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짝퉁의 나라, 중국. 몇 억에 달하는 인구수를 기반으로 매우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나라, MADE IN CHINA 태그가 전 세계에 유통되는 나라. 자국 기업 보호주의로 '카피캣'이 넘치는 시장. 그리고 한편으로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 스테레오타입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식은 게임 업계와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무시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력과 개발력에 놀라는 일이 혼재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은 물론이고, VR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도 관계자들에게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가깝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인식에 가려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한중 게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두일 대표가 분석한 중국 VR 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어떠한 미래를 보여줄까? 한국과 중국 시장 모두에서 일을 하는 그는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VR의 대중화는 중국에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

김두일 대표는 핸드폰의 사례가 VR 시장에서도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체의 기술과 트렌드를 발전시키는 것이 미국과 일본이라면, 보편적으로 대중화하는 과정은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 설명했다. 중국의 막대한 인구수에서 대중화되어야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조악한 수준의 카피 제품이 단지 싼 가격으로 나오고 있을 뿐이고, 디바이스의 성능도 미국의 제품보다 떨어지는 상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VR 시장 나름의 노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업계 전체의 저변이 확대되면, 대중들이 VR을 이용하게 되고 시장이 발전할 것이란 분석이다.



■ 중국 시장의 현재 상황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아시아 문화를 주도해왔던 전통적인 문화들이 탄압받는 경험을 겪었다. 종교부터 시작해서 서적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가 부정당한 것이다. 하지만 개방 이후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갈증'이 시작되었다.

현재 중국의 GDP의 4% 정도는 문화 콘텐츠 시장으로 구성되어있고, 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김 대표는 이러한 모습이 '중국인들이 가진 문화의 갈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문화가 발전함에 있어서 기술과 트렌드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생활에 유리된 기술 측면보다는 밀접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중국 VR 시장이 가진 가능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게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김두일 대표는 중국의 VR 게임 제작 업체들이 PC나 모바일을 개발하다가 VR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디바이스보다는 킬러타이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엑스박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고전하다가, '헤일로'라는 킬러타이틀의 등장으로 판매량을 따라잡았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한, 지금까지 중국 시장을 주도했던 것은 PC 클라이언트 게임들이었다고 정리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PC 클라이언트 게임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반대로 모바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시장이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 분석했다.


중국 시장의 구조는 10개의 회사가 매출 70%를 차지한 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텐센트와 넷이즈가 시장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나머지 업체들은 고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핵심적인 것은 'IP'라고 분석했다. 100개 중 90개 이상이 IP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IP는 한정된 유한한 자원"이라고 정리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IP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렇기에 10위 안에 들지 못한 회사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새로운 장르인 'VR'에 진출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중국 VR은 어떻게 발전해왔나? 그리고 어떻게 변할 것인가?

김두일 대표는 중국 VR 시장의 발전 과정을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과거인 2015년 이전은 군사적인 목적이나 GPS 관련 업체들이 VR 기술을 활용했던 시기다. VR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을 잡는 데 주력시 시점이며, 산업적인 목적보다는 군사나 지도 같은 용도로 기술이 사용됐다.

현재 시점인 2015~16년은 'VR 원년'이라고 평가한다. 혁신적인 시대이며,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던 시기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러한 발전에는 많은 투자들이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VR을 한다고 써 붙이면 투자가 들어오는'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투자의 이유에는 중국 정부 측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면 다른 나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드론이나 스마트폰의 사례처럼 불법 복제와 산자이(카피캣)로 시작하여 가격을 낮추고, 여기에 약간의 차별 포인트를 추가하여 대중화를 시키는 전략을 VR에서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드론처럼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기반이나 기술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수많은 업체들이 VR에 뛰어들게 되었고, 각자의 디바이스와 기술들을 선보이면서 군웅할거,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VR 자체가 표준으로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태이니, 중국 측에서는 저가의 양산품만 늘어나는 애매한 모습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전략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중국 VR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김 대표는 이미 16년 말부터 신규 투자가 중지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일종의 조정기를 거치는 것이며, 여기서 살아남는, 경쟁력이 있는 업체만 지원하겠다는 정부와 투자자들의 관점이 적용됐다고 판단했다. 시장 자체가 성숙하기 시작했고,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정리될 것이라 봤다.

정리하자면, 중국의 VR 시장은 훈련에서 출발하여 게임을 거쳐, 오프라인 체험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오프라인 체험관'은 아 16년 12월 기준으로 5천 개가 넘을 정도로 급성장하는 상태다. 현재 중국의 VR 체험관은 테마파크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이며, 대도시보다는 2~3선 도시 위주로,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VR 시장의 모습을 설명한 김 대표는 강연의 마지막에, 현재 중국 VR 시장에서 주목할 수 있는 회사들에 대해 소개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