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동 넥슨 선임연구원



이규동 넥슨 선임연구원은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5년 차 기획자이며, 마영전 라이브2 팀장을 맡고 있다. 크라켄, 카록, 갓매치 등의 콘텐츠 및 시스템을 기획했다.

게임이 하나의 훌륭한 문화로 자리매김에 성공하며,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기획자 지망생이 늘고 있다. 이규동 넥슨 선임연구원이 준비한 강의는 기획자가 되었을 때, 유리한 경험은 무엇인지를 집어보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획자의 생존법칙을 핵심으로 한다.







강연의 시작을 알린 주제는 '안타까움'이었다. 이규동 팀장이 기획자 면접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열정은 보이나,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실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 기획자는 높은 토익점수와 게임의 플레이 기간 등을 높게 보지 않는다. 또 겉핥기식으로 짧게 아는 지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안 된다.

왜 면접을 보면 이런 지원자가 과반수를 차지할까? 정답은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있으나, 많지가 않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위치해 접근하기 쉽지가 않다.



기획자는 1)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2)설득하고 3)설계하는 사람이다. 원화가는 게임의 컨셉과 비주얼을 책임진다. 프로그래머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버그를 개발하고 수정하는 것을 위주로 개발에 착수한다. 기획자는 이들의 결과물이 재미있게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설계를 위해서는 구현이 가능한 실무 기획서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건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것이 필요하다. 설득은 함께 일하는 이들이 재미를 위해서 기획한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유저들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기획과 관련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재미를 만들기 위해서 내가 지니고 있는 아이디어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기획자는 기획 및 설계를 통해 콘텐츠와 시스템, 레벨 디자인 등 수많은 것을 한다. 기획서를 만들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며,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자신이 추구하는 재미를 전달해야 한다. 다음으로 각 부서에 업무를 분담해 게임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고 마지막에 이를 통합하며 수정할 사항을 제시한다.



도움이 되는 경험 - 마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고서 기획자를 꿈꾸는 게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식 루트를 거치지 않더라도 기획자의 길에 도움이 되는 일은 다분하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것은 마술이다. 마술은 설명 없이 영상으로만 봤을 때,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마술은 손재주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받아들이는 이가 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신기한 것이다.

마술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마술사들이 관객에게 말을 걸고 다양한 쇼를 보여주는 것은 이유가 있다. 관객이 흐름을 놓지 않게 하고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이해시키기 위함이다.



게임 기획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수많은 룰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술에서 거울을 보고 영상을 찍으면서 연습하는 것은 게임에서 테스트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게임의 초반 플레이에 접근성(난이도)이 일탈률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자. 마술도 마찬가지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면(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게임과 마찬가지로 떠나고 만다.

다음으로 마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이다. 스트리트 매직은 모르는 사람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이 연습한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은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신감은 노력으로 얻은 실력에서 나온다.

스트리트 매직은 노력해서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기획 업무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칭찬과 불평, 불만 등을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게임과 마술은 모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것. 동일한 트릭의 마술 A와 B가 있다. A는 재미를 위해서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했다. B는 그러한 과정 없이 결과를 보여준다. A는 관객의 호응과 관심을 유발, 이해를 시킴으로써 관객의 집중력을 끝까지 이어갔다. 마술 B를 관람한 관객은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는 지, 기본적인 것에서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일삼았다.

게임도 이와 유사하다. 몬스터의 체력이 10이라 가정하자.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로 공격을 가해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이긴다. 그래픽과 타격감 등 다양한 것을 얹힌 것과 그저 주사위를 던지는 것에 그치는 것 중 어느 것이 재미있을까. 동일한 룰에 다양한 것을 접목한 것이 더욱 큰 재미를 준다.



도움이 되는 경험 - 보드게임

게임 중에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은 종이와 연필이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하나의 게임을 만들고 지인들과 플레이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것은 기획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기간은 3~5년을 기본으로 한다. 평생 살면서 만들 수 있는 게임은 많지가 않다. 개발에 참여한다 해도, 서비스까지 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완성된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경험은 평생토록 많지 않은 것이다.

보드게임은 빠른 시일에 완성해 플레이할 수 있다. 실제로 마영전의 기획자 과정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교육을 이행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보드 게임은 훌륭한 포트폴리오도 될 수 있고 면접에서 시연할 수 있어서 자신만의 경쟁력이 된다.



보드게임은 재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보드게임 카페 알바는 손님에게 게임을 추천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재미있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내부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손님의 취향별로 추천할 게임을 분류해 정리하여 책자를 제작한다.

"보드게임 카페에서 3년을 일하다 보니,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분류하는 능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 재미있는 기획과 재미없는 기획을 구분하는 눈을 키워준 것 같다"

보드게임은 정보 전달 능력에 도움이 된다. 보드게임 카페는 룰을 설명하는 시간도 비용에 포함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를 아는 순간 조바심이 나고 시간이 아까울 수 있다. 재미를 위해서 돈을 지불했으니 말이다. 룰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핵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꼭 필요한 부분만 알기 쉽고 간편하게 설명해야 하는 기획서의 전달 방식과 동일하다.



도움이 되는 경험 - PC 게임



게임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봐야 한다. 이 같은 경험이 중요한 요인은 새로운 시스템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가지고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스템에 다량의 리소스를 추가하는 것은 힘들다. 여러 장르를 플레이해봤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시스템과 유사한 것을 찾아 시작의 단계를 밟을 수 있다.

다음은 깊이 있는 게임의 플레이로, 엔드 콘텐츠를 얼마나 즐겨봤는지가 도움이 된다. 채집은 제작으로 이어지고 탈것은 더 많은 채집과 연관된다. 좋은 채집물은 다른 종족과의 전투를 야기하고 이것은 고급 장비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콘텐츠의 순환이 잘될 수 있도록 흐름을 잡는데, 엔드 콘텐츠에 대한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는 경험 - 글쓰기와 그림

A4 용지 1장 이상의 분량에 긴 글을 쓸 경험은 생각보다 적다. 기획서는 물론이고 보고서와 제안서 등 글쓰기는 기획자가 지녀야 할 기본 능력이다. 기회가 있을 때,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 유리하다. 긴 글을 많이 써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서류 심사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림의 수준이 아무리 낮다 하더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크게 휘두르는 공격을 부탁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이를 만드는 개발자의 생각이 달라, 다른 모션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기획자에게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해보면 좋을 수 있으나, 반드시 하란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체험하기 바란다"








기획자로써 살아가기 위해서

기획은 스스로 납득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획서를 쓰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는지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하다. 만약 재미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자신감이 상실되어 주변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설득됐다 하더라도 결과는 악화되고 자신감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있다면 설득도 잘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자신감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넘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결정을 많이 해봐야 한다. 디렉터가 게임의 큰 흐름을 잡고 팀장급이 그 아래를 생각하며, 파트장은 팀장이 제시한 부분을 맡아 신입에게 나누어 준다. 높이 나는 새가 더 힘들긴 하나, 멀리 보는 것은 사실이다. 발전을 위해서 더 높은 자리에 대한 기회가 생긴다면 부여잡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획자는 제너럴리스트에서 시작하지만,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한다. 코드부터 원화와 모델링 등을 조금씩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뭘 잘할 수 있는지를 보고 하나의 분야를 파길 바란다. 이것이 게임의 기획자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기획은 다른 직군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치 않다.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의 아이디어는 평범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재미를 추구하는 영역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분야다. 자부심을 품고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