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대훈 STUDIO HG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한대훈 STUDIO HG 대표는 마비노기, 블레이드 앤 소울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아티스트로 활약해왔다. 현재는 1인 게임 개발자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개발작 ‘스매싱 더 배틀’은 오큘러스 리프트 런칭작에 선정, 기어VR과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바 있다. 또한, 최근 모바일 버전의 경우 유료 게임과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와 노하우가 풍부한 매직큐브와 손을 잡고 출시했다.

화제의 1인 개발작, '스매싱 더 배틀'을 직접 개발한 STUDIO HG의 한대훈 대표는 8일 진행된 IGC 2016 셋째 날 행사에서 '스매싱 더 배틀 출시 이후 벌어진 일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안드로이드 및 iOS로 동시에 모바일 버전이 출시된 것을 합하면, 오큘러스 리프트와 스팀, 기어VR까지 총 네 종류의 플랫폼을 통해 '스매싱 더 배틀'이 출시된 셈이다. 스팀으로 게임이 출시된 지 이제 5개월, 과연 한대훈 대표는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까? 1인 개발자의 출시 이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강연 주제: 스매싱 더 배틀, 출시 후에 벌어진 일들


⊙ 첫 플랫폼, 오큘러스 리프트 출시 이후

옛날 옛날, 한 아티스트가 살았습니다...

전래동화 도입부 같은 구절로 시작된 이야기는 퇴사를 결심하고 1인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한 아티스트가 주변의 핀잔을 극복하고 무사히 게임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세션은 이제 개발자가 된 그 아티스트의 무사히 게임을 출시한 뒤의 이야기이다.

스매싱 더 배틀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런칭 타이틀로 정식 런칭이 된 이후, 한대훈 대표는 VR 게임을 계속 개발하고 싶지만 아직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런칭 이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해보려는 찰나에 갑작스럽게 투자 제의를 받게 된 그는 이후 안정적인 VR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투자를 받고, 투자금을 이용해 1인 개발에서 벗어나 회사화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투자 유치와 함께 회사화를 결정한다는 것은 한대훈 대표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간 오큘러스 리프트의 혹독한 출시 QA 과정을 거치며 이미 피로했던 그는 투자와 관련해 여러 차례의 미팅을 진행할수록' 어른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으며, 개발의 첫 목표였던 '출시'를 달성하고 나니 세상 모든 것이 허무하게 보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허무함은 자신으로 하여금 오큘러스 리프트 이외의 다른 플랫폼으로의 발매를 취소할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플랫폼을 포기하기에는 VR게임 시장은 고성능의 PC를 요구하고, VR 기기가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등 접근성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대훈 대표는 자신이 열심히 개발한 게임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스매싱 더 배틀'의 스팀 버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 두 번째 플랫폼, 스팀으로의 출시

그렇게 2016년 5월 16일, 1인 개발사 STUDIO HG의 '스매싱 더 배틀'은 스팀에 출시된다. 하지만, 국내 심의 문제로 인해 한국어 자막을 포함시킬 수 없었고, 이러한 문제는 한대훈 대표로 하여금 국내 홍보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했다. 그는 이렇다 할 홍보 없이 트위터를 통해 출시 소식을 전달하는 정도만 하기로 결정했다.

스팀 커뮤니티 유저들의 가장 많은 요청은 해상도 조절과 키 세팅을 변경하게 해달라는 것. 모바일 플랫폼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은 미처 생각할 수 없던 것이었다. 결국 인게임 옵션을 구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 한대훈 대표는 유니티 런처를 이용해 몇가지 옵션을 추가하게 된다.

스팀 출시 이후 구입 국가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일본, 2위는 미국, 3위는 중국이며 그다음으로 한국이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이 구입 국가 순위권에 들어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일본이 1위를 한 것이 가장 의외의 결과였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스매싱 더 배틀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그것은 스팀 출시 하루 전, 한대훈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게임의 일본어 스크린샷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트윗은 일본어로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였는데, 일본의 게이머들과 아티스트들을 통해 엄청나게 리트윗이 된 것이었다.


"주인공들이 다 안경을 쓰고 있어!"

이것이 바로 일본의 게이머와 아티스트들이 '스매싱 더 배틀'을 리트윗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이후 일본에서 '스매싱 더 배틀'은 통칭 메가네 게임(안경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고, 여러 가지 팬아트가 그려질 정도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한대훈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안경 캐릭터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구매 순위 4위를 기록한 한국의 경우도 의외였다. 한대훈 대표는 "아마도 많은 여러분들이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니 무조건 한글을 지원할 줄 알고 구매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한글도 없는 게임 구입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고, 심의법이 개정되는 즉시 한글 자막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스팀 출시 이후 다양한 팬아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 '다양한' 팬아트가...

⊙ 세 번째 플랫폼, 기어 VR로의 여정

'스매싱 더 배틀'의 첫 출시 이후, 어른의 세계를 맛보게 해줬던 투자사와 이야기도 잘 진행이 되어 VR 게임 전문 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갖게 된다. 그렇게 본격적인 VR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리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플레이타임 10분 미만의 간단한 VR게임 '스매싱 더 건파이트'를 제작하게 된다. '스매싱 더 배틀'의 리소스를 100% 활용한 VR 게임으로 제자리에 서서 여러 조작을 할 수 있는 간단한 VR게임이었다.

'스매싱 더 건파이트'의 경우 목표로 잡았던 개발 기간은 2개월, '스매싱 더 배틀'의 모바일 버전을 준비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그 와중 오큘러스 코리아에서 "기어 VR 버전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는 제의가 들어왔다.

사실, 오큘러스 코리아 몰래(?) 기어 VR을 이용해 게임을 구동해본 적이 있는 한대훈 대표였다. 하지만 쉐이더 등 각종 요소들을 전부 제거하고 구동을 해봐도 전투 시에 30프레임 이상의 퍼포먼스를 확보할 수가 없었다. VR게임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60프레임 이상의 퍼포먼스는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최적화를 실패할 경우 모바일 버전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시간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기어 VR' 버전을 포기하고 모바일 버전 준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이 때 오큘러스 코리아에서 제안을 하게 되는데, 기어 VR을 위해 최적화 작업을 하는 기간 동안 개발비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플랫폼인 기어 VR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기어 VR용 '스매싱 더 배틀'같은 경우는, 오큘러스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토리모드를 삭제하고, 보다 아케이드 게임 스타일로 방향을 수정했다. 기존 게임같은 경우 첫 번째 캐릭터의 스토리를 클리어해야만 다음 주인공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반면, 기어 VR 버전은 처음부터 두 캐릭터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바뀐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적화를 위해 쉐이더와 그림자, 텍스처 사이즈 등 또한 희생해야 했다. 기본 60fps 퍼포먼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것

기어 VR버전을 개발하는 도중에도 회사 설립을 위한 투자사와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는데, 한대훈 대표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을 계속해서 그려나갔다고 전했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 문득 그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정말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돈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지금처럼 제멋대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내 물건의 지분을 100% 갖고 있기 때문이죠. 투자를 받는 순간 눈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투자를 받게 되면 안정적인 개발 여건을 확보할 수 있고, 더 이상 혼자 개발하지 않고 동료와 함께 작업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것들은 정말 큰 발돋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투자를 받지 않으면 지금처럼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기로에서 한대훈 대표는 결국 투자를 받지 않는 쪽을 택한다. 이렇게 망설이는 상태로는 자신도 힘들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사에게도 피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 이제 테스트용이 아니다. VR 신작 '오버턴(OVERTURN)'


투자를 받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 이후, 기술 테스트를 위해 개발하고 있었던 '스매싱 더 건파이트'는 이제 더 이상 테스트용 게임으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 이제 먹고살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 된 것. 한대훈 대표는 자신이 투자를 받아 창업 후에 만들고자 했던 차기작으로 구상중이던 시나리오와 콘텐츠, 콘셉트 등을 적절히 끌어와 '스매싱 더 건파이트'에 살을 붙이고자 했다.

당초 계획했던 게임은 1인 개발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테스트 게임의 스펙을 플레이타임 2시간 분량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바꾸고, 대응 플랫폼도 3종으로 늘리는 등의 구상을 시작했다. 게임의 이름 또한 새롭게 지었다. 이제 테스트 게임은 '스매싱 더 건파이트'가 아닌 '오버턴'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가지 더, 이곳 'IGC 2016'에서 첫 번째 시연을 가지기도 했다.


⊙ 모바일 버전 출시, 그리고 '노출'에 관하여

최근 출시한 모바일 버전 '스매싱 더 배틀' 같은 경우는 대중적인 난이도와 접근성을 목표로 하여 제작됐다. 출시 초기부터 안드로이드와 iOS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고, 이를 위해 백 버튼이나 랭킹, 모든 화변 비율에 대한 네이티브 지원 등 피쳐드를 위한 항목을 미리 작업을 해 두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지금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특히 한글을 지원하지도 않는 스팀 버전을 사랑해주신 유저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감사 메세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모바일 버전으로 와서 가장 바뀐 특징은 아무래도 캐릭터의 노출 요소를 줄인 것이다. 아무래도 선정성 이슈가 불거지는 세상이기도 하고, 세상이 이러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면 앞으로 다시는 시대가 역행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라면 이러한 변화에 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대훈 대표는 전했다.

"딱히 복장의 노출도에 대한 이유가 없어요. 왜 캐릭터가 벗고 있어야 하는지 게임 속에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건 너무 궁색하죠. 이제 차기작을 위해서라도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1인 개발자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

모바일 버전 출시를 끝으로, 한대훈 대표는 당초 계획했던 모든 플랫폼으로의 출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모바일을 제외한 매출 순위는 스팀, 기어VR, 오큘러스 리프트 순. 딱 기기 보급 대수 순서와 같은 매출 순위를 보였고, 멀티 플랫폼 전략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1인 개발자가 전업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차기작 개발이 가능한 수익을 달성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스매싱 더 배틀'의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는 보통. 많은 유저들은 반복적인 콘텐츠와 인디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난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기작에서는 이러한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스매싱 더 배틀'의 멀티 플랫폼 출시를 마치고 난 뒤에는 회사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게임을 만드는 재미는 알아버렸죠. 게임회사를 13년동안 다니는 동안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발자로써 성장하는 제 모습을 지켜보기에도 아주 적합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차기작 또한 1인 개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 강연의 전체 내용은 추후 강연 영상을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