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째를 맞는 '게임 관련 법령 리뷰'는 이제 NDC에서 빠질 수 없는 강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강연은 여느 때와 같이 "세션의 내용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며, 편의와 쉬운 이해를 위해서 극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는 선서로 시작했다. 이어 개발자, 게이머, 그리고 법률가의 역할 맡은 강연자들이 마치 만담을 하듯 지난해 있었던 주요 쟁점과 관련 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게이머를 자처하며 강단에 선 김관중 넥슨 IP팀 팀장은 작년 지스타 부스 기념품이었던 스냅백을 눌러쓴 채 게이머 본연의 입장에서 사건들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했고, 이원 프로젝트 A1 라이터는 개발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마지막으로 이홍우 법무실장이 법률과 관련한 여러 팁을 전수해주는 것으로 강연은 마무리가 되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강연 주제를 다양한 입장에서 알기 쉽게 풀어낸 '게임 관련 법률 리뷰 2016', 올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는 상표권과 도메인,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등이었다.

▲ 좌측부터 이원 프로젝트 A1 라이터, 이홍우 법무실장, 김관중 IP팀 팀장



■ 지난 이야기 - "킹과 아보카도의 대결...결과는?"


강연을 시작하기 앞서, 이들은 지난 NDC2015에서 다뤘던 킹닷컴과 아보카도 간의 소송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 12부는 킹닷컴의 일부 승소를 인정했으며, 내용상으로는 완승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서울 중앙지법은 아보카도 측에 자사의 게임 '포레스트 매니아'의 서비스를 중단할 것과, 11억 6,800여만원을 킹닷컴 측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4월 1일부터 서비스 중단까지 매월 8,300여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이것을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게임에서의 표현의 영역'이 넓어지는 순간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번 1심 판결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심에서 킹닷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저작권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그중에서도 2014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차)목의 영향이 컸는데,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에는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지난 2014년 공중파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 30분 전 입수해 무단으로 사용한 JTBC에 대해서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사례를 들 수 있으며, 다음으로는 엔하위키(리그베다위키)의 정보를 미러링해 서비스한 '엔하위키 미러'가 미러링한 정보를 통해 광고 수익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사건을 들 수 있다. 엔하위키 미러는 사이트 폐쇄 및 도메인 말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킹닷컴과 아보카도 간의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킹닷컴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 또한 저작권과 관련된 조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저작권의 주체가 아닌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권리를 인정하는 재판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 도메인 VS 상표 - LINE과 차선도색협회 이야기


이어 이들 게이머와, 개발자, 법률가는 인터넷 도메인과 관련된 사건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LINE(라인)과 차선도색협회, 이 둘이 "LINE.co.kr"이라는 도메인을 가지고 법정 공방을 하게 된 이야기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15년 1월 라인은 차선도색협회에 "LINE.co.kr" 주소에 대한 도메인 말소 분쟁조정을 신청하게 된다. 이후 3개월이 지난 2015년 4월 도메인 말소가 결정되지만, 차선도색협회가 도메인 말소 의무가 없음을 들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당시 차선도색협회측은, 2010년 도메인을 등록한 이후 줄곧 자사의 홈페이지 주소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네이버 라인은 그 1년 뒤인 2011년 6월 일본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을 내세워 도메인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 기업이 자신의 서비스명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네이버 라인 측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수차례의 도메인 양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메인 등록자가 미화 10만 달러를 제시한 뒤 거래가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4년 12월에는 해당 도메인을 다음 카카오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등 영업방해로 명백해 보이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법률은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이다. 해당 조항에는 "누구든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의 도메인 등록을 방해하거나, 부장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 이름 등을 등록 보유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이 조항은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 18조의 2 제 2항에 근거해 분쟁 조정의 판단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도메인과 상표권을 어떻게 다를까? 우선, 상표권은 국제상품분류(NICE 분류)에 의해 그 종류가 나눠지며, 현재는 NICE 10판에 의해 상품 53개, 서비스 12개로 분류가 되어있다. 따라서, 상표 분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특성을 특정할 수가 있는데, 가령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9류(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와 41류(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상품 분류로 특정되는 것이다. 또한, 상표권은 속지주의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가별로 등록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도메인은 상표권에 비해 비교적 등록에 드는 비용과 시간 모두 간편하다. ICANN을 통해 도메인을 선택, 신청한 뒤 결제하는 것으로 빠른 시일 내에 도메인을 등록할 수가 있는데, 이런 도메인의 간편함 때문에 지난 2000년대 초에는 도메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메인 등록 대행사인 ICANN은 개인 간 도메인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메인은 그 양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정보화의 공익이라는 측면에서 준 공공재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도메인을 무기 삼아 타인의 영업을 방해하고, 이를 담보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정당한 상표권을 보유했다면 도메인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위로금의 형식으로 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 정부의 게임 규제 - 20대 국회, 게임은 어떻게?


오는 5월 30일 제20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면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결/공표되지 못한 법안들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때문에 손인춘법으로 유명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비롯해 의결되지 못한 다양한 게임 관련 법안들 또한 폐기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폐기 예정인 게임 관련 법안 중에는 오히려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 또한 다소 존재했다. 예를 들면, 비영리 목적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 면제 안이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영구 제외를 주장했던 법안들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게임산업 규제는 여전히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강제적 셧다운제'라고 불리는 청소년 보호법과, 두 번째는 '선택적 셧다운제'라고 불리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이 중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것은 강제적 셧다운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셧다운제에 대한 변화/개정의 움직임이 차츰 나타나고 있다. 우선, 모바일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적용이 추가로 2년 더 유예된 것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다. 급성장 중인 모바일 시장 속에서 셧다운제를 적용시킬 만한 실직적인 단속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음은 셧다운제의 완화다. 셧다운제의 경우 부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셧다운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추진했으며, 추후 정부 차원에서 2016년 상반기 안으로 완화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이슈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었다. 2015년 3월 9일 발의된 게임산업 진흥법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하는 경품 등의 결과물이 사행성을 유발할 수 있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확률 등의 정보를 밝히라는 것이다.

게임물의 정보 표기 규정이 되어있는 해당 법안에 대해 게이머와 게임업계, 그리고 정부의 각기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게이머의 경우 마땅히 누려야 할 소비자의 권리이며,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게임업계는 게임 내 정보를 표기하는 것은 자칫 영업 비밀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며, 이후 제공할 콘텐츠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법안 또한 다른 19대 국회의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되었으나, 이와는 별개로 게임업계가 자율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행성으로 비난받을 여지를 줄이고, 산업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적인 규제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점차 자율 규제에 동참하는 게임사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려고 나서는 등 게임업계를 향한 정부의 규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 게임 DB도 창작물로 보호받나요? - '오디션'의 사례


마지막으로 이들이 다룬 주제는 지난해 있었던 게임 '오디션'과 관련된 사건으로, 해당 사건의 당사자는 게임 '오디션'의 개발사인 T3엔터네인먼트 (이하 T3)와 퍼블리셔인 와이디 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디)였다.

사건은 와이디와의 오디션 퍼블리싱 관련 계약 종료가 다가오면서 시작됐는데, T3는 2015년 8월 18일 와이디측에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이때 T3의 요청사항은 와이디가 9월 말까지 '오디션'의 서비스를 유지할 것과 계약 종료 후 오디션 회원 DB를 이관해줄 것이었는데, 와이디가 이를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었다. 와이디측은 T3를 상대로 일방적인 계약 종료 통보는 물론 회원 DB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받아쳤다.

회원 DB를 놓고 두 회사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 와중에 T3는 와이디가 서버 접속을 방해한다는 내용의 서버접속 방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양사가 DB를 놓고 벌인 진흙탕 싸움은 계속되었다.


사건은 중국의 퍼블리셔 9YU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일단락하게 된다. 9YU는 T3/한빛소프트와 함께 중국 서비스 권한을 갱신하기로 체결하는 한편, 와이디 측과는 회원 DB를 거래했는데,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당시 9YU에 DB를 이전하는 조건으로 와이디는 약 1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DB가 창작물로서 인정이 되는지, 또 거래가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다. 저작권법상 DB는 창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2조 20호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창작물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고 정의했으며, 제 4장을 통해 특별히 데이터베이스와 그 제작자에게 일정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는 창작물은 아니지만 저작권법을 통해 권리를 인정받으며, 거래가 가능하다.

'오디션'의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비단 DB의 속성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와이디와 T3가 계약 당시 작성한 계약서의 내용 때문이었다. 오디션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할 당시 두 회사는 회원 DB에 대해 양 회사의 '공동 소유'로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작년에 있었던 법정 공방을 야기하게 된 것이다.

공동 소유라는 것은 해당 재화가 두 회사 모두의 소유임을 뜻하나, 또 어느 한쪽의 소유만은 아닌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디션'의 회원 DB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DB에 대한 권리를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