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해두는데, 이 글은 전투력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까려는 게 아니다. 아이온2가 지금 쓰고 있는 "단일 전투력 지표, 평타 비중이 높은 전투 설계,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이 세 가지를 전제로, 이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 어디로 수렴하는지를 따져보려는 것이다. "이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경향성 얘기다.

전투력은 결국 여러 차원의 성능을 숫자 하나로 눌러 담은 지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압축이 공정하냐가 아니라, 뭘 기준으로 압축했느냐다. 지금 구조에서 전투력은 사실상 "보스 클리어 타임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를 근사하는 숫자로 작동한다.


이 기준 아래서 기여는 두 종류로 나뉜다. 딜은 클리어 타임을 직접 깎는다. 넣으면 넣는 만큼 줄어든다. 항상 작동하는 기여다. 반면 힐, 생존기, 부활 같은 건 특정 상황이 터져야 비로소 효용이 생기는 조건부 기여다. 터졌을 때 기대값이 충분히 크면 경쟁이 되지만, 문제는 그 "터질 확률"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 스펙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피흡이 누적되고, 보스 패턴이 단순화되면서 "사람이 죽는 상황" 자체가 점점 사라진다. 터질 확률이 0으로 가면 효과가 아무리 커도 전체 가치가 쪼그라든다.


결과적으로 생존·유틸 기여는 "효율적인 선택"에서 "보험"으로 전환되고, 클리어가 안정화된 다음엔 선택지에서 밀려난다. 이 편향을 교정하는 설계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역할별 가중치를 따로 매긴다든지, 전투력을 여러 지표로 쪼개서 평가한다든지. 하지만 이건 시스템 복잡도를 올리는 일이고, 특히 크로스 플랫폼 환경에서는 UX와 운영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 제약이 크다. 모바일은 이 경향의 원인이라기보다 촉매다. 고난도 역할 분담보다 직관적이고 단일한 효율 극대화를 선호하게 만드는 환경이고, 평타 비중이 높은 전투 설계도 이 방향과 잘 맞는다.


부활이나 무적 같은 유틸 스킬이 이 구조적 긴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스킬들은 클리어 타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실패 상태를 복구하는 기능이다. 앞의 논리대로라면 실패 확률이 줄수록 기대 기여도도 줄어든다. 그런데 성역 같은 고난도에서는 여전히 부활이 사실상 필수로 작동한다. 전투력 평가에서는 기여가 낮게 잡히는데, 실제 클리어 조건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요소로 요구되는 이중 구속이다.


딜 효율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실패 확률을 제거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부활을 전제로 설계된 콘텐츠는 실패가 발생하는 걸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이 둘이 같은 게임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모순이 이미 일부 콘텐츠에서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인던에서는 부활석 같은 시스템을 통해 부활 기능이 특정 직업에서 분리돼서 범용 기능으로 재배치된다. 설계 방향이 "부활을 없앤다"가 아니라 "부활의 직업 의존성을 없앤다"에 있다는 뜻이다. 부활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할 구조에서 빠져나와 시스템 레벨로 올라간다.


이걸 종합하면, 지금 구조는 겉으로는 직업 분화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기여를 딜 효율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한 줄에 세우고 있다. 이 수렴을 늦추던 마지막 장치 "부활을 전제로 한 콘텐츠 설계" 마저 시스템적으로 분리되는 방향으로 정리된다면, 최종적으로 남는 건 모든 직업이 같은 축 위에서 줄 세워지는 구조다.


물론 개발사의 최종 방향성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설계 흐름을 기준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딜 중심의 파티 구성으로 재편되고 일부 유틸리티 스킬은 역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축소·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요약: 전투력은 결국 “얼마나 빨리 잡느냐”를 기준으로 작동하고, 이 구조에서는 딜만 항상 유효한 기여가 된다. 그래서 결국 유틸은 축소할거고 (부활삭제, 무적삭제) 시스템으로 편입, 게임은 딜링 중심으로 재편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