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 어느 새 3일 앞으로 다가온 2018년의 올스타. 올해 올스타에선 소소하고 독특한 볼거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LoL 여성 캐릭터 코스프레의 대가(?) '스니키' 선수와 '뱅' 배준식 선수의 합동 코스프레가 진행된다는 것이죠. 마침 동일한 자야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탓에, 의도치 않게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며 올스타에 색다른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과연 '대가'에 맞서는 배준식의 코스프레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요? 지난 주말, 배준식 선수를 만나 코스프레에 얽힌 사연과 준비 과정, 그리고 간단한 올스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대화와 더불어, 서서히 변하는 그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최근 소식들이 많습니다. SKT T1 계약 종료에 이은 100T 이적, 그리고 다시 올스타와 코스프레가 주목받을 시간이죠. 독자 분들께 간단히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100T에서 원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뱅' 배준식입니다.


Q. 물론 개인 방송과 함께 기사가 나가기도 했지만, 이번 코스프레 이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이 이벤트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사연이나 계기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며, 제가 꼭 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어요. 먼저 '올스타에 꼭 가고 싶고, 절 뽑아 주신다면 라스베가스에서 야외 방송을 켜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시청자 분들께서 '그걸론 부족하다. 정말 가고 싶다면 '스니키'와 코스프레를 하던가 해라' 같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저는 '뭐, 하면 하죠!' 라고 했다가, 공공연하게 '뱅이 올스타전 가면 스니키와 코스프레 한대!' 하고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에 이야기 했을 때는 아주 진지하게 생각한 공약은 아니었나 보네요.

: 처음에는 ‘코스프레를 해라’ 라고 하셔서 ‘하면 하지, 뭐’ 정도로 생각했지, 무조건 ‘코스프레 할거야!’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당황스럽진 않았어요. 코스프레를 한다고 했던 것이 빈말은 아니라, 정말 하게 된다면 꼭 하려고 했고요. 각오는 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이 닿는 순간 당황했어요.


Q. 일단 할 의지는 있었는데, 딱히 대책은 없었던 것인가요?

: 그렇죠. 한 달 정도 기간이 있었고, 의상부터 어떻게 제작하는지 다 찾아봤는데 혼자선 도무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와주실 분을 찾으러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기간 내에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혼자 했으면 큰일 날 뻔했죠.



Q. 혹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나 동료, 사무국, 아니면 같이 올스타에 가는 ‘페이커’나 ‘피넛’(+‘벵기’)의 반응은 어땠나요?

: 생각보다 덤덤하더라고요. ‘코스프레 한다며?’ 정도? 의외였죠.


Q. 모쪼록 코스프레 덕에 벌써부터 이목을 끌고 있는데, 주목받는 게 좀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아니면 예전과 다르게 관심을 즐기기로 했나요?

: 맞아요, 요즘은 관심을 좀 즐기고 있어요. 프로가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팬들과 소통하고 관심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즐기고 있죠. 부담스럽기보단 좋아요. 원래는 그런 거 싫어했었는데, 사람이 변하게 되었어요.


Q.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데, 왜 자야인가요? 스니키 선수와 함께 자야-라칸이 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원딜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정말 식스팩 이슈인지…

: 처음에는 스니키가 자야를 코스프레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라칸을 하기로 양보를 했었어요. 전 제가 벌인 일이기도 하니 스니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죠. 그러다가 얼마 뒤에 ‘둘 다 자야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스니키가 제게 말했어요. 뭐, 저도 자야를 하고 싶긴 했어요.



Q. 그렇게 되다보니, 자야 코스프레 대결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 부담은 안 돼요. 애초에 코스프레로 스니키를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승패는 정해졌고, 어떻게 추하지 않게 패배할 것이냐 하는 마음이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Q. 라칸 코스프레가 무산되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친한 선수들 중에서 누가 라칸 코스프레를 하면 어울릴까요?

: 아마도 ‘트할’? ‘소환’? 몸매가 좋아서요.


Q. 트할은 식스팩이 있나요?

: 식스팩은 없어요. 아, 있을 수도 있죠. (웃음)

▲ 스트리머 '박옥자누나 (https://www.twitch.tv/ok_ja)'


Q. (스트리머 ‘박옥자누나’에게) 스니키는 여자친구 분께서 코스프레를 도와주시고, 뱅은 스트리머분들께서 적극 도와 주시기로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든든한 조력자로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박옥자누나: 안녕하세요, 전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박옥자누나’라고 합니다. 코스프레 경력은 올해로 6-7년 정도 되었어요.

: 와, 제 프로 생활이 그 정도인데…


Q. 뱅 선수의 자야 코스프레를 어떻게 맡게 되었나요?

박옥자누나: 저는 코스프레 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뱅의 소셜 미디어에서 코스프레 자문을 구하는 글을 봤어요. 저도 올스타에 참여하는데, 코스프레 팀에서 다리를 놓아주셔서 연락이 가능했어요. 뱅 선수가 꽤나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놀랐어요.

: 당시에 도움을 구하는 글을 쓰고, 올라오는 알림을 모두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눈에 띄셔서 정보를 보니 라이엇 크리에이터 분이신 것 같았어요. 타임라인에 코스프레 관련 게시물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죠.


Q. 현재 코스프레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으며, 가장 중점으로 두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박옥자누나: 현재 전문 의상 제작자분을 통해 자야 의상이 제작되고 있어요. 현장에서는 스트리머분들과 메이크업을 도울 예정이에요. 코스프레의 중점으로는… 스니키는 예쁜 코스프레로 유명하니까, 저희의 중점은 보다 잘생긴 남성 버젼 자야의 매력 발산에 포인트를 주기로 했어요. 어차피 여장으로 승부를 보면 질 것 같으니까요.


Q. (뱅에게) 전문가들과 코스프레를 같이 준비해보니 어떤 기분인가요? 믿음직스럽나요?

: 사이즈를 재는 것도 처음에는 신발이나 허리, 일반적인 옷 사이즈 정도만 알려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팔 길이, 어깨 넓이나 허벅지 윗쪽과 아랫쪽 등 모든 곳을 다 측정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냥 겉에서 코스프레를 볼 때는 멋있다는 느낌만 들었지,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 디테일하며 오래 걸리고 전문적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같아요.



Q. 이번 코스프레 이전에, 코스프레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었나요? 원래부터 좋아했을 수도, 혹은 거리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요.

: 큰 행사 같은 곳에 가면 멋지고 다양하게 코스프레를 하시는 것을 보며 감탄만 했죠. ‘저걸 어떻게 준비했을까? 어떻게 만든 걸까?’ 하고 생각까진 못 했어요. ‘신기하다, 같이 사진 찍고 싶다’ 하고 지나가는 정도. 저도 선수로서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코스프레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정말 당연하게만 본 것 같아요. 이제 그 힘듦을 알 것 같아요.


Q. 현장에서 코스프레와 함께 특별히 계획하시는 퍼포먼스가 있나요?

: 가능하면 의상과 메이크업을 갖춘 상태로 경기를 한다던가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1:1을 할 때 자야 코스프레를 하고 자야를 플레이 하거나요. 가능하면 말이죠.


Q. 혹시 자야 말고도 다른 코스프레에 욕심이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 저는 자야처럼 인간형 캐릭터도 좋지만, 헤카림 같은 괴물형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롤 말고는… 아무튼 판타지스러운 것? 아니면 원피스 같은 애니메이션도 재밌겠네요.



Q. 어쨌든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되었다는 게 재미있네요. 최근에 팬들과 소통을 부쩍 많이 하는데, 계기가 있나요?

: 일단은 해방되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전에 구속당한 건 아니지만… 해방감을 최근에 느끼고 있어요. SKT T1이 워낙 명문이었기에 주목도도 높고, 그만큼 책임질 부분도 많았어서 조심스러웠어요. 아무래도 이제 미국 팀에 가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감정 표현도 말이죠.


Q. 참, 올스타 공약 방송 중 언급되었던 ‘벵기’와의 카지노 방문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나요?

: (배)성웅 형에게 비행기 값, 호텔 값까지 다 대준다고 했는데 귀찮다고 하더라고요. 예약도 제가 다 해주겠다고 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이 형은 데려갈 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아마 갔으면 10시간 내내 슬롯 머신만 당길 사람이에요. 재미있게 놀았을 거예요.


Q. 벵기가 없더라도, 페이커와 피넛과 간만에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네요.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 ‘태양의 서커스’가 엄청 환상적이라고 해서 보고 싶어요. 우선 올스타전의 이벤트도 기대되고요. 그 외의 자유 시간이 있으면 슬롯머신도 해볼 거예요. 블랙잭 게임도 배우고요.


Q. 거기서 게임단을 차릴 정도의 말도 안 되는 대박이 터져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프로 게이머를 계속 하실 생각인가요?

: (웃음) 대박이 터질만한 예산은 들고 가지 않을 거예요. 안전 장치를 걸어 두고 가겠습니다.



Q. 갑자기 궁금한데, 크리스마스에는 뭐 하실 계획인가요?

: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좋아해요. 홍천이 눈도 많이 와요. 제 오두막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요. 트리도 사고, 장식도 하고 캐롤도 틀고 신나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코스프레를 기대하는 많은 팬 분들께 한마디 해 주세요.

: 일단 저보다도 도와 주시는 분들이 열심히 준비해주고 계세요. 저도 최선을 다 해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박옥자누나님도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박옥자누나: 스니키에게 지지 않도록, 추한 패배를 맞지 않도록, 더 노력해서 좋은 코스프레 보여드리겠습니다.


Q. 정말 마지막으로, 같이 코스프레를 하게 된 스니키에게도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 이제 같은 지역 선수로서 라이벌이 될 텐데, 코스프레로 먼저 겨루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합니다. 제가 질 것 같지만, 같이 하는 만큼 승패를 떠나 재밌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메이크업 및 코스튬 서포터: 박옥자누나 (twitch.tv/ok_ja), 소풍왔니 (twitch.tv/yumyumyu77)
의상 및 소품: MDART (http://mdart2016.com/)
총괄: 김연수 Zaka (https://www.facebook.com/lzakalan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