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좋아합니다"

올해 '지스타 2015'에서는 업체 부스 외에도 학생 부스, 보드 게임 부스 등 다양한 부스들이 참가해 많은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중 제 발걸음을 이끈 건 인디 게임들이 모인 '빅 쇼케이스(BIC SHOWCASE)' 부스였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저 인디 게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인디라는 단어는 저에게 있어선 아주 매력적인 마법의 단어로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인디 게임들을 살펴보면 장르와 플랫폼을 초월한 개성 넘치는 게임들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요. 아니나다를까 부스에서는 처음 본 다양한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있지만, 인디라는 편견에 퀄리티가 낮은 게임이 아닐까 걱정하신다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인디의 독특한 감성이 가득한 게임에서부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리고 이게 정말 인디가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의 고퀄리티 게임까지 한가득했습니다. 아직 인디에 진짜 매력을 모르겠다고요? 그럼 여기서 마음에 드는 인디 게임 하나 찾길 바랍니다.



◆ 도대체 이런 센스는 어디서?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은 부부 개발자가 개발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무려, 게임사 이름도 36세 김민정이라는 독특한 센스를 자랑했는데요. 게임을 하자마자 느낀 점은 '도대체 이런 센스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였습니다. 그만큼 독특했습니다.


게임의 룰은 간단했습니다. 화면에 뜬 모스 부호에 맞게 좌우에 버튼을 터치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간단하면서도 코믹한 주인공의 모습과 경박한 사운드가 저도 모르게 실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한편, 과거 모스 부호를 배운 적이 있는 저로서는 어떤 내용일지 생각하다가 게임오버 되기 일수였다는 후일담이 있었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뭐냐는 물음에 가장 부합한 게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단순하고 재밌거든요. 부스를 찾아온 많은 관람객에게 큰 관심을 얻기도 했습니다. 보통 인디 게임이 숨겨진 맛집이라면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은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맛이 느껴집니다. 간단한 게임성과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그저 웃음만 나오는 캐릭터 디자인까지. 따로 보면 어색한 것들이 모이자 이게 꽤 잘 어울립니다.

이런 센스가 인정을 받았는지 지난 26일에는 매직큐브와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모바일 게임의 가벼움과 인디의 독특한 감성이 섞인 게임이었습니다.

▲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트레일러



◆ 진국같은 모바일 게임 '스타신디'

마스트 게임즈의 '스타신디'는 지난 8월에 인터뷰와 얼마 전 IGC2015를 통해 인벤 가족 여러분에게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 지스타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스타신디'는 처음 보자마자 어머! 저건! 사야 해~ 하는 생각에 바로 사버린 게임인데요.


마음에 드는 게임을 샀다는 기쁨도 잠시, '스타신디'의 첫 느낌은 멋스럽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였습니다. 굉장히 재밌어 보이고, 멋진 게임이었지만 어려웠거든요. 아무래도 모바일에선 처음 보는 타입의 게임이었고, 게임을 하기에 앞서 조작법을 알아야 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이었죠.

어느 정도 조작을 익히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게임을 한 저였지만 10분도 안 돼서 게임 오버가 됐고, 로그라이크를 표방하는 게임답게 모든 것이 초기화됐습니다. 그리고 이때 이거 쉬운 게임이 아니겠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게임을 하다 보니 참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임은 정말 재밌는데 이걸 진득하게 맛봐줄 유저가 얼마나 될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나만 즐기기엔 이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었죠. 물론, 게임의 난이도가 높다는 의견에 이지 모드를 추가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유저들에겐 큰 벽으로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분명 진국이었습니다. 반 턴제의 보병전은 단순 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의 행동을 예측해서 전술적인 플레이를 해야 했고, 실시간 전투의 함대전은 보병전과는 다른 조작하는 맛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렇듯 인디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완성도 측면에선 흠잡을 수 없었는데요. 오죽했으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게임을 만들었지 하는 질투와도 같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게임이 출시되고 몇 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다는 '스타신디'. 인디의 묵직한 한방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 '시타신디' 트레일러



◆ 물 건너온 물 다른 어드벤처 '블루스 앤 불렛'

인디 부스들이 모인 곳에서 유독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 게임, '블루스 앤 불렛'은 처음에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블루스 앤 불렛'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색감인데요. 무미건조한 흑백의 세계에 있는 유일한 색은 바로 붉은 핏빛뿐입니다.

'블루스 앤 불렛'은 외국의 A Crowd of Monsters가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전직 경찰인 주인공이 단서를 모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드벤처 장르는 이미 시스템이 완성됐고, 그래픽도 다소 단조롭다고 여겼거든요.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게임이 아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죠. 흑백 무성영화 같은 느낌의 게임은, 어딘지 거친 마초 근성이 느껴졌습니다. 개발자가 영화 '씬시티'와 같은 분위기와 금주법 시대의 마피아가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분위기 만큼은 확실히 합격점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연이 끝나고, 이야기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 심정을 느낀 거였을까요. 개발자가 먼저 한국어화에 대한 얘길 꺼냈습니다. 비록 아직은 정식 한국어화가 되진 않았지만, 혹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하라고 말이죠.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인 만큼 현지화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볍고, 밝은 게임에 질렸다면 흑백과 적색이 자아내는 어두운 분위기의 '블루스 앤 불렛'을 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 '블루스 앤 불렛' 트레일러



◆ 마니아가 개발한 마니아를 위한 리듬 게임 '서클링크'

피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서클링크'는 마니아들을 위한 리듬 게임입니다. 사실, 리듬 게임이라는 게 신선함을 주기 힘든 장르죠. 이미 게임의 기본 골격이 완성됐거든요. 더군다나 전 리듬 게임은 젬병인지라 선뜻 손이 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앞서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을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는데요.

이번엔 얼마나 저조한 기록을 세울까 생각하며 시작한 '서클링크'의 첫 느낌은 괜찮다 였습니다. 원형으로 배치된 노트는 모바일에서 하기에 딱 알맞은 조작감을 선보였습니다. 덕분에 짐승의 앞발을 가진 저였지만 어떻게든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변화는 기존 리듬 게임의 특징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기록은 여전히 저조했지만요.


한편, 흥미로웠던 점은 개발자들이 리듬 게임에 잔뼈가 굵었다는 겁니다. 대놓고 자신들은 마니아들을 위한 리듬 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어차피 리듬 게임의 주 수요층이 마니아들인데 무리해서 대중 노선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거였죠. 이 한마디에 그들이 만드는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클링크'는 TGS에서도 인디 게임 부문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리듬 게임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서클링크'.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니 리듬 게임 마니아라면 잊지 말고 즐겨주세요!

▲ '서클링크' 트레일러



◆ 까만 토끼의 스타일리시 액션 '해피&스마일'

인디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계속 제 시선을 잡아끈 게임이 있었습니다. 깔끔한 그래픽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그런데 웬걸 이 녀석들 폭력적입니다. 바로, '해피&스마일'에 대한 얘기인데요.

'해피&스마일'은 액션과 터치를 절묘하게 조합한 게임입니다. 전 원래 터치 액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요. 하지만 '해피&스마일'을 하면서 별다른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터치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조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화려한 액션들로 하여금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요. 전직 아티스트 출신이라고 그랬을까요? UI나 이펙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게임과 조화를 이뤘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액션은 그야말로 호쾌합니다. 까맣고 귀여운 토끼가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박진감이 넘친 전투는 물론,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블로킹까지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특수능력과 아이템까지. 어지간한 모바일 액션 게임 저리 가라 할 정도였습니다.

게임을 개발한 박병선 대표는 "모바일에서 과거 '더블 드래곤' 같은 아케이드 게임에서 느낀 호쾌한 전투와 'GTA' 같은 자유로운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게임에서는 악명을 쌓아서 악당들의 보스가 될 수도 있고, 물건을 훔치면 경찰이 오는 등 다양한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다양한 굿즈도 계획 중이라는 '해피&스마일'. 오랜만에 모바일 게임에서 제대로 된 액션 게임을 만나본 기분이었습니다.

▲ '해피&스마일' 트레일러



◆ 이제 스팀으로 찾아옵니다! '딤 라이트'

'딤 라이트'는 인디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꽤 알려진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이번에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VR로 다시 찾아오기 때문인데요.

전 공포 게임이 쥐약인데도 불구하고 VR로 '딤 라이트'를 즐긴다고 했을 때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흑백의 배경,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 중간중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가 귀를 간질이긴 했지만, 예상 범위 안이었습니다. 과연 이걸 VR로 한다고 뭐가 다르겠어 하는 생각이었지만 5분 뒤,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VR 기기를 벗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VR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몰입감의 극대화에 있었는데요. 평범한 공포 게임이었던 '딤 라이트'가 VR로 즐기는 순간만큼은 저에게 있어서 역대급 공포 게임이 됐습니다. 시야가 차단된 VR 기기 내에서 보이는 거라곤 게임 화면뿐으로 압도적인 일체감을 선사했는데요. 역시 VR 기기는 공포 게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로 출시된 '딤 라이트'는 현재 스팀 그린라이트에 도전 중입니다. VR로 즐기는 '딤 라이트'를 만나볼 생각에 떨리지만 벌써 기대되네요.

▲ '딤 라이트'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