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지역 리그라 평가받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 그 명성에 걸맞게 높은 기량을 자랑하는 다섯 팀이 2017 스프링 스플릿 포스트 시즌 대진에 이름을 올렸고, 엄청난 기대감 속에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약 이주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쏟아져 나올 슈퍼 플레이를 위해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를 재조명하는 '돌슈리(돌발 슈퍼 플레이 리뷰)'가 돌아왔다.


kt 롤스터(이하 kt)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MVP에게 정규 시즌 완패의 복수를 제대로 해냈다.

정규 시즌 두 번의 경기는 kt의 단점인 부족한 한타 집중력, 변수 대처 능력, 후반 뒷심 등이 MVP의 강점인 변수와 팀워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한 뛰어난 한타 능력과 맞물리면서 kt의 2전 전패(세트 스코어 기준 1승 4패)로 마감됐다. 다 이긴 듯한 경기를 후반 한타 한 번에 역전패 당하기도 했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맥스' 정종빈의 사이온 서폿 쿼드라 킬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중요한 고지인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kt는 완벽히 변신에 성공하며 MVP를 셧아웃시켰다. 1, 2세트에서는 오히려 초반 주도권을 내주고도 한타에서 이득을 취한 뒤 뚝심 있게 밀어붙여 승리를 거뒀고, 마지막 3세트에서는 중반에 내줬던 기세를 깜짝 바론 사냥으로 되찾아오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초반엔 유리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던 정규 시즌의 경기 양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흐름이었다.



[Team fight] 한타 -는 더이상 그들의 약점이 아니었다



1세트, 전투를 좋아하는 조합을 들고 나온 MVP는 초반 소규모 교전에서 이득을 취하며 주도권을 쥐고 흔들자 kt는 침착하게 CS 수급에 집중하며 역전의 발판을 차분히 다졌다. 봇과 탑에서 벌려둔 CS 격차 덕분에 타워와 킬 스코어가 부족했음에도 전투에서 뿜어낼 수 있는 화력은 충분했고, 조합 또한 말자하, 바루스, 럼블 등 광역 대미지나 CC기같이 한타 페이즈에 강한 궁극기를 보유한 챔피언이 다수였다. kt는 이 이점을 정확하게 활용했다.

시작은 '마타' 조세형의 말자하였다. 조세형이 '황천의 손아귀'로 상대의 발을 묶으면 곧바로 '데프트' 김혁규의 바루스가 '부패의 사슬'로 광역 CC기를 덮었고, 그 위로 '스멥' 송경호 럼블의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떨어졌다. 세 궁극기 중 단 두 개만 있어도 한타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MVP도 상대의 발을 묶는 스킬라면 서럽지 않을 만큼 가지고 있었다. 애쉬의 '마법의 수정화살'이나 엘리스의 '고치', 르블랑의 '환영 사슬', 게다가 걸어 다니는 CC 지옥 노틸러스까지. 하지만, 근접해서 평타를 쳐야 하는 노틸러스의 평타 패시브를 제외하고는 타겟팅 스킬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경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 '논타켓 스킬 쯤이야!'

조합의 힘을 활용한 교전을 통해 기세를 바짝 쫓아간 kt. 완벽한 역전의 분기점은 송경호의 무빙에서 시작됐다. 말자하의 궁극기가 소모된 상태에서 MVP가 애쉬의 '마법의 수정화살'로 전투 개시를 시도했지만, 송경호가 날랜 무빙으로 스킬을 흘려버렸고 kt는 깊숙이 들어온 MVP에게 광역 스킬을 꽃아 버리며 역으로 전투를 대승했다. 한수 높은 스킬 적중률과 그로 인해 이어진 진영의 유리함이 가져온 승리였다. 전투 대승은 바론으로 이어졌고, kt는 그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MVP가 필살기 탑 사이온과 깜짝 카드 서폿 블리츠크랭크를 꺼내 든 2세트. '맥스' 정종빈의 명품 블리츠크랭크 플레이와 잘라먹기, '비욘드-이안'의 활약으로 기세를 내줬던 kt는 이번에도 한타와 상대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플레이를 통해 이득을 누적하며 역전을 만들어냈다. 승리에 큰 역할을 했던 화염 드래곤 3스택 중 두 번째 스택을 쌓을 수 있게 만들었던 한타에서는 케넨의 궁 대박이 빛을 발했고, 쐐기 바론으로 이어진 전투에서는 강력한 CC기로 아군을 구하거나 상대 딜러 라인의 딜 로스를 유발하는 한타 집중력이 빛났다.

▲ 화염 드래곤으로 이어진 케넨의 궁 대박

▲ 강력한 CC 스킬로 MVP의 수를 완벽히 되받쳤다!



[Growth] 성장 -kt 롤스터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



최고 기량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슈퍼 팀이라는 별명과 함께 스프링 시즌을 시작한 kt. 2016년 세체탑 '스멥', 삼성 왕조의 주역 '폰-데프트-마타', 무관의 세체정 '스코어'까지 다섯이 뭉친 엔트리의 위엄은 몇 시즌째 왕좌를 유지하고 있는 SKT T1를 위협할만한 유일한 팀이라는 평가를 듣게 했다. 하지만 LoL은 팀 게임이었고, 아무리 최상위권의 선수들이라 해도 그에 걸맞은 팀워크를 다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정규 시즌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보통 시즌이 흐를수록 서서히 흐름을 잡아가는 타 팀과 달리 kt는 오히려 그들 사이에서 팀워크의 단점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며 상위권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깜짝할 새 스프링 정규 시즌은 마무리됐고, kt는 당장 일주일 뒤부터 우승팀을 가리는 포스트 시즌에 뛰어들어야 했다. 정규 시즌에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라면 우승은커녕 결승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찌저찌 해서 MVP를 넘는다 해도, 최근 무적 포스를 풍기고 있는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약 일주일 후 무대에 오른 kt는 달랐다. 오히려 초반의 불리함을 한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예상보다 쉽게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kt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kt는 팀의 호흡을 꽤 많이 끌어올렸고, 쉽사리 고쳐질 것 같지 않던 고질적인 후반 집중력 저하 문제도 보완해왔다. 연승을 이어가던 MVP의 기세를 흡수한 kt. 이제 남은 상대는 삼성이고, 그들을 넘어야 끝판왕 SKT T1이 기다리고 있는 결승에 오를 수 있다. 라인전이면 라인전, 한타면 한타, 운영이면 운영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kt가 성장한 경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