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 가듯 뜨겁게만 느껴졌던 이번 여름. 뜨거운 날씨처럼 치열하게 달려왔던 2018 롤챔스 섬머가 이제 여름의 주인공을 가리는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쉽게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던 역대급 시즌이었던 만큼,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던 시즌이었다.

날씨처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이번 여름. 인벤팀에서는 섬머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별로 섬머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세 번째로 만나볼 팀들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여 분전한 팀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 그리고 '킹존 드래곤X'다.

▲ 한 끗 차 승부를 펼쳤던 팀들! '젠지', '킹존', '아프리카'



■ 정석의 힘을 보여주다. 젠지, 혼란한 메타 속 뚝심있는 모습으로 5위에 랭크

스프링 시즌, 디펜딩 월드 챔피언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을 올린 KSV는, 많은 변화와 함께 섬머 시즌을 시작했다.

우선 팀명이 바뀌었다. KSV에서 젠지 e스포츠로 변경되었다. 선수 명단에 변화도 있었다. 해외에서 뛰었던 '플라이' 송용준을 미드라이너로 영입했다. 하지만 플라이의 영입에는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오는 게 사실이었다. 좋은 선수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젠지의 스타일과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도 뒤따랐다.

▲ 많은 불안감과 함께 시작된 젠지의 여름


분명히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젠지는 그 불안감을 경기력으로 깨끗하게 씻어냈다.

젠지의 섬머 정규 시즌 성적은 4위다. 포스트 시즌 티켓을 따긴 했으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젠지에게는 실망스러운 성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젠지가 얼마나 잘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역대급 선두권 다툼이 있었던 시즌이었다. 1위부터 4위가 모두 13승 5패를 올렸다. 순위는 승자승, 세트 득실과 같은 세부 데이터에서 갈렸다. 젠지는 시즌이 끝나는 순간까지 선두권 다툼을 했고 좋은 성적을 올렸다.

▲ 젠지가 기록한 13승은 1위 kt 롤스터가 기록한 승리와 같은 숫자


젠지는 이번 시즌에도 아주 '젠지'스러웠다. 단단한 수비력과 안정감 있는 운영, 그리고 특유의 한타력으로 승수를 쌓아갔다.

이번 시즌은 역대급으로 혼란한 메타가 이어졌다. 특히, 봇 라인은 기존의 원거리 딜러-서포터 조합이 완전히 무너져 색다른 조합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변화된 메타에 적응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러지 못한 팀들은 뒤처졌다.

하지만 젠지는 변화보다는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혼란한 메타 속, 다소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원거리 딜러-서포터 조합을 고수하며 승승장구했다. 장점을 극대화한 젠지의 선택은 옳았다. 최상급 봇 듀오인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의 뛰어난 기량이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젠지만의 색깔이었다.

▲ 젠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로 혼란한 메타를 이겨냈다


봇 듀오 외에 다른 선수들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적생 '플라이'의 활약이 눈부셨다.

플라이는 정석보다는 사파의 이미지가 강했다. 대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챔피언을 잘 활용하는 게 장점이었다. 자유로운 소환사 주문과 아이템 빌드는 플라이의 전매특허였다.

이러한 색깔이 젠지와는 잘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플라이는 젠지가 원하는 정석적인 플레이를 곧잘 해냈다. 여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장점도 발휘되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젠지의 플레이에 활력을 더했다. 혼란스러운 메타도 플라이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서브 멤버의 활약도 좋았다. 서브 멤버인 '하루' 강민승과 '크라운' 이민호는, 사실 젠지가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들이 있어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의 빈자리를 잘 채울 수 있었고, 전략의 폭도 넓어졌다.

▲ 플라이의 선전은 젠지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젠지는 이번에도 포스트 시즌에서 원하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아프리카와 펼쳤던 와일드 카드전에서 무력하게 패했다. 정규 시즌에서 보여줬던 기세가 나쁘지 않았기에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유독 포스트 시즌만 가면 약해지는 젠지였는데, 이번 시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젠지는 이제 롤드컵 진출을 위해 선발전을 준비해야 한다. 디펜딩 월드 챔피언 젠지는 이번에도 롤드컵 진출권을 따낼 수 있을까? 롤드컵 시즌만 되면 유독 강해지는 젠지. 이번에도 선발전만 뚫어낸다면 또 하나의 별을 가슴에 새기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 다른 팀이 아닌, 킹존이었기에 아쉬웠던 섬머 시즌

킹존 드래곤X의 2018년의 시작은 찬란했다. 스프링 시즌 최정상에 오르며 '킹존의 시대'를 알렸다. 킹존의 경기력은 다른 팀을 압도했다. 라인전부터 상대를 찍어누르며, 그야말로 '격이 다름'을 보여주었다.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LCK 무대가 킹존에게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킹존은 상승세를 국제무대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킹존은 MSI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삐걱거렸고, 힘겹게 결승전에 진출은 했으나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는 것엔 실패했다. 준우승 역시 좋은 성과지만, 킹존이라는 이름값에는 모자란 게 사실이다.

하지만 MSI가 종착지는 아니다. 진짜 중요한 무대는 섬머 시즌이 끝나고 치러지는 롤드컵이다. 킹존은 염원하는 세계 정복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격전의 여름으로 뛰어들었다.

▲ MSI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킹존. 아쉬움을 뒤로하고 롤드컵 진출이 걸린 섬머 시즌 공략에 나서다


킹존의 섬머 시즌 성적표는 13승 5패 승패 득실 +13으로 3위다. 승패는 1위 kt 롤스터와 동일하고, 승패 득실에서만 2점 밀렸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킹존의 섬머 시즌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킹존은 이러한 성적에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이 팀이 다른 팀이 아닌, '킹존'이기 때문이다. 국제무대인 MSI에서 다소 체면을 구겼기에, 복수를 위해선 롤드컵 진출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킹존은 정규 시즌 1위를 확정 짓지 못했고, 험난한 포스트 시즌을 뚫어야 했다.

게다가, 시즌 중반에 치러진 지역별 대항전인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스프링 시즌 우승팀인 킹존은 LCK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해야했는데, 1승 3패라는 최악의 결과만을 내고 말았다.

여기에, 포스트 시즌에서도 그동안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완패, 롤드컵 직행에 필요한 써킷 포인트 확보에 실패하며 롤드컵 선발전을 치르게 되었다.

▲ 플레이오프전 패배로 롤드컵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킹존


킹존의 부진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에 있다.

킹존의 장점은 라인전부터 상대를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엄청난 파괴력이다. 젠지처럼 탄탄한 후반 운영을 하는 팀도 아니고, 특정한 에이스에 의존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순수한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이었기에 보다 압도적이었고, 무서운 팀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국제무대에서의 부진과 슬럼프로, 킹존 선수단의 폼이 가장 좋을 때에 비하면 한 단계 내려앉았다.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를 압도하면 예전의 파괴력을 보였으나, 그렇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초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승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 선수들 폼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킹존. 힘겨운 섬머 시즌을 보냈다


그래도 버팀목은 있었다. 탑 라이너 '칸' 김동하는 팀이 어려울 때마다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정규 시즌 MVP 포인트 전체 1위라는 성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킹존은 흔들렸지만 칸은 흔들리지 않았고, 막판에 보여준 연승의 원동력이 되어 킹존을 3위로 올려놨다. 비록, 포스트 시즌에서 아프리카에 패했으나, 칸의 건재함은 킹존의 다음 일정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정규 시즌 MVP 1위를 달성한 칸. 킹존의 에이스는 건재하다


정규 시즌 3위. 롤드컵 선발전 진출 성공.

킹존은 다른 팀이라면 절대 '실패'라고는 할 수 없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킹존이기에, 이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그들은 보다 높은 곳을 보고 있는 팀이고, 국제무대에서 보여줘야 할 것도 많다.

여기에, 스포츠에 '만약'을 상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정규 시즌 1승만', '포스트 시즌 1라운드만' 더 돌파했다면,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킹존의 여름은 더욱더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의 킹존에게 아쉬워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우선은 롤드컵 선발전이다. 여기를 뚫지 못하면 국제무대에서 복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 과연 킹존은 선발전을 뚫고, 세계를 상대로 '복수전'을 치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선발전 경기가 기대된다.




■ 저력의 아프리카! 결승까지 딱 한 발자국 모자랐던 그들의 도장깨기

아프리카 프릭스는 2018년 이후, LCK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팀이다.

이전까지의 아프리카는 분명 전력 자체는 탄탄했지만, 기복이 심해 '강팀'의 이미지는 약했다. 하지만 2018 스프링 시즌에 팀의 운영이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해졌고 안정감이 생겼다. 아쉽게도 우승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이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 결승전까지 진출한 아프리카. 완전히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많은 기대와 함께 시작된 섬머 시즌. 아프리카는 예상대로 순항했다. 개막 이후 SKT T1과 kt 롤스터, bbq 올리버스를 잡으며 3연승을 달렸다.

아프리카의 전력은 탄탄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LCK 최고의 탑솔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기인' 김기인의 캐리력과 안정감은 이미 타 팀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자신의 기량을 만개한 '투신' 박종익과, 팀 내 MVP 1위에 빛나는 '쿠로' 이서행의 활약도 좋았다.

여기에, 혼란한 메타에까지 잘 적응하며 밴픽에서 우위를 점했고, 몇 번의 패배는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1라운드를 마감하는 데 성공했다.

▲ 1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감한 아프리카 프릭스


롤드컵 직행이 걸려있는 섬머 시즌이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더욱 중요한 2라운드. 하지만 아프리카는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좋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프리카의 2라운드 경기력은 '퐁당퐁당' 그 자체였다. 저력이 있는 팀답게 연패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연승도 없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는 2라운드에서 단 한 번의 연승도 기록하지 못하며 우승권 경쟁에서 멀어졌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팀의 에이스 '기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에 있었다.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 좋을 때야 큰 문제 없지만, 페이스가 떨어진 아프리카는 전적으로 에이스 기인에게 의존하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에, 기인이 잘 안풀리면 아프리카의 경기력도 확 떨어졌다. 다른 팀들도 이러한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프리카는 1라운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것에 실패한다.

2라운드 성적은 4승 5패, 승패 마진 -1. 그러나 1라운드에 쌓아둔 승점이 제법 있었기에, 아프리카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 에이스 의존도가 높았던 아프리카. 결국 이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아프리카 프릭스. 포스트 시즌 일정도 분명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아프리카 프릭스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자 다시 한 번 각성했다.

2라운드 부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모든 선수들의 폼이 올라왔다. 전 라인에서 앞다투어 경기를 캐리했고, 젠지, 킹존 드래곤X를 차례차례 격파하며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 진출했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아프리카의 기세는 무서웠다.

▲ 상승 기류를 탄 아프리카 프릭스는의 기세는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도장깨기는 무서운 신예, '그리핀'에게 가로 막혔다. 아쉽게도 5세트 혈전 끝에 결승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그리핀의 경기력은 LCK 최상위권이었고, 팬들 역시 다소 아쉬운 감은 있으나 아프리카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프리카의 롤드컵 직행은 섬머 시즌 결승전 결과에 달려있다. 아프리카는 강했고, 좋은 성적을 올렸기에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과연 아프리카는 꿈에 그리던 롤드컵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현재 LCK에서 가장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팀 중 하나기에, 진출만 한다면 기분 좋은 대형 사고를 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