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문화기술대학원 정마태 강연자]

  • 주제: 게임음악에서의 효과적인 미디 오케스트레이션 구현하기
  • 강연자 : 정마태 - 상명대학교 문화기술대학원
  • 발표분야 : 비주얼아트&사운드
  • 권장 대상 : 게임음악 입문자, 게임음악 종사자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보통 MMORPG 장르 등에서 큰 규모의 음악 스타일이 자주 사용되는데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입니다. 모든 것을 리얼악기로 녹음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기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여러 연주자가 모여 실제 악기를 연주해 들려주는 협주는 컴퓨터가 100%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색과 감동을 전한다. 하지만 곡의 테스트 버전을 녹음하거나 소규모의 개발팀을 운영하거나, 혹은 다양한 음원이 필요한 대형 게임의 OST 등 게임 음악의 모든 것을 실제 악기로 녹음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은 게임 음악을 작업함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가상 악기와 음악을 다루다 보면 실제 게임과 동떨어지는 음악이 나오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구현에 한계에 부닥치기도 한다. NDC 3일차. 정마태 강연자는 미디 오케스트라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공식을 기본부터 다시 접근해보자며 강단에 올랐다.



    ■ 게임과 오케스트라, 성격 구분하기 - 장르, 공간, 그리고 포지션

    많은 게임 음악가가 게임보다는 음악 자체에 갇히곤 한다. 이때 한 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는 게 바로 게임의 장르와 오케스트라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다.


    준비한 두 가지 사진. 하나는 미래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흔히 SF라고 부르는 것을 떠올리는 형태다. 다른 하나는 갑옷과 기사를 보니 중세라고 불리는 판타지 세계관이다. 만약에 두 가지 다른 게임이 있을 때 음악으로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중세의 경우 악기 구성의 어법이 시대상이나 기존 형식에 맞게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보통 클래식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오는 음악적 특성이 잘 나와야 중세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원래 악기가 표현해야 할 연주법이나 음역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어야 장르적인 틀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악기 중심의 음악이 필요하다. 전통의 양식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SF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음악 또한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평소 해보고 싶었던 사운드나 잘 사용하지 않는 악기 구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사운드가 중심이기에 가능하다. 악기 외에도 사람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후 가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는 특정한 경계 없이 기존 음악과 다양한 양식이 혼재된다는 의미다.

    게임 음악의 입문자들이 이런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는 사운드가 중심적인 SF 음악과 해석의 자유보다는 중세 음악은 클래식 주법에 따라 FX를 구현했다.


    모든 음악은 들었을 때 좋다면 어느 정도 허용이 된다. 중세 게임 음악을 만든다고 해도 클래식한 바탕 위에 SF 사운드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운드를 혼용해서 사용하면 다른 방식의 연출이 필요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미 사용한 혼재된 음악을 사용하기 모호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적어지게 된다.

    초반부터 장르적 구분을 지어 사용하면 후반부에 다양한 음악적 연출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최적화된 음악적 컬러를 가지게 된다 표현할 수 있다. 즉 장르의 명확화는 완성 단계에 있는 작품이라면 작품의 퀄리티를 조금 더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효과음 등을 차용하게 되는 첫걸음인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게임 속 공간과 음악의 편곡을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듣는 클래식한 사운드는 스튜디오에서 듣는 음악과 달리 콘서트홀이나 연주회장 같은 특정한 공간에서 연주하고 그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을 듣는 것이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기본이다. 효과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악기가 어떠한 공간에 있는가 상기하는 일이다.


    벽의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공간에서 이루어지거나 좁은 공간에서 연주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이루어지는 연주는 그 음악이 분명 달라진다.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도 그러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흔히 작업하는 환경이 스튜디오나 작업실 같은 좁고 인공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기에 큰 공간에서 연주하는 것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악기들이 실제로 어떤 공간에서 연주되었을 때 익숙한 사운드를 내는지 상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래 곡은 존 윌리엄스의 다트무어라는 곡을 목업(실제 오케스트라 곡을 미디로 트래킹해 작업한 것)이다.


    처음 곡은 Closed Sound로 악기의 실제 음이 사운드의 비중을 많이 차지한 곡이다. 두 번째 사운드는 Hall Sound의 비중이 높은 곡이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반복해서 말했듯이 공간과 함께 발전하는데 우리가 집이나 작업실에서 미디를 하는 작업은 이 공간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게임에서 음악을 재생할 때 음악은 컷신이나 던전 안과 같이 게임 안의 특정한 장소와 매칭이 된다. 그 공간을 먼저 정확히 인식하고 오케스트라에 접근하는 것이 게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만든다.

    게임 속 공간과 오케스트라의 공간을 맞추는 것, 이른바 공간의 컨트롤이 바로 게임 음악의 연출이다.


    'Cave(동굴)'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둡고 축축하고 울림이 많은 공간이다.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사음을 많이 사용했다. 리버브나 공간계 FX를 사용해 이를 구현할 수 있지만, 동굴에서 연주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연출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분위기 전달이 가능하다.

    'Close Combat'은 PVP 같은 1:1 전투에서 이루어지는 곡으로 전투의 현장감을 주기 위해 악기의 소스를 앞에 위치시키고 공간감을 줄여 사운드가 강조되게 만들었다.

    일대 다수의 전투 상황인 'Field of Battle'은 거대한 전투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많은 악기를 넓은 공간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전투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 일부 악기들은 가까운 곳에 배치해 전투의 긴박감을 전하고자 했다.




    ■ 오케스트레이션 스트링과 공간감 - 리얼 레코딩 같은 미디 오케스트레이션

    스트링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악기군이다. 음악을 편곡하거나 게임 상황에 맞출 때 아무 의미 없이 스트링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을 만들 때 스트링을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악곡에서 멜로디를 담당하고 화음을 보충해주고 빠른 움직임을 구현한다.

    그렇다면 리얼 오케스트라와 미디 스트링은 어떻게 다를까?


    미디 스트링은 쉽고 빠르게 원하는 소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미 다듬어진 소리이기 때문에 트랙 위에 올려놓으면 다른 음악과 조화를 이뤄 비교적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또한 지속해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리얼 스트링의 영역을 미디 스트링이 구현하고 있다.

    반면 리얼 스트링은 표현력과 질감이다. 표현력은 연주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테크닉적인 표현을 가리킨다. 아무리 섬세하게 미디 스트링을 연출해도 리얼 스트링의 결과물을 완전히 흉내 내기란 어렵다. 또한 같은 악기라도 서로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고 연주 결과도 다르다. 또한, 공간감 역시 미디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훌륭한 결과를 낸다.

    아래 곡은 게임 '아키에이지'의 메인 테마 스트링을 미디 스트링과 간단한 타악기로 구현한 테스트 버전과 테스트 버전 통과 후 스튜디오에서 실제 악기로 녹음한 버전이다.


    당연히 리얼 레코딩이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낸다. 이러한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보강, 극복하는 법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여러 방법의 하나는 미디 스트링에 공간감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스트링에 공간감을 주기 위해 스트링 구성 인원을 먼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평상시에 쓰는 스트링만 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게임이나 영상에 따라 곡의 규모와 스트링 사운드의 적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웅장함이 어울리지 않는 소규모 게임이라면 소수 인원이 만들어낸 스튜디오 녹음이 오히려 적합한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한다면 최종 믹스에서 결과물이 작업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첫 샘플은 16인조의 스트링 파트고 2번째는 32인조의 바이올린 원 파트다.


    공간감 구현을 위한 다른 요소는 마이크 포지션이다. 마이크의 거리는 공간감을 구성하는 핵심 중 하나다. 중요도 만큼 마이크 포지션의 종류도 다양한데 가장 중요한 3가지는 CLOSE MIC, (DECA) TREE MIC, Ambient MIC다.

    CLOSE MIC는 악기에 가까이 마이킹해 소리를 담아내는 포지션으로 게임 속 연출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빠른 속도감과 사운드의 밀도감을 전할 수 있다.

    TREE MIC는 CLOSE MIC와 Ambient MIC의 중간 포지션으로 악기 자체의 소리와 공간의 소리를 가지고 있어 전반적인 스트링의 존재감에 영향을 미친다. 선율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악기 소리만 답답하게 강조되지 않고 공간감만 부각되지도 않는다. 이를 통해 악기 표현력이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Ambient MIC는 악기가 연주되는 공간감에 관여하는 것으로 악기를 부드럽게 사용하고 싶을 때 넓은 공간에 펼쳐놓고 사용하는 포지션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보다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전체 사운드를 흡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활용이 적으면 사운드의 부피감이 적어지고 너무 자주 사용하면 사운드가 울린다는 느낌을 전하게 된다. 그렇기에 가장 많이 고민하고 활용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 퍼커션, 음악의 장르를 결정한다 - 1+1로 3을 만드는 스트링과 퍼커션

    퍼커션은 많은 악기가 있고 여러 장르에서 사용되고 있어 장르와 그 영역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게 한다. 이에 내가 사용하는 퍼커션들이 어떤 카테고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일렉트릭 드럼, 혹은 어쿠스틱 드럼을 쓰느냐에 따라 음악 장르가 바뀌듯 퍼커션의 활용은 음악 장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특히 퍼커션 자체가 볼륨과 다이내믹이 커 전체 사운드를 주도하는 큰 축으로 쓰임과 동시에 화면의 질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중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등장한다면 철이 들어간 사운드를 강조하는 식이다.


    단, 퍼커션을 사용할 경우 너무 많은 것을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많은 퍼커션은 어떤 사운드가 추가되었는지 되려 혼란스럽게 한다. 처음에는 존재감을 위해 하나하나 퍼커션을 사용해보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추가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스트링은 멜로디나 화성이 들어있는 만큼 다양한 게임 상황에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퍼커션은 비교적 자유롭게 적응할 수 있어 언제나 재사용이 가능하다.

    아래는 '문명 온라인'에 사용된 곡으로 모든 트랙과 스트링과 퍼커션을 따로 분리한 샘플, 그리고 '아스텔리아'의 메인 테마 엔딩부다.


    이처럼 게임 안에 사용되는 악기군을 조합하는 것은 단순히 많아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소수의 트랙만 더해도 합한 것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악기군의 조화를 신경 써서 작업해야 한다.




    ■ 결론

    아래는 강연 말미 정마태 강연자가 강연 내용의 핵심을 분류한 내용이다.

    - 게임 안에 음악이 존재하고 있음을 고려하자. 음악 자체에 빠지기 쉽다. 내 음악이 게임 안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항상 생각하자.

    -게임 공간에 대한 이해가 효과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든다.

    - 가상 악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리얼 악기의 소리를 잊기 쉽다. 리얼 악기의 소리를 기억하자.

    - 항상 게임 음악을 듣자. 게임의 트렌드가 변하듯이 게임 음악의 트렌드도 변한다. 서양이나 일본의 게임 음악은 어떤지,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은 어떤지 많이 듣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