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에픽게임스 지사장

2015년은 에픽게임스코리아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였다. 먼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유니티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넷게임즈의 HIT가 성공하면서 언리얼엔진4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드코어 이상급 RPG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트리플 A급 대작은 '언리얼엔진'이라는 등식을 다시 이끌어 냈다.

내부적인 이슈도 있었다. 에픽게임스코리아는 최근 삼성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논현동으로 새로 사옥을 이전했다. 항상 바쁜 그였지만 덕분에 올해는 특히 더 바빴다. 박성철 에픽게임스코리아 지사장과 인터뷰는 지난 4일 이루어졌다. 조용하게, 그러면서 묵직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2016년 각오를 들어봤다.




에픽게임스코리아-논현동으로 신사옥 이전

지난번 신년회 때 한번 온 적이 있었는데 페인트 냄새가 많이 빠졌네요

네(하하). 그땐 아직 세팅이 덜 되어 있어서 냄새도 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제법 좋은 향이 나죠?


이전 작업 때문에 바빴을 것 같은데 새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직원들이 행복해 보이는 게 가장 좋아요. 늘 마음속에 있던 개인적인 바람이었는데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일이 즐거워야 결과물도 좋게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죠. 계획은 항상 하고 있었는데 여건이 안됐어요. 처음엔 지금 인터뷰하는 이 공간만 한 사무실에서 3명이서 일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7년이 걸렸네요. 지금은 너무 뿌듯하고 기쁩니다.


인테리어도 신경 많이 쓴 것 같아요. 특히 1층 공간은 좀 놀랐어요. 카페테리아 느낌도 나고요

자주 이사하다보니 인테리어하는 것도 좀 느는 것 같아요(하하). 회사는 작지만 큰 회사 못지않게 복지나 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1층 라운지 보셨을 텐데요. 그런 공간을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는데 예전엔 여유가 없었거든요. 사옥 이전하면서 하나씩 다 세팅하면서 만들었는데 이제 마음이 좀 후련하네요.


▲에픽게임스코리아 1층 카페테리아 모습


신규 인력 채용도 같이 진행 중인데 어떤 인력을 뽑고 있나요?

=파라곤 국내 서비스를 위한 인력을 뽑고 있습니다. 게임 퍼블리싱 헤드급은 다 뽑았고 테크니컬 프로듀서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를 뽑고 있어요. 테크니컬 프로듀서는 모집 요강에도 나와 있지만 PC 온라인게임의 한국 서비스를 위한 각종 기술 지원를 비롯해 PC방 정책, 과금,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입니다. 마케팅 쪽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중요하고요. 부디 좋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네요.


에픽게임스가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요?

게임과 에픽에 대한 열정은 기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 유심하게 보는 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열린 마음, 내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관심을 갖는 태도.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는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에픽게임스코리아 사무실 모습

면접 때 특별히 하는 질문은 없나요?

저는 오히려 저희 회사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해요. 질문 내용을 보면 회사에 대한 관심도나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알 수 있거든요. 인재상이라면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은 평균 100점 정도 내는데 150정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고 해봐요. 그런데 특정 언사나 태도가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해서 전체 팀의 퍼포먼스를 깎아 먹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겠죠.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그런 사람은 원치 않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에픽게임스코리아에는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언리얼엔진4-"무료화 이후 사용자가 40배 늘었다"


2015년에 에픽게임스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작년 성과에 대해서 자평을 하자면요.

우선 실제 언리얼엔진 사용자 수가 늘어난 게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언리얼엔진 대중화가 된지 만 2년이 되어가는데요. 2년 전에 비해 약 15배 정도 이용자가 늘었어요. 무료화로 바꾼 다음부터는 40배 정도 늘었고요. 실제로 언리얼 서밋을 개최했을 때 그걸 느꼈어요. 저도 이 바닥 생활을 꽤 오래해서 모르는 개발사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명함을 받아보니 모르는 개발사 천지더군요. 신청한 개발사도 굉장히 많았는데 뭔가 새로운 흐름이 오고 있다는 걸 느꼈죠.

아쉬웠던 부분을 하나 꼽자면 언리얼엔진 요금제에 대한 안내에요. 많은 행사를 통해 알렸다고 생각했지만 맞춤형 요금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개발사들도 많더라고요. 또 하나는 에픽게임스 본사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활동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지사에는 발 빠르게 데이터 업데이트를 하지 못한 부분이에요. 대신 저희는 오프라인 이벤트로 행사를 굉장히 많이 진행했는데 올해는 온/오프라인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에픽게임스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언리얼엔진을 모바일게임에서 도입하는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본사에서 직접 디렉션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지사에서 저희끼리 의논해가며 결정한 내용이거든요. 그땐 퍼즐이나 캐주얼게임이 유행했던 시절이었는데 "곧 액션성이 강화된 모바일 RPG가 나오기 시작할텐데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땐 저도 뛰어다니면서 모바일게임에 언리얼엔진을 담기 위해 개발자들과 진짜 이야기 많이했었죠.

'블레이드' 성과가 대단했죠. 언리얼엔진3로 2012~2013년 사이에 준비를 했는데 액션스퀘어가 엔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덕분에 첫 성과가 굉장히 빨리 나왔죠. 다만, 언리얼엔진3는 분위기를 제대로 타기 힘들었던 게 당시 안드로이드 지원이 잘 안됐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언리얼엔진4가 나오면서 완전히 모바일게임엔진으로 최적화가 잘 되었는데요. HIT가 또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잘 타고 있죠. 공교롭게도 언리얼엔진3,4 첫 모바일게임들이 다 성과가 좋았네요.


모바일게임 엔진으로 언리얼엔진4를 선택한 게임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라고 분석하시나요.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모바일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2013년에 에픽게임스코리아도 고민을 많이 했죠. 언리얼엔진 자체가 모바일에서도 괜찮다는 말은 많이 했는데 언리얼엔진3에서는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리얼엔진4가 나오자마자 무료화로 전환했고 그게 불이 잘 붙어서 지금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

블레이드와 HIT 같은 간판 타이틀의 성과가 컸죠. 퀄리티가 뛰어난 트리플 A급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까지 거뒀다면 개발자들, 소비자들, 게임에 소속된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 움직이거든요. 가격정책, 엔진 퀄리티 다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해당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의 성과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HIT는 그동안의 모바일게임하고는 선을 그을 정도의 퀄리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체적인 게임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바일에서 돌아가는 그래픽면에서는 우리가 예전부터 말했던 PC온라인 수준의 그래픽을 모바일로 담았어요. 이거 가지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일반 사람들도 이제는 가짜 그림자인지 리얼타임인지 다 구분하더라고요.

▲언리얼엔진4로 개발한 HIT,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유니티 위주로 게임을 개발하던 넷마블과 멀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일반 계약과 다른 부분이 있나요?

맞춤형 라이센스 계약의 일부인데 어떤 조건인지는 계약상 비밀이에요. 언리얼엔진은 회사의 규모나 프로젝트 단위에 따라 여러가지 맞춤형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상담하시면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 텐데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많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언리얼엔진4가 트리플 A급 게임을 위한 엔진이라는 인식에 대해서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트리플 A급 게임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시간, 노력, 비용이 투자돼서 그 결과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타이틀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런 게임에 언리얼엔진이 쓰였다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겠죠. 언리얼엔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져서 "트리플 A급 게임이 쓴 엔진으로 나도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개인이 언리얼엔진4를 쓰기 위해서 에셋스토어가 좀 더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니티와 비교하면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이 보이거든요.

저희 마켓플레이스가 아직 활성화는 많이 안됐죠. 그부분은 저희도 노력해야하는 부분이고요. 지금 많은 작품들이 언리얼엔진4로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내년 정도면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엔진을 소스코드까지 전면적으로 개방한지가 그렇게 길진 않으니까 분명 내년 정도엔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해결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저희 강점 중에 하나가 트리플 A급 기술데모의 에셋을 전부다 풀어버리거든요. 이런 에셋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게임에다가 바로 적용할수도 있어요. 저희가 실제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니깐 그런 부분에서는 다른 회사보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언리얼엔진3때는 좀 달랐어요. 저희가 공개는 하는데 레퍼런스로만 참고할 뿐 상업적으로 쓸 순 없었어요. 지금은 전부 오픈되어 있죠. 에셋스토어도 점차 경쟁력을 찾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HIT 개발한 박용현 대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확실히 좋은 엔진인데 레퍼런스가 없어서 개발하기 힘들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HIT는 언리얼엔진4의 첫 게임이다 보니 아마 그럴 거에요. 실제로도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정도 퀄리티의 게임이 언리얼엔진4로 나온 것은 처음이니까. 개발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거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냥 처음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서 그다음부터는 레퍼런스가 생기면 더 나아질 거라 보고 있어요. 대신에 남들보다 고생한 만큼 선점 효과도 있으니까요. 지금 잘되고 있잖아요(하하).



신작 MOBA '파라곤'- "다음 세대의 게임이 된다"


신작 파라곤 이야기로 넘어가 볼께요. 첫 공개 당시 조금 놀랐습니다. CG급 그래픽인데 리얼타임으로 게임이 돌아가던데요.

저도 사실 영상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이런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같은 지붕에서 함께 일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고 할까요.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 봐도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은 없었거든요. 파라곤 개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광고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퀄리티 그래픽을 실제 게임으로 만든다" 정도는 들었어요. 제가 에픽에 7년 일하면서도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됐습니다.


[▲ 에픽게임스 신작 '파라곤' 게임 플레이 영상]

워낙 그래픽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와 이제는 그래픽으로 충격 주기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확실히 파라곤은 달랐어요.

에픽은 엔진 만드는 회사기 때문에 영상에서만 볼 수 있는 CG를 만들지 않아요. 그럼 에픽게임스가 CG회사였겠죠(웃음). 앞으로 공개되는 정보를 보면 더욱 놀랄만한 내용도 많을 겁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이후 크게 히트한 PC온라인게임이 없어요. 파라곤이 좀 해소해줄 수 있을까요?

저도 기대를 많이 걸고 있습니다. 파라곤이 공개되었을 때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스마이트(SMITE)'라는 게임이 많이 거론되었어요. 같은 MOBA장르이기도 하죠. 파라곤은 단순히 특정 게임을 뛰어 넘는다고 하기보다는 다음 세대의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그래픽 기술력에서 차이점을 먼저 만들어냈고요. 게임성을 갖추는 것은 다음 스텝일텐데 차차 보완해 나가겠죠.


국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신데 혹시 올해 테스트를 해볼 수 있을까요?

저도 기쁜 소식 전해드리고 싶은데 아직 어떤 답변을 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본사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게이머의 입장에서 파라곤이 빨리 나와서 PC온라인 시장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016년 에픽게임스코리아의 각오나 목표에 대해 알려주세요.

음 글쎄요. 언리얼엔진을 쓰는 사람들이 지금의 2배 정도?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언리얼엔진이 무료화 되면서 활용도가 굉장히 늘었거든요. 해외에서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쪽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많은데 국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 언리얼엔진은 영역을 거의 구분 없이 확장하고 있어요. 최근 전기자동차 만드는 테슬라에서도 언리얼엔진을 다루는 엔지니어를 뽑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많이 생기면 올해는 비게임 분야에서 언리얼엔진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저희가 더욱 노력해야 하는데요. 2016년은 에픽게임스에게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직하게 가려고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