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턴마다 카드를 뽑아서 플레이하는 하스스톤에서 운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높은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에 의지하는 것보다 냉철하게 상대의 수를 읽는 능력과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스스톤 게이머 중에서 하스스톤의 실력 요소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꼽아보라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크라니쉬' 백학준 선수를 떠올릴 것입니다.

지난 5일, LA에서 펼쳐진 블리즈컨 2017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에서 백학준 선수는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 출전해서 혼자 6승을 거두며 팀에게 우승컵을 안겨주었습니다. 중계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백학준 선수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백학준 선수의 활약으로 2017 블리즈컨은 그야말로 한국 선수들의 잔치가 되었습니다.

인벤은 각종 대회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백학준 선수와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하스스톤의 운 적인 요소에 대해서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또한, 신규 확장팩인 '코볼트와 지하 미궁'에 대해서 선수로서 날카로운 예상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직 많은 것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신규 확장팩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다소 촉박한 일정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백학준 선수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Q.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하스스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크라니쉬' 백학준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반갑습니다.


Q. 선수와 해설로 멋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데, 근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WEGL 경기를 치르고 블리즈컨에 다녀왔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쥬팬더님이 진행하는 HST에도 출전했어요. 대회가 연이어 있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블리즈컨 2017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혼자 6승을 거두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우승을 예상하셨나요?

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초청전이고 스트리머 위주로 선수가 구성됐기 때문에 재밌게 즐기고 오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특이한 룰로 대회가 진행됐기 때문에 참신하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팀원들 모두 덱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Q. 인비테이셔널에서 특정 카드를 필수 채용한 덱을 구성해서 경기를 치르는 '발굴된 보물' 룰로 경기를 진행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에 준비할 때는 재밌는 룰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보기 힘든 덱이라서 시청자분들과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마지막 10세트와 11세트도 그 룰로 진행해서 조금 싫었어요(웃음). '버리기' 흑마법사 덱이었는데, 저는 게임을 하면서 제가 불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dog' 선수의 말을 들어보니까 오히려 본인이 불리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더라고요.


Q.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팀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더라고요.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이겨서 많이 기뻐해 줬어요. 저는 기쁘긴 했지만, 덤덤했어요. 저는 보통 대회에서 우승해도 그 순간에는 실감을 못 하고 나중에 기뻐하는 편이에요.


Q. 한국에서 중계진과 많은 시청자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우승했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저는 다른 e스포츠 종목도 많이 보는 편인데, 대회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재미도 중요하잖아요. 그림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저도 경기를 하면 여러 가지 반응을 확인하는 편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저도 좋았어요. 그리고, 한국 중계를 해줬던 김영일 캐스터, '던', '홍차', '서렌더' 해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분들이 텐션을 엄청나게 높여서 재밌게 중계해주셨더라고요. 덕분에 그림이 더 재밌게 나온 것 같아요.



Q. 대회에서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백학준 선수를 보고 팬들은 '크라니쉬가 있기 때문에, 하스스톤은 운 게임이 아닌 실력 게임이다"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고의 찬사죠. 제가 경기를 하면서 좋은 피드백도 받고 나쁜 피드백도 받지만, 그 말이 가장 듣기 좋은 피드백인 것 같아요. 제가 해온 것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제가 실력 게임의 상징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하스스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소위 '운빨 게임'이라고 하죠. 백학준 선수는 하스스톤에서 '실력'과 '운'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운이 개입되는 것은 맞지만,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5판 3선 정복전 룰로 경기를 치를 때, 정말 운이 나빠서 속절없이 세 판 모두 질 수도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60% 승률만 유지하면 계속 이길 수도 있거든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는 충분히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설령 운이 나빠서 지더라도, 내가 잘 못 한 것은 없었는지, 다른 덱을 썼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해요. 그냥 운이 없었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만약에 객관적으로 정말 운이 나빠서 지게 된 경우에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요?

확률의 문제라서 모든 상황을 미리 계산할 수 있잖아요. 정말 낮은 확률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억울한 면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음 게임 준비하자'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제가 그만큼 운이 좋아서 이기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확실히 하스스톤을 하면서 멘탈이 많이 좋아졌어요(웃음). 전에는 잘 안 풀리면 화도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많이 평온해졌어요.


Q. 유저들에게 하스스톤을 잘 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무조건 멘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스스톤을 하면서 벽을 느끼고 저에게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전설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식으로요. 보통 등급전을 하면서 별을 잃거나 얻잖아요. 그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데, 덤덤하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잘 풀리는 날이 있으면 안 풀리는 날도 있잖아요. 잘 안 풀리면 게임은 잠시 쉬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연패를 겪고 있을 때, 오기가 생겨서 계속하면 더 안 되더라고요.

게임 내적으로 실력을 키우고 싶으시다면, 잘하는 선수들의 방송을 많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특정한 덱을 잘 하면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덱을 자주 바꾸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좋다고 생각하는 덱을 정해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래야 덱의 숙련도나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오르거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달릴 때와 정리할 때를 구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알 수 있는 문제라서 쉽게 대답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애매할 때는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물론,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유리해지는 덱이 있고, 무조건 달려야만 이길 수 있는 덱이 있지만요.



Q. 선수 활동뿐만 아니라 가끔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설에 임하시나요?

해설은 말을 하는 자리잖아요. 제가 아무리 아는 것이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그것을 실시간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해설을 잘 한다고 말씀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기존의 중계진들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요.


Q. 하스스톤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현재 하스스톤의 메타와 밸런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제, 드루이드, 도적 세 직업이 TOP 3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직업들은 TOP 3 직업을 카운터 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밸런스라고 봅니다. 100점 만점에 70점을 주고 싶어요. 드루이드의 정신 자극 카드를 너프했던 최근 밸런스 패치가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현재, 사냥꾼을 제외한 모든 직업이 TOP 티어 덱을 노리는 카운터로 사용될 수 있어요.


Q. 사냥꾼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냥꾼은 명백히 최약체에요. 특정한 덱을 시도할 때, 스타일이 비슷한 모든 덱과 비교해도 더 나은 점이 없기 때문에 장점이 전혀 없어요.


Q. '얼음 방패' 카드에 대해서 명예의 전당으로 보내야 한다는 유저들의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얼음 방패를 야생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 찬성해요. 얼음 방패가 존재하는 한, 카드를 모으기만 해서 이기는 '벽덱'이 계속 나타날 거예요. 만약, 얼음 방패를 명예의 전당으로 보낸다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컨셉의 카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곧 새로운 확장팩인 '코볼트와 지하 동굴'이 나옵니다. 어떻게 예상하세요?

솔직히 잘 예상이 되지 않아요. 직업 전설 무기 같은 상상하지 못했던 카드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잘못하면 메타와 밸런스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해요. 직업마다 강력하고 복잡한 컨셉의 카드가 나오면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잖아요.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 때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직업 전설 무기와 '소집' 효과가 추가될 예정인데 어떻게 예상하세요?

직업 전설 무기의 효과가 발동되도 내구도가 줄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너무 강력하면 '해리슨 존스' 같은 무기 파괴 카드가 OP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소집'은 운에 따른 요소가 강하고 기존에 있던 카드인 '이샤라즈'와 '죽음의 군주'의 효과와 같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아요. 물론, 확장팩이 출시 돼봐야 알 수 있겠죠.


Q. 하스스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유저분들이 하스스톤의 실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재밌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스스톤이 오랫동안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