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가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절반을 지난 현재, 예상을 벗어난 양상이 많이 펼쳐진 1라운드다. 스프링 하위권인 팀들의 약진이 눈부시기도 하고, 반대로 스프링 상위권 팀들이 지금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올해 롤드컵은 LCK 지역에서 최초로 4장의 티켓을 보유했다. 한 자리가 늘어난 만큼 경쟁이 엄청 치열한데, 서머 스플릿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기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보여준 LCK 팀들의 행보와 앞으로 있을 가장 중요한 2라운드에 대한 예측을 LCK 코멘터리 & CL 해설위원인 고수진 해설위원을 통해 들어봤다.



젠지 e스포츠 7승 1패 1위

현재 가장 약점이 없는 팀처럼 보인다. 스타일이 약간 느릿느릿할 수 있지만 라이너 힘이 굉장히 강하다. 다른 팀들도 젠지를 가장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다. 담원 기아에게 한 번 졌지만,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타이밍의 패배가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룰러' 박재혁이 사용하기 편한 원딜들이 요즘 자주 등장해 젠지의 승리 시나리오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게임 템포를 많이 땡겨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과감하게 몰아치고 파괴적인 모습까지 겸비해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1황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바텀 다이브를 시도한다고 했을 때, 100%를 만들어서 시도하는 팀이 있는 반면, 70%의 확률을 가지고 다이브를 시도하는 팀도 있다. 젠지는 전자의 느낌이다. 그런데 더 고점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후자의 다이브를 정교하게 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요즘 LPL은 대체로 후자의 다이브 느낌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개념을 파괴한다. LCK를 보는 분들이라면 많이 들었을 기본 중의 기본, 대각선의 법칙도 LPL에서는 무조건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상대 정글이 만약 블루에 있다면, 탑이 딜교환을 시도한 뒤 상대 정글을 부르게 만들고, 오기 전에 잡고 빠지는 각까지 본다. 극한의 이득을 많은 시도를 통해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담원 기아 6승 3패 2위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강팀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폼이 떨어져도 바텀에는 '고스트' 장용준 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현재 폼이 불안하긴 해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분발해야 하고, 어서 폼을 끌어올려야 하는 건 맞지만, '고스트'의 잘못 지분에 비해 과한 질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칸' 김동하의 폼은 너무 좋다. 제 2의 전성기다.

바텀만 빠르게 올라오면 된다. 기본적인 라인전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고스트' 뿐만 아니라 '베릴' 조건희의 실수도 작년보다 늘었다. 바텀의 복합적인 문제를 둘에게만 해결하라는 건 어려울 수 있고, 정글이나 미드의 도움을 조금만 받아도 금방 극복할 선수들이다.

'캐니언' 김건부의 피지컬은 너무 좋고, 싸우는 구도가 되면 정말 든든한 정글러다. 개인적으로 정글 캠프가 15초 늘어난 게 엄청난 큰 변화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메타도 정글러는 여전히 성장이 중요하고, 팀의 설계에 따라 초반 방향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농심 레드포스 6승 3패 3위

'피넛' 캐리. 한마디로 정리된다. '피넛' 한왕호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정글러 중에서 자신의 주관이 가장 뚜렷하고, 변수 창출 또한 1위인 정글러다. 게임을 이기는 법도 확실히 알고 있으며, 전체 흐름에서 조합을 봤을 때 어느 라인을 이겨야 그 라인의 힘으로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가장 날카롭고 빠르다.

'고리' 김태우는 쵸비와 대결에서 압도적인 패배가 뼈아프다. 아직 증명할 게 남았다. 정글러가 든든해서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면도 있다. 그래도 POG 포인트 등, 평균 실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느낌인데, 더 잘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바텀 '덕담-켈린'은 여전히 좋다. '켈린' 김형규가 너무 잘한다. '리치' 이재원은 조금 아쉽다. 라인전이 불안하다. 운영-한타의 강점은 라인전을 이겼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리브 샌드박스 5승 4패 4위

리브 샌드박스는 한타에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누가 제일 잘하냐를 살펴보면, 일단 다섯 명이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조직력이 뛰어난 모습이다. 특히 '에포트' 이상호와 '서밋' 박우태가 특출나다. '서밋'은 상대를 빨아들이면서 각을 만드는 능력이 발군이다.

에포트는 예전에 중요할 때마다 잘리거나 스킬 미스로 인해 팀을 손해 보게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중요할 때마다 점점 잘해진다. 한타를 다시 돌려보면 스킬의 섬세함이 굉장히 좋아졌다. 간단히 말해 실수가 줄고, 고점이 높아진 느낌이다.

'페이트' 유수혁은 작년 르블랑 플레이를 보며 '피지컬이 장난 아닌데?'라고 느꼈던 선수다. 그만큼 잘하고 있다. '프린스' 이채환은 솔직히 시즌 초반엔 조금 실망스러웠다. 예전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에는 진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딜이 해야 할 플레이를 잘 해주고 있는데, 이것 또한 서포터가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나올 수 있는 모습이다.

'크로코' 김동범은 신인치고 신인답지 않다. 신예 정글러들의 특징 중 하나가 팀에게 이끌려, 정글 성창 차이가 나고, 이도 저도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이 나오는데,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정글러다. 팀과 연계도 잘 되는 느낌이다.

단점은 체급이 조금 낮다? 지금도 스프링에 비하면 잘해주고 있으나 조직력이 좋은 것이지, 선수 개인의 면모를 따졌을 때, 1~2위 팀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라인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아프리카 프릭스 5승 4패 5위

원래 잘했어야 하는 팀이다. 길을 많이 돌아가고 있다. '플라이' 송용준의 라인전도 준수해졌고, '기인' 김기인은 말할 필요가 없겠고(웃음). '드레드' 이진혁이 신예 시절에 전형적인 스스로 말리는 경우가 많던 선수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졌다.

'레오' 한겨레는 예전에 봤을 때 뭔가 플레이에 힘이 없어 보였는데, 요즘은 확실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라인전부터 뭔가 먼저 상대를 치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초반 설계가 정말 좋은 팀이다. 리브 샌드박스와 경기에서 초반에 바텀 다이브를 깔끔하게 했던 경기가 있는데, 보면서 정말 놀랐다.



T1 4승 4패 6위

'커즈' 문우찬의 날카로운 맛이 떨어져 보인다. '칸나' 김창동도 많이 불안하다. 이겨줄 땐 이겨주는데, 크게 휘청거릴 때가 있다. 안정감이 필요하다. 탑 라이너에게 안정감은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탑 1:1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T1이라는 거대한 이름값이 선수들을 조금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워낙 인기가 많은 팀이고, 잘해야 본전인 느낌이 강하다. T1 선수들이 잘하는 부분도 많지만, 다른 팀 선수들도 발전하고 있다.

'케리아' 류민석은 늘 1인분 이상을 해주는 느낌이다. '커즈' 문우찬만의 뚜렷한 장점을 보여줬으면 한다. 내부 인원이 아닌 이상 정확한 문제를 단언할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같은 각을 바라볼 때 폭발력이 나오는 법인데, 그 콜이 갈리는 것인지, 아직 합에 대해 맞춰가야 할 게 많은 것인지, 어긋난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교체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쭉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고점은 지금 멤버가 제일 낫다.



한화생명e스포츠 4승 5패 7위

'쵸비' 정지훈이 본인이 잘 하는 걸 팀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개인만 성장을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은 드물다. 최근엔 콜도 많아졌는데, 이제는 이끌어 줄 수 있는 역할을 시도하는 것 같다.

한화생명은 '데프트' 김혁규의 실수로 그르친 경기가 좀 있다. '데프트'의 게임 플레이 자체가 상대방을 라인전부터 찍어누르는 스타일 이었는데, 그런 점을 상대에게 읽혀서 갱킹으로 잡아 먹힌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을 줄이고 아군들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라인전에서의 완급 조절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한화생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상체, 정확히는 탑-정글이 가장 문제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글러는 기본적으로 라이너를 풀어주는 역할이지만, 라이너를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은 '쵸비'다. 순위는 낮지만, 사실 더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는 팀이고, 순위는 더 올라갈 거라고 본다.

kt 롤스터 3승 6패 8위

'노아-하프' 바텀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라인전을 질 때 어느 정도 차이로 지냐도 중요한데, 비율로 따졌을 때, 2:8과 4:6은 어마어마하다. 그 차이가 팀 게임에서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7월 8일 경기 전 기준)3승 5패지만, 꾸역승의 3승이 아니라 정말 파괴적인 3승이라 앞으로 더 잘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경기력 자체가 나쁘진 않다. '도브' 김재연이 정말 잘해준다. 단순히 라인전을 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게임 메이킹 능력이 뛰어나다. 에이스의 덕목을 지녔다. 사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는 아닌데, 도브'의 재발견이다.

덕분에 '도란' 최현준의 안정감도 올라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점들이 계속 좋은 시너지를 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승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프레딧 브리온3승 6패 9위

'라바' 김태훈의 캐리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요즘에 탄력을 받을 수 있던 것 중 하나로 아마추어 때부터 르블랑으로 유명했는데, 쓸 수 있는 타이밍에 가끔 꺼내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포인트였다. '엄티' 엄성현의 초반 설계는 수준급이다. 그런데 가끔씩 쓰로잉 같은 플레이가 나오곤 했던 것이 단점인데, 그런 부분도 많이 줄었다. '엄티'는 리더형 정글러라 이기고 있을 때 굴리는 걸 정말 잘한다.

'딜라이트' 유환중은 정말 잘한다. 이니시에이팅도 확실하고, 콜도 뛰어난 선수 같다. 무엇보다 프레딧 브리온은 팀적으로 참 보기 좋은 팀이다. 팀 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팀이랄까? 체급이 조금 낮긴 하지만, 1위도 방심할 수 없는 한 방이 있는 팀이다.

DRX 1승 8패 10위

'솔카' 송수형의 폼이 좋지 못하다. 초중반까지 잘 풀려도 상대에게 내준 경기도 많다. 플레이에 안일함이 느껴진다. '표식' 홍창현은 나름 역할을 해주고 있다. 노련함이 생겼는데, 팀의 성적 때문인지, 조금 더 이득을 보려다가 무리해서 죽는 경우가 나온다.

사실 바텀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교체가 된 것 같고, 새로 올라온 바텀 듀오 중, 원거리 딜러인 '태윤'이 뛰어나다. 긴장을 많이 할 것 같아 그게 큰 변수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오-베카'의 폼이 살아나면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DRX의 경우, 밴픽적인 부분도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씨맥' 김대호 감독이 본인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를 줘보기도 하는 등, 칭찬할 부분이다. 그러나,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니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