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할 때 사람의 두뇌는 어떻게 될까?"

게임에 따른 뇌 반응 사례를 토대로 게임을 해석한 새로운 강연 '게임과 뇌과학'이 24일 NDC13에서 개최됐다. 해당 세션은 코엑스 컨퍼런스룸 301호에서 오후 4시 반부터 한시간동안 진행, 중앙대학교 병원 한덕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를 담당했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고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부위는 어디인지,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설명했다. 또한,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의 심리학적 관점의 차이는 물론 모바일 게임과 인디게임의 심리학적 관심의 차이에 대해 발표했다.

첫번째로 기본적인 뇌 구조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그는 양손을 이용해 뇌구조를 설명, 오른손을 원시뇌에 왼손을 뇌껍질에 비유했다. 뇌는 전두엽과 즉각적인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 기억을 저장하는 두정엽, 시각영역을 담당하는 곳 등으로 구분된다.

그는 뇌의 기능을 컴퓨터에 빗대어 설명했다. 컴퓨터의 보드는 백질, 메모리는 전두엽, 키보드는 측두엽과 흡사하며 그 사이에는 '백질'이 있어서 뇌의 각 부분에서 오는 신호를 전달해주고 있다.

게임의 자극은 크게 3가지. 시각적 자극, 청각적 자극, 그리고 재미가 있다. 시각적 자극에 있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은 '시공간 자극(Visuo Spatial)'. 시공간 자극은 전두엽에 가장 많은 자극을 주며 뇌기능 발달에 영향을 준다. 시각적 자극에는 칼라냐 흑백이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2D냐 3D냐에 따라서도 그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재미'는 반복과 변형, 그리고 그 속에서의 '새로움(Salience)'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덕현 교수는 게임개발자들은 게임을 개발하기에 앞서 인구의 몇 퍼센트 가량이 반복을 통한 자극에 영향을 받는지를 확인해보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시공간 자극'을 설명하면서 그는 '길찾기'를 예로 들면서 길을 찾을 때 지도를 쉽게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 텍스트로 된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역시 지도와 같이 이미지로써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게임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시공간적 자극을 많이 받는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자극을 활용하여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칼라를 이용한 이미지로의 인식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상 텍스트 해석 능력이 더 중요시되며, 그로 인해 '시공간 자극' 부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두각을 드러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에서 청각은 시각을 서포트하는 역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뇌 구조상으로 보았을 때 귀와 청각영역을 담당하는 부분이 눈과 시각담당 뇌부분과의 거리보다 더 가깝다. 이를 적용하여 청각이 메인이 되고 시각이 서포트를 하는 게임이 개발된다면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 주로 기능성 게임에서 도입되고 있는데, 아쉬운 부분은 시도는 좋으나 재미가 부족하다는 것.

재미 자극의 한 요소인 '반복'에 대해서는 딸랑이를 기반으로 설명이 이루어졌다. 딸랑이는 끊임없는 반복을 행하는 도구이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쉽게 반응하고 웃게 된다. 그러나 딸랑이만 계속 사용할 경우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는 반복적인 자극에 무디어지고 상대적으로 예전과 같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에 반복이라는 요소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지만, 그와 더불어 일정 수준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 한덕현 교수의 설명. MMORPG를 예로 제시하며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나, 커스터마이징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주어지기 때문에 유저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게임이 게임다워지려면 '스키마(Schema)' 속에서 약간의 변형이 일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키마란 새로운 경험이 내면화되고 이해되는 정신의 모델 혹은 틀을 지칭하는 용어로 새로운 자극을 위해 지나치게 기존의 틀을 벗어나게 되면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게임임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키마를 건드리지 않는 부속적인 요소를 변화시켜야 한다.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 작동기억(Working Memory)을 염두하고 제작한다면 보다 유익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작동기억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억을 말한다. 게임의 시공간 능력 역시 작동기억의 일환으로 이를 게임에 활용하면 게임을 하면서 작동기억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깨진 스키마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도움되지 않으니 스키마를 지키는 선에서의 변화와 작동기억 요소의 자극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뇌의 구조 및 작동원리 발표 이후 프로게이머들의 두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프로게이머들은 대체적으로 뇌껍질이 발달되어 있으며, 주로 전두엽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두엽이 발달하는 프로게이머와는 달리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일반인들은 초반에는 전두엽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를 사용하지 않아 발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한덕현 교수는 프로게이머들은 작동기억을 통해 제대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며, 단순 게임 과다 이용자들은 무너진 스키마를 통해 중구난방으로 즐기는 것이라 설명했다.



나아가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의 두뇌 촬영 사진을 비교, 게임에 따라 발달되는 부분이 각기 다름을 발표했다. 스타1 플레이어의 경우 전두엽이, 스타2 플레이어의 경우 두정엽과 소뇌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했다. 스타2는 향상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즐기는 3D게임이기 때문에 두정엽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며, 스타1의 경우 상대적으로 멀티 능력을 더욱 요구하며 작전이 더 많기 때문에 전두엽 자극이 강하다는 것.



또한, 그는 게임을 치료용 콘텐츠로 사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포키포키'라는 게임을 통해 자폐아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도록 했으며, 6주 동안의 치료를 통해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발표를 마치며 한덕현 교수는 게임은 반복과 형성을 통해 스키마를 형성하며, 어떻게 스키마가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결정된다고 요약했다. 이렇게 결정된 재미가 뇌에 자극을 주고 작동기억을 얼마나 자극시키느냐에 따라 사람들 개개인의 발전에 도움되는 정도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뇌성숙도에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며, 이에 맞추어 게임 이용 연령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