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게임 산업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변화해왔다. 한 때 10대들의 취미, 그것도 틈새시장으로만 인식되어 소수의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했던 게임 시장의 규모는 2016년 300억 달러(2017, 뉴델)를 넘어섰다. 뉴델은 2019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예견하고 있다.

거대한 시장임에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보잘것없었다. 심지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를 '폐인 혹은 반사회적인 기질을 가진 부적응자' 등으로 인지했다. 하지만 미국 컴퓨터 업체 델의 자회사 에얼리언웨어(Alienware)가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케이프(Researchscape)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 게이머의 행동양식은 상기한 선입견과는 다른 양상을 보임을 확인했다.

2017년 12월 9일부터 2018년 1월 30일까지 진행된 해당 연구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 일본, 영국, 미국 등 11개국에서 일주일에 1시간 이상 게임(콘솔, 데스크탑, 노트북으로 즐기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5,763명을 대상으로 게임습관과 인식에 대해 설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대상은 연령별로 10대 12%, 20대 26%, 30대 22%였으며 성별로는 남성 52%, 여성 47%다. 이중 결혼을 했거나(52%) 동거(15%) 중인 사람 가운데 52%는 자녀를 두고 있다.



오늘날 게이머의 이미지는 어떨까?

게임이 발전하고 대중에게 퍼짐에 따라 '게이머'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부모님 집 지하실에 '틀어박혀서' 게임에만 열중하는 전형적인 10대 외톨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최근에는 스스로 '게이머'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발견됐으며 그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자신을 '게이머'라고 부르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유치하다', '당황스럽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0명 중 1명 이하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게이머라 불리는 것에 대해 재밌다(35%), 멋지다(29%)고 응답했으며 26%는 신난다고 답했다.

e스포츠의 확산과 SNS를 통해 게임업계는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도 성숙해졌다. 답변자 중 27%는 3~4명의 주위 친구나 가족에게 게임을 소개했고 25%는 5명 이상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이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즐기기 위함이다. 게임이 주류문화에 편입되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게임에 자연스레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을 위해서(60%),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51%),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49%)가 상위 답변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0%는 게임 실력 향상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그 누구도 '초심자'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6%의 응답자는 자신을 초보자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40%는 캐주얼 게이머 25%는 꽤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8%는 자신이 프로게이머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이머들은 뚱뚱하고 게으르거나 공격적이라는 고정관념도 현실과 달랐다. 전체 응답자의 40% 이상이 신체단력과 같은 운동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게이머 커뮤니티의 확장 및 확산

게이머들은 게임을 할 때 문화적 배경이나, 정치적 배경 또는 성적 취향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른 게이머들의 기술 수준(40%)이었다. 오직 14%의 게이머들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대의 성별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여성 게이머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과도 연결된다. 응답자의 47%가 게임을 하는 여자친구와 교류하고 있으며 29%는 게임을 하는 여동생, 21%는 게임을 하는 누나가 있다고 대답했다. 딸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대답한 부모도 21%였다.

특히 10대들의 25%는 여성 게이머를 환영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단 17%만이 자신의 커뮤니티에 여성 게이머를 받아들여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보여줬다.



게이머는 게임밖에 모르는 외톨이다?

게이머에 대한 구시대적인 고정관념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게이머가 외부 관심사와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에 게이머들은 음악(63%)과 가족(59%) 혹은 친구들(55%)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행(50%) 독서 및 작문(46%)도 인기 있는 관심사였다.

국가별로 브라질, 프랑스, 캐나다 게이머는 대체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즐기는 데 많은 관심을 뒀고, 미국인은 이웃과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했다. 인도의 게이머는 전통적인 스포츠, 이를테면 크리켓, 축구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조사 결과 게이머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6~9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10시간~19시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25%, 주당 20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게이머는 전체 20%를 차지했다.

여전히 게임을 위해 잠자는 것을 희생하겠다고 답한 37%의 게이머도 있었지만, 대부분 게이머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처럼 휴일을 보내고 친구, 가족과 어울리며 기념일 등 사회적 약속을 건너뛰는 것을 싫어한다고 조사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39세 이하의 게이머들은 40세 이상의 게이머보다 외부활동 및 유대 활동을 더욱 중요시하며 넷플릭스 시청 및 SNS 활동 을 위해 기꺼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포기하고 있는 사실도 언급했다.

또한, 게이머들은 게임을 삶의 중심에 두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임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패배가 좌절 및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쟁 게임에서의 패배는 단지 23%의 응답자만이 방전 직전의 배터리보다 나쁘다고 대답했으며 20%는 컴퓨터 업데이트 시간, 19%는 찬물 샤워보다 나쁘다고 생각했다. 지는 것보다 더 기분 안 좋은 것은 치팅(12%)과 강제 파티 탈퇴(fired, 11%)에 이어 잠수(10%)를 꼽았다.



뇌 능력 개발

보고서는 게임을 통해 유익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을 함으로써 얻는 이점'에 대해 응답자의 39%가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37%가 손과 눈의 조정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27%는 팀워크 향상, 18%는 리더십이 향상됐다고 인식했다. 뇌의 인지와 사고 능력이 발전한다고 느낀 것이다.

이같은 이점은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종종 수학, 읽기, 과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호주 로얄멜버른공과대학(RMIT)의 최근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게임에 더 익숙해질수록 게이머들의 뇌 능력이 향상될 확률은 높아졌다. 프로게이머의 54%는 게임이 생각을 더 전략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대답했으며 캐주얼 플레이어의 36%와 초심자의 30% 역시 이처럼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