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d Everything. Created Fun. '모든 것을 바꿨고,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얼핏 들어보면 어딘가의 기업이나 CF 홍보 문구 같은 이 말은 지난 8월 초 파이어폴의 공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의 첫번째 내용이었습니다.

보통 게이머들에게 알려야하는 공지는 수치가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 구구절절 수정 사항들을 늘어놓기 마련인데, 짧고 굵게 표현된 공지에서 범상치 않은 파이어폴 개발진들의 자신감마저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후 파이어폴의 베타 테스트 포럼에서는 지금까지도 변화에 호응하는 시끌벅적한 게이머들의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베타 테스트라지만, 변화의 폭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파이어폴의 변화는 이런 테두리를 뛰어넘었습니다. 게임의 근간이 되는 레벨 시스템이 사라졌고 직업으로 구분되는 배틀프레임에는 등급과 테크 트리가 생겼으며, 무엇보다 e 스포츠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이 다수 도입되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무협에서 설명할때 흔히 환골탈태라는 표현을 쓰는데, 8월의 시작과 함께한 파이어폴의 패치는 그야말로 환골탈태라는 단어에 걸맞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변화에 대해 가장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게임스컴 2012, 변화를 주도한 장본인 레드5 스튜디오의 리드 디자이너 '스콧 영블러드(Scott Youngblood)'를 파이어폴의 부스에서 만났습니다.






첫번째, 레벨이 사라졌다? 더욱 확장된 배틀프레임 테크와 티어(Tier) 시스템의 등장


레벨은 게임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한눈에 표시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척도지만, 가끔은 레벨에 치중되어 있는 성장때문에 게임의 확장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들이 레벨을 없애려 했지만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유혹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파이어폴도 초창기에는 스킬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베타 테스트에서 이런 맛이 확실히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좋은 무기와 멋진 배틀 프레임을 위해서 레벨을 올려야 했고, 덕분에 잘 만들어서 재미는 있지만 뭔가 창의적이거나 선구적인 느낌은 받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 베타 테스트도 꽤 진행된 상황, 게임을 모두 다 갈아엎을수는 없으니 이제 현실과 타협할 일만 남은 것일까요? 파이어폴은 달랐습니다. 베타 테스트 중간에 기존까지 유지되던 레벨링 시스템을 아예 날려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배틀프레임 테크와 티어 시스템으로 게이머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리드 디자이너 스콧 영블러드는 기존의 레벨링 시스템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성장 시스템을 버려야 했고, 결국 유저의 선택에 따라 성장의 방향과 획득하는 능력까지 결정할 수 있는 배틀프레임 테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습득한 경험치를 소비해 배틀프레임별로 다양한 기술(Tech)들을 구매할 수 있고, 이렇게 구매한 기술들은 분기에 따라 점차 캐릭터를 특정한 방향으로 강화시켜준다. 배틀프레임의 등급(Tier)이 상승할수록 분기 역시 다양하게 변하니 직업은 같아도 능력은 달라질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같은 돌격병(Assult)이라 해도 공격력을 극대화하면 최전방에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이동력을 극대화하면 신출귀몰하게 적들의 뒤를 습격할 수도 있다. 배틀프레임의 등급이 상승하면 또 다른 선택의 분기가 주어지기 때문에 결국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나만의 특징과 취향에 따른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티어 2 이상이 되어 테크 트리를 확보해나가다보면 능력에 걸맞는 다양한 기술과 설계도를 배울 수 있고, 마을에 있는 생산 기계에서 자원을 소모해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무기와 배틀프레임 및 다양한 장치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얻게 되는 8종류의 자원들 역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스콧 영블러드의 설명에 의하면 기존의 생산이 단순한 자원을 소모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종류와 등급의 자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제작이라도 결과물이 완벽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설계도는 같지만 들어가는 자원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특히 각각의 자원들은 밀도나 반응성 등 6개의 수치를 갖고 있는데, 이 수치들에 따라 생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캐릭터에게 어떤 자원이 가장 필요한지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등급이 낮아도 공격력을 많이 올려주는 자원이 있고 어떤 자원은 재장전 속도를 빠르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자원들은 1부터 999까지 품질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계속 자원을 모으고 정제하고 아이템을 만들면서 자기 캐릭터의 특징에 걸맞는 최적의 자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계속 좋은 아이템만을 제작하면 될까요? 배틀프레임의 부품에는 각각 Cpu, 파워, 무게라는 세 종류의 수치가 붙어있기 때문에 자신의 배틀프레임이 허용하는 수치 내에서 부품을 조합해야 합니다. 당연히 좋은 부품들을 최적의 수치에 맞게 조절해야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품질 좋은 광석을 찾아 정제하고 테크 트리와 제작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배틀프레임과 무기를 갖춰나가면서 게이머들은 진짜 자기가 원하는 파이어폴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가게 됩니다.







두번째, 뒤에서 따라다니기만 하는건 재미없지! 엔지니어의 변화와 바이오테크의 등장


대부분의 게임에서 그렇듯이 힐러는 지루한 직업입니다. 물론 힐러의 역할에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들도 소수 존재하지만, 그런 취향의 게이머들이 흔했다면 힐러가 '귀족'으로 불리지는 않았겠죠. 결국 모든 게임에서는 지루한 직업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를 고민합니다.


파이어폴에도 지루하다고 말하는 대표적인 직업이 있습니다. 메딕과 엔지니어. 항상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며 치유 광선만 쏘아대는 메딕은 물론이고, 다가오는 적을 공격하는 포탑(터렛)을 깔고 주구장착 한 곳에서 기다려야 하는 엔지니어가 긴박감이 넘칠리가 없습니다.


지루한 직업에게 보상을 좀 더 주거나 스킬을 수정하는 대신, 파이어폴은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메딕을 없애버리고 바이오테크를 추가하였으며 메딕의 역할과 함께 바늘건과 독을 활용한 전투로 전략적인 선택의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커뮤니티를 지켜본 결과 뒤에서 치유만 해주고 쫓아다니는 것이 단조롭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피해를 주는 만큼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는 바늘건과 주변에 독가스를 살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바이오테크를 만들었고 작은 범위에 피해를 주는 유탄 발사기를 보조무기로 활용하게 했다. 자원 채취나 거점 수비 등 방어적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치유적인 능력도 바뀌었는데, 치유 능력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쓸 수 있고 바이오테크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전투에 뛰어들어 바늘건을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새로 등장한 힐링 볼은 쏜 다음 총알로 맞춰 터트릴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힐링 볼을 당구공처럼 지형에 맞춰 튕겨서 보내거나 적이 아군의 힐링 볼을 격추시켜 회복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






[ 힐링 볼은 지형에 튕기며 총알에 맞으면 폭파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사용이 필요하다. ]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엔지니어 역시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은 직업입니다. 보통 포탑(터렛) 하나 설치하고 방어막 유지하고 계속 수리만 하는 식으로 전투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패치로 인해 좀 더 빨리 전투에 뛰어들고 움직일 수 있는 역동적인 직업이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 터렛을 3개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포탑 역시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있게 바뀌었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엔지니어의 안전을 위해 후방의 습격이 불가능한 구석 지역을 찾아가야 했다면 이제 터렛을 높은 나무 위나 건물 벽, 기둥의 뒤편 등에 설치해 좀 더 공격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제트팩과 점프를 함께 활용하면 아주 높은 곳에도 터렛을 설치할 수 있고 방어막 역시 설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는 대신 잠깐만 유지된다. 항상 방어막을 설치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위급한 순간에 빠르게 방어막을 치고 전황을 수습하는 등 좀 더 많은 판단이 필요해졌다.:"










세번째, e 스포츠와 방송? 파이어폴은 다 지원해드립니다. e sports Toolkit의 놀라운 기능!


상상 이상의 놀라움이라는 표현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사용되어 식상하지만, 한번 더 사용하겠습니다. 파이어폴의 e스포츠 툴킷은 정말 놀라운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명을 들을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감탄이 나올만큼 e 스포츠와 방송을 위해 준비한 것이 많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파이어폴에서 플레이되었던 모든 PvP 경기는 서버에 저장되고 언제든지 누구나 불러올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경기에 들어갈 경우 어뷰징을 막기 위해 30초의 지연 현상이 발생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모든 사람의 경기를 자유롭게 게임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경기에 들어가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10명의 시점으로 전환하고 1인칭과 3인칭을 조절하고 모든 전투가 벌어지는 곳들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 장면을 뒤로 돌리거나 느리게 만들 수도 있고 게임처럼 시점과 화면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PvP에서 벌어지는 주요한 전투들을 굉장히 자세한 구도에서 다방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다이내믹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면 중요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자동으로 비춰주며 게임 시점이 아닌 탑 뷰 시점으로 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기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배틀프레임이나 성적, 킬/데스, 사용한 기술과 대기시간 등도 모두 보여주니 게임 자체로 다양한 방송 및 e스포츠 경기 지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멋진 장면이 나왔을때 플레이를 정지하거나 느리게 만든 상태에서 화면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영화 매트릭스같은 장면을 게임 속에서 화면과 영상으로 찍거나 편집할 수 있다. 더불어 리플레이를 언제든지 역동적으로 연출하고 저장해서 편집한뒤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스콧 영블러드의 설명에 의하면 아마존의 클라우딩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천명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경기를 지켜봐도 게임 서버에는 전혀 영향이 없으며, 프로게이머들의 전략 노출을 막기 위한 비공개 기능 등 다양한 개선방안도 준비되어 끊임없는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토너먼트 지원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 파이어폴은 게임스컴에서 벌어진 ESL e 스포츠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며, 2013년에는 총상금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 상당) 규모의 전세계 토너먼트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 게임스컴 2012 현장에서 벌어진 ESL 파이어폴 대회 ]




게임스컴 2012에 출전한 파이어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배틀프레임을 장식할 수 있는 데칼의 추가나 퀘스트를 통해 얻게 되는 개인 차량 LGV, 타격 애니메이션의 추가를 통한 타격감의 향상, 그리고 언제나 열려있는 게이머들과의 커뮤니티.


마지막으로 파이어폴을 기다리는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리드 디자이너 스콧 영블러드는 '파이어폴이야말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게임'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한국 게이머들의 활약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이어폴은 스킬을 근간으로 하는 경쟁적인 게임이다. PvP와 PvE 모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될 것이고, 한국의 게이머 분들도 반드시 좋아할만한 게임이 될 것이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