 한타의 오더 역시 주로 담당한다고 할 정도로 후반부에 갖는 '레클레스'의 존재감 역시 상당하다.

프나틱은 이렇게 게임 초반-중반-후반부에 활약하는 선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내는 팀이다. 균형 잡힌 게임으로 후반까지 이끌고 갔을 때,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 많은 해외팀들이 노림수를 들고 왔지만, 번번히 프나틱에게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흐름으로 끌고왔다. 이제 iG의 마지막 공격만 다시 한번 받아내면 되는 것이다.

롤드컵이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iG와 프나틱의 조는 '꿀'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팀이 속해있지 않은 조로 프나틱과 iG의 진출이 유력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펼쳐보니 결승 주자가 둘이나 나온 '죽음의 조'로 그룹 스테이지 단계부터 1위를 향한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두 팀의 승자가 곧 롤드컵의 우승팀이 되는 시기. 그룹 스테이지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 8강부터 급격히 성장한 iG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결승전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일정

프나틱 vs iG - 인천 문학 경기장 오후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