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2일 스페인 팔라시오 비스탈레그레 경기장에서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1경기가 진행된다. LPL 내전으로 성사된 이번 매치는 1시드 펀플러스 피닉스와 3시드 IG가 맞붙는다.

사실 IG가 이렇게까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작년도에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디펜딩 챔피언이긴 하지만, 최근 자국 리그에서 보였던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머 스플릿서 플레이오프권에 들지도 못했고, 선발전을 통해 겨우겨우 롤드컵에 진출했다.

하지만, IG는 만개한 '더샤이' 강승록과 늘 잘해주는 '루키' 송의진을 필두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담원게이밍에 밀려 조 2위를 기록한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경기력만큼은 충분히 증명했고, 그리핀과의 8강에서도 강력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제는 막강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주가 폭등! '더샤이' 강승록
더 강해져서 돌아온 '강 형'

현재까지 진행된 롤드컵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더샤이'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더샤이'는 '루키'마저 부진을 겪던 섬머 시즌에도 팀에서 그나마 폼을 유지해온 선수였고, 이번 롤드컵에서는 그야말로 만개한 실력을 뽐내는 중이다.


우승컵을 거머쥔 2018 롤드컵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던 '더샤이'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돌아왔다. 지난날에는 무력이 특출나게 돋보였다면 이제는 무력과 지력의 밸런스를 맞춘 모습이다. 단점으로 지목되던 무리한 플레이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샤이'의 강함은 지표상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KDA, 골드 수급, 분당 대미지 등 거의 대부분의 수치에서 다른 탑 라이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상대 라이너와 15분까지의 골드 차이 지표는 압도적인데, 무려 1110 골드를 기록했다. 이는 모든 라인을 포함해도 1위다.

IG를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더샤이'는 밴픽 단계부터 골치가 아픈 선수다. 일단, 챔피언 풀이 넓어도 너무 넓다. 지금 메타에 필수인 대부분의 챔피언을 수준급 이상으로 다룬다. 게다가 체급 차이가 조금이라도 난다면 상성을 뛰어넘는 라인전 능력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여전히 믿음직한 '루키' 송의진
롤드컵이 체질인 선수가 있다?

'더샤이'와 함께 IG의 쌍포 캐리 라인인 '루키' 역시 롤드컵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중이다. 섬머 시즌에 겪었던 부진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라인전부터 로밍, 한타까지 늘 그렇듯 빠지는 능력치가 없다. '루키'가 허리 라인을 단단히 붙잡아준 덕분에 이긴 경기도 여럿이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여섯 경기 중 세번이나 오리아나를 선택해 정석을 뛰어넘는 플레이를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보통 대회에서의 오리아나는 수성의 대가라 불리며 수비 능력이 부각된 이미지를 가졌다. 하지만, '루키'의 오리아나는 라인전을 파괴하고, 로밍을 다니며, 한타서는 메인 딜러의 역할을 했다.


물론,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지난 2018 롤드컵과 비교하면 현재 '루키'의 폼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당시 '루키'가 너무 괴물 같은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일 뿐이다. 2019 롤드컵을 맞이한 '루키'는 전세계에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이번 4강에서는 '도인비' 김태상과 중국 최고 미드 라이너의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사실상 펀플러스 피닉스는 '도인비' 원맨팀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 '루키'가 '도인비'의 발을 묶어버린다면 경기는 IG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봇 라인의 부진, 악재 되어선 안돼
폼 회복 시급한 봇 듀오, 감 찾아가는 '닝'?

IG의 상체, 한국인 듀오가 너무 빛나서일까. 하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존재감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봇 듀오 '재키러브'와 '바오란'은 이번 롤드컵 내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힌 '닝'은 그나마 8강서는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봇 듀오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그리핀과의 8강에서 '재키러브'의 존재감은 부정적인 의미로 발휘됐다. 특히, 1세트의 '재키러브'는 최악의 포지셔닝을 연달아 보여주며 자칫하면 패인이 될 뻔 했다. 상체 '야라가스(야스오+그라가스)에 코그모-룰루 조합으로 분명 코그모에게 판이 깔린 경기였는데, 너무 쉽게 상대에게 자신을 노출했다.

▲ 출처 : LCK 유튜브 채널

라인전 단계에서 허무하게 솔로 킬을 허용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아무리 상체가 굳건하다 해도,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라인 솔로 킬은 경기 운영에 있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좀 더 단단하게 라인전과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재키러브'와 '바오란'에게 주어진 과제다.

'닝'은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부터 '리얀'을 대신해 투입됐는데,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무색무취의 '리얀'이 있던 때보다는 확실히 상체 라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보였던 실수에 가까운 판단이나 아쉬운 개인 기량도 어느 정도는 회복된 모습이다. 상체 라인과의 한타 '티키타카'나 리 신으로 상대 원딜을 빼오는 플레이는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닝'이 마주할 '티안'은 LPL에서 '도인비'와 함께 펀플러스 피닉스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다소 잠잠했지만, 프나틱과의 8강에선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때문에 '닝'의 역할이 '루키'와 더불어 굉장히 중요해졌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현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