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을 끝으로 2020 시즌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모두 퇴장했고, 이제는 각 팀 프론트가 총대를 메고 '영입 전쟁'에 나선다.

이번 스토브 리그는 소위 말하는 '명장'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FA 신분이 된 감독이 많은 시즌이다. 특히, 이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감독 여럿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롤드컵 우승 커리어를 보유한 김정균 감독, 최우범 감독, 김정수 감독이다.

▲ 김정균 감독(왼쪽)과 김정수 감독

김정균 감독은 장기간 T1을 이끌며 팀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코치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감독으로. T1이 13번 우승 트로피(롤드컵 3회, MSI 2회, LCK 8회)를 들어올릴 동안 김정균 감독은 늘 함께였다. 2020년에는 7년 만에 T1을 떠나 중국의 비시 게이밍에 입단했는데, 지난 9월로 팀을 나왔다.

2020 스프링 스플릿을 끝으로 휴식 중인 최우범 감독은 진정한 '원 클럽 맨'이었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 전향 후 감독이 되기까지 줄곧 삼성(현 젠지 e스포츠)을 지켜왔다. 2014년과 2017년, 각각 코치와 감독으로 롤드컵 우승을 달성했고, LCK에서도 두 번 우승했다. 사임 후 개인 방송으로 간간히 소통하던 최 감독은 8월 말 "본업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공지글을 올린 바 있다.

김정수 감독은 위의 두 감독과 반대로 매해 소속팀을 옮겨다니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동시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롤드컵 무대에 올랐다. 특히, IG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갓 승격한 담원게이밍으로 이적해 롤드컵 8강을 기록하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2020 시즌 합류한 T1에서는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예정보다 빠르게 팀을 나오게 됐다.

▲ 최우범 감독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PL 진출 루머가 돌았던 최우범 감독은 예상과 달리 국내에 남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휴식기 동안 국내외 가리지 않고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고, 새 감독을 원하는 팀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이기도 하다는 후문이다. 김정균 감독과 김정수 감독 역시 이름값에 걸맞게 여러 팀에서 거론됐으나, 몸값이 워낙 높아 금액적으로 한계가 있는 국내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세 감독 외에도 새로운 팀을 찾고 있는 감독이 많다. 한때 T1 LoL 팀을 이끌었고, 이후 T1 PUBG 팀과 도타2 팀의 첫 감독을 맡았던 최병훈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T1과 완전히 결별했다. 담원게이밍을 창단한 김목경 감독도 휴식 중이다. 게임 외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팀이라면 두 감독 모두 충분히 고려할만한 후보다. 일부 관계자는 김목경 감독이 LCK 한 팀에 새 거취를 마련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 김목경 감독

LCS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감독 중에는 복한규 감독과 김상수 감독이 이적 시장에 나왔다. 2016년부터 C9에 몸담은 복한규 감독은 매년 롤드컵에 진출해 LCS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올해 롤드컵 진출에 실패하면서 4년 만에 팀을 나왔다. 김상수 감독은 2017 임모탈스부터 시작해 여러 LCS 팀을 거쳤고, 올해는 CLG에서 1년을 보냈다.

한편, LCK 프랜차이즈 우선 협상 대상 10개 팀 중 현재(11월 1일 기준) 감독 자리가 공석인 팀은 감독 대행 체제인 젠지 e스포츠, 일찌감치 감독을 떠나보낸 T1과 샌드박스 게이밍 총 세 팀이다. 이밖에도 프랜차이즈 시대를 맞아 감독 교체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팀도 분명 나올 것이다.

과연, 어떤 팀이 어떤 감독과 함께 LCK 프랜차이즈의 첫 해를 맞이하게 될까. 팀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감독의 역할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명장을 잡기 위한 프런트 간의 치열한 쟁탈전,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