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 형을 패배의 늪에 빠트릴 것', '동준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겠다'

올해 마지막 GSL 결승인 2013 WCS KR 시즌3 조군샵 GSL 결승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2013년 10월 19일 열리는 소울의 프로토스 백동준과 SK텔레콤 T1의 저그 어윤수 간에 벌어지는 이번 결승에 앞서 10월 15일 곰TV 강남 스튜디오에서 두 선수의 결승에 대한 각오와 상대에 대한 재미난 신경전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상대 선수에게 절대 기선 제압을 당하지 않으려는 두 선수들의 치열한 입담 대결과 코칭 스테프들의 이야기. 이번 기사를 통해 여러분들도 한 번 만나보세요!

▲ 소울 최원석 감독, 소울 백동준, SKT 어윤수, SKT 최연성 수석코치 (좌측부터)


Q. 미디어데이를 시작하기 전에 인사를 부탁드린다.

백동준: 안녕하세요. 소울 프로토스 백동준이고, 결승에 올라와서 기쁘며,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윤수: 안녕하세요. SKT T1 저그 어윤수입니다. 여기에 올라올 수 있어서 기쁩니다.

최연성 수석코치: 안녕하세요. 수석코치 최연성입니다. 호칭은 수석 코치이지만 역할은 감독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석코치 이후 윤수가 결승에 가면서 내가 긴장도 되고 감개무량하다. 어윤수 선수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최원석 감독: 안녕하세요. 소울의 최원석 감독입니다.


Q. 두 선수 결승을 대비한 연습은 잘 되고 있는지?

어윤수: 잘 되고 있다. 성격에 대해 물어봤는데, 내 실제 성격은 여성적이다(웃음). 백동준 선수에 대해 평소에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관심이 없었다. 사실 4강에 올라온 줄도 몰랐다. 이번 시즌 백동준 선수의 경기를 한 경기도 안 봤고, 결승에 올라온 걸 보니 내가 우승하겠다는 것을 예감했다.



Q. 백동준 선수는 어윤수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동준: 윤수형이 배틀넷을 통해 나한테 잘 한다고 칭찬해주길래 진짜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아쉽고, 윤수형은 그냥 잘 하는 저그 같다. 윤수형한테 미안한데 내가 우승해야 할 거 같다.

어윤수: 왜 미안한지 잘 모르겠고, 나는 동준이가 올라와서 고맙다고 하고 싶다.


Q. 백동준 선수는 로열로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백동준: 생애 첫 결승이 로열로더 후보라니 더 기대된다. 2009년에 데뷔해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게이머 생활을 한 거 같다.


Q. 최원석 감독은 백동준가 결승에 진출할 것을 예상했는가?

최원석 감독: 전혀 예상을 못했다. 팀이 중간에 안 좋은일도 있었고, 팀을 새로 시작하면서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생각외로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어윤수 선수 게임을 봤을 때 동준이에게 이기기 힘들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쉬운 결승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신형 선수의 결승때와 달리 편하게 결승 게임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Q. 최연성 수석코치는 수석코치가 되고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어윤수 선수를 결승에 올려보냈는데?

최연성 수석코치: 결승에 왔으니 좋긴 한데, 나는 솔직히 팀킬 결승을 하기를 바랬다. 개인적으로는 어윤수 선수가 정말 힘들어하길래 8강에서 원이삭 선수에게 질 줄알았는데 이기고, 그 기세로 4강까지 이기더라. 내생각을 벗어나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킬 결승이 안 나왔으니 아쉽다. 어윤수 선수가 대단한 거 같긴 하다. 어윤수가 4강 상대인 김민철의 에너지도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많은 결승을 겪어봤지만 예상보다는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코칭 스테프들이 어윤수 선수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싶다.


Q. 상대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어윤수: 이제는 상대 경기를 다 봤다. 저그전 위주로 상대 경기를 봤는데, 동준이가 이기고 올라온 선수들이 전부 그저 그런 선수들이더라. 그래서 나랑 하면 별거 아니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무난히 결승에서 이길 거 같다.

백동준: 나 역시 상대의 경기를 모두 봤다. 윤수형은 초중반에만 강력하고 후반에 가면 별 볼일이 없을 거 같아 후반만 가면 내가 다 이길 거 같다.

Q. 어윤수 선수는 16강에서 매번 탈락했는데, 쌍커풀 수술 이후 바뀐게 많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윤수: 시기가 이상하게 겹쳤다(웃음). 나도 수술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 이번 대회에서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전에는 많이 안주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기회가 많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준비했다.

▲ 최연성 수석 코치는 미디어 데이를 위해 별도의 '쪽지'를 준비했다


Q. 최연성 수석코치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에 무엇이 적혀있나?

최연성 수석코치: 이런 미디어데이 행사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 종이이다. 이걸 행사 시작때 놓고 들어와야 하는데 들고 와버렸다. 그리고 내가 이걸 들고 있어도 괜찮은 이미지가 될 거 같아서 계속 가지고 있다.


Q. 최연성 수석코치는 본인 결승과 감독으로서의 결승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가?

최연성 수석코치: 선수로서 결승, 코치로서 결승, 감독 대행으로의 결승이 다 다르다. 선수로서는 중압감이 제일 약하다. 선수때는 어떻게 이기고 세레모니를 뭐하지 하는 생각만 하지만 코치는 선수가 어떻게 해야 이기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주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런데 감독은 선수와 코치때 모든 생각이 드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항상 자신있다. 나의 첫 번째 우승자로 만들고 싶다.

Q. SKT 저그가 그동안 잘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윤수: 연습생 때부터 나도 역시 겪어온 기간인데, 내 입장에서는 당시 못한다고 쓴소리를 많이 들은게 힘이 든 거 같다. 저그 형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내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다들 실력은 좋았는데 외부의 시선이 좋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 시선들 때문에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아무래도 저그 성적이 안 나오니 다들 부담을 가지고 힘들어했던 거 같다. 다른 종족보다 대우가 다르기도 했다(웃음). 예를 들자면, 우리가 연습실과 숙소 거리가 조금 되던 시기에 저그는 항상 걸어다녔다. 박용운 전 감독님이 저그들은 전부 파워워킹을 시켰었다. 물론 박 감독님이 먼저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셨었다.

요즘은 벤을 타고 다닌다(웃음).

최연성 수석코치: 당시 박용운 감독님 시절에는 그렇게 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하신거 같고, 저그들이 미워서 그런게 아니라 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한 거 같다. 그리고 우리 저그들은 김택용 같이 당시 저그전을 잘 하는 선수와 해야 하는데 주눅들고 게임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자신감의 차이였던 거 같다. 이제 어윤수 선수를 이어 다른 저그들이 T1저그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꿔줄 거라고 생각한다.


Q. 백동준 선수는 현재 소울 팀 분위기가 어떻게 느껴지나?

백동준: 지금이나 이전이나 다 같은 거 같다. 그리고 김영주 선수와 내가 가장 죽이 잘 맞아서 숙소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준다. 나는 단단한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기 저기 견제하면 다 뚫릴 거 같다고 하더라(웃음).


Q. 소울팀에서 시즌 파이널 진출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백동준: 게임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가장 큰 무기고, 게임에 대한 부담감 없이 최선을 다하되 패배해도 너무 낙담하지 않는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최원석 감독: 선수들이 STX 소울에서 계약 신분으로 있을때는 성적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이제 편안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 프로리그 결승 당시에 많이 연습하고, 열심히 공부했던게 지금 결과가 나온 거 같다. 그리고 이신형이라는 선수가 빠져나가면서 선수 모두가 팀 에이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을 가졌던 게 큰거 같다.


Q. 백동준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 후 팀에서 대우가 달라진 게 있는가?

백동준: 그냥 예전과 똑같이 결승 진출자라고 특별히 대해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

최원석 감독: 심지어 백동준 선수는 4강 경기날에도 설겆이를 하고 숙소에서 출발했을 정도이다.



Q. 백동준 선수는 세레모니로 한 번 고생했던 적이 있는데?

백동준: 그때는 내가 프로답지 못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나도 이제 연결체를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승리가 확정되면 확실하게 세레모니를 하겠다.


Q. 최연성 수석코치는 어윤수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연성 수석코치: 긴장을 하는 선수는 게임 내에서도 느껴지는데, 어윤수 선수는 그런것이 안 느껴졌다. 나는 선수일 때 엄청 긴장했는데, 그런 점에서 어윤수 선수를 보면 정말 신기하다.

최원석 감독: 백동준 선수는 긴장을 조금 하는 편인데, 조금 지나면 풀리더라. 우승을 확정 지었을때 너무 빨리 방심하지 않을가 걱정되기는 한다.


Q. 두 선수는 몇대 몇 승리를 예상하며 가장 중요한 맵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어윤수: 상대가 백동준 선수인 걸 보고 4대 0을 생각했는데 맵 순서가 나한테 불리한 거 같았다. 맵 순서 때문에 한 세트정도 내주고 4대 1로 우승할 거 같다. 아무래도 1경기가 가장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백동준: 맵이 내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한 판 정도 매너로 져 주고 4대 1에서 4대 2 정도로 내가 이길 거 같다. 나 역시 1세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세트를 내가 이기면 내가 4대 0으로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Q. 뒷 스크린에 본인 캐릭터 카드와 능력치가 적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백동준 70대, 어윤수 80대)

어윤수: 나는 저 숫자가 마음에 든다. 어쨌든 백동준 선수보다 높으니 만족하지만 별 의미는 없는 거 같다.

백동준: 내 경우에는 숫자가 정말 아쉽다.


Q. 어윤수 선수는 우승하면 어떤 세레모니를 펼칠 생각인가?

어윤수: 내가 승리하면 미니맵을 잘 보시면 뭔가 보일 것이다 꾸준이 확인해주시기를 바란다.


Q. 우승한 순간의 기분은 어떨 거 같나?

어윤수: 내가 어렸을때부터 꿈꿔온 순간이고, 트로피에 키스하는게 꿈이었는데 그게 이뤄진다면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 같다.

백동준: 내가 우승하면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너무 쉽게 우승하면 눈물도 안 나올 거 같다.



Q. 양 선수 감독들의 예상은?

최연성 수석코치: 결승은 판짜기와 1경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경기에 따라 스코어가 많이 갈릴 거 같다.

최원석 감독: 맵 순서상 우리가 초반에 좋은 맵이 많기 떄문에 우리 역시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뒤로 가면 불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대 1정도로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백동준: 최후의 프로토스인데, 토스 팬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윤수 선수를 다시 늪으로 빠트려 T1저그라는 별명을 그대로 달고 다니도록 하겠다.

어윤수: 결승 상대가 너무 약해서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남자는 눈물을 잘 안흘리는데 백동준 선수가 패배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싶으면 꼭 와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