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G e스포츠 리그는 작년 각종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선보였던 약 20여개 팀의 참가자에 승수 및 킬 수에 기반한 포인트에 따라 순위를 부여하는 경기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리그의 텐션을 높이기 위한 승강제나 스플릿 구분을 통해 신규 팀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각자만의 방식을 채용하여 개성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리그구조의 완성도를 떠나서 두 팀간의 경기로 승패가 갈리는 방식이 불가능한, 여러 다수의 팀이 참가하여 순위를 결정짓는 방식을 가진 PUBG에 최적화된 경기방식은 아직 정립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진행되는 APL, PSS등을 보면서 과연 포인트 제도가 정답인가? 라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현재 PUBG e스포츠 경기방식에 대해 어떠한 경기방식이 적합할지 제 의견을 말씀 드려보고 좀더 튜닝을 해보고자 합니다.


현재의 PUBG 경기방식에 개선이 필요한 점은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순위산정에 생존 수와 킬 수와의 관계 모호
2. Standing이 복잡
3. 경기 참가팀이 너무 많음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아래 두 가지 개선방식을 제안합니다.

1. 포인트 제도 폐지. 생존 수(승수)와 킬 수를 분리하여 Standing을 심플하게 구성
2. 경기 참가팀의 수를 10개팀으로 압축하여 직관성 제고 및 운적 요소 약화 (+자기장 수정 병행)


#1 포인트 제도를 폐지하자

킬 포인트는 생존 포인트에 비해서 순위산정에 비중이 얼마나 되어야 할까요? 기존 대회처럼 1위 기준 2%? 하위팀 기준 약10%?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거니와 배틀로얄 장르 특성 상 킬 수의 많고 적음이 우승여부와 일치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비중의 고저를 고려하여 합산하기에는 부적합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존순위만큼 킬 수 또한 팀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고, 또한 교전을 회피하는 경기양상을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킬 수 또한 전체순위 산정에 반영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존순위에 킬 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포인트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만, 여러 팀들의 순위를 여러 경기를 통해 산정해야 하다 보니 계산법이 복잡해지고 직관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매번 경기가 끝날 때 마다 생존순위에 따른 포인트를 찾아서, 킬 포인트를 더하여 포인트를 산정해야 하며, 이를 또 기존 점수에 더해야만 순위 산출이 가능하다 보니 경기 종료 후에 계산하는 시간 때문에 방송 중계 흐름도 끊어지고 시청자도 따라가기 힘들게 됩니다.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에서 시청자들이 경기에 몰입하며 보게 하려면 경기 중에도 '지금 보고 있는 게임의 결과가 순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나'를 바로바로 캐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포인트 제도 방식은 정말 극도의 매니아가 아닌 이상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포인트 제도의 문제점은 '순위표만 가지고는 팀들이 쌓아온 성적기록을 직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스플릿2까지 종료된 APL의 순위입니다.
KSV_NOTITLE가 비교적 우월한 성적을 뽑내는 중이고 NoBrand, LSSi, Arena- 등의 팀들이 잘하고 있다는건 알겠는데, 이들의 스플릿1, 2 성적은 어땠을까요? 몇번이나 생존했을까요?
NoBrand가 KSV_NOTITLE을 넘어 순위역전을 하려면 스플릿3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까요?


한창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을 당시의 2017 LCK 서머 스플릿 순위입니다.
한눈에 모든 팀들의 성적기록을 살펴볼 수 있으며, 지금 경기예정인 팀들의 경기결과에 따라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2 Standing을 심플하게 구성하자

PUBG는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서바이벌 게임에서의 최우선 성적은 생존 수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생존 수만으로는 변별력이 부족해지므로 좀더 공격적인 경기양상 유도를 위해 1순위로 생존 수를 비교하되, 생존 수 동률 시 비교하는 2순위로 킬 수를 비교하는 방식의 순위표를 제안합니다.

예시를 위해 위의 APL 스플릿2 순위표를 생존 수 > 킬 수 순으로 새로 구성한 순위표입니다. 리그 중간에 진입, 탈락이 가능한 승강이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순위산정에 경기당 평균 킬 수(K/G)로는 반영하지 않았으며 (2부리그 강등 페널티 및 직관성 고려), 편의상 1~10위까지의 팀들만 순위표에 산정하였습니다.


상기 순위표로 아래와 같이 팀들의 성적을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1. KSV_NOTITLE은 K/G로 볼 수 있듯이 압도적인 피지컬로 우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2. Arena-는 교전을 회피하는 생존메타 중심의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포지셔닝을 잘 하나 보네요.
3. CLOUD 9은 경기수 대비 높은 승률(17%)와 K/G를 볼 때 지금의 기세를 유지한다면 리그 후반에 충분히 상위 팀들과의 순위경쟁이 기대됩니다.

향후 남은 경기에서 아래의 관전포인트를 가지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1. KSV_NOTITLE의 성적이 우월하지만 Arena- 또한 동일한 승수를 달성하며 바짝 쫓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KSV_NOTITLE 승수를 늘리지 못하고 Arena- 가 1승을 더하게 된다면, 역전도 가능합니다.
2. 현재 3위 팀인 NoBrand 또한 3승과 121킬로 많은 킬 수를 확보하고 있어서 4승고지를 달성한다면 Arena-를 3위로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으로 이번 리그가 25번의 게임으로 정규시즌이 종결된다고 하고, 만약 마지막 경기 진행 중에 KSV_NOTITLE이 일찌감치 탈락해버린다면? 중계진은 바로 Arena-의 우승 가능성을 해설에 바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NoBrand도 포함하여 두 팀이 막바지까지 생존해있다면? 어느 팀이 승리하냐에 따라 1위 역전과 2위 역전이 발생할 수 있기에 엄청나게 쫄깃한 상황이 연출되며 중계진이나 시청자들이나 긴장감에 몰입을 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순위표만 살펴보고도 시청자들은 팀들의 성적기록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향후 경기결과에 따른 순위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가 있기에, 진행 중인 경기 관전 시 포인트를 잡고 흥미롭게 볼 수가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중계진이나 옵저버 등 중계 측에서도 경기 진행 중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가 있기 때문에 좀더 다이나믹한 중계나 화면 연출이 가능합니다.

추가로 생존 수 > 킬 수만으로 순위를 산정할 경우 간혹 킬 수까지 동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마지막으로 경기당 평균 순위(전체 경기순위 합계를 경기수로 나눈 수치)를 비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정리한 순위표에 3순위 지표인 경기당 평균 순위까지 반영한 순위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RP = Rank Point. 전체 경기순위 합계로 낮을수록 좋음) 순위변화가 있지는 않습니다만 RP/G를 통해서 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KSV_NOTITLE은 평균 5.25위로 킬 수뿐만 아니라 순위방어도 잘하는 슈퍼팀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2. Arena-는 확실히 교전 피지컬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승률에 비해서 K/G도 낮고(하위 3위) RP/G가 모든 팀들 중 최하위인데, 이는 교전을 일찍 하게 될 경우 그만큼 잘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여집니다. (실제 경기를 모두 본 것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3. CLOUD 9은 높은 K/G에(상위 2위) 비해서 낮은 RP/G를(하위 3위) 보여주는데, 이는 상당히 호전적인 팀 컬러를 가지고 있거나, 교전 피지컬에 비해서 전술, 포지셔닝 등에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승률이 높은 걸로 보아 후자보다는 전자 쪽에 무게가 실리긴 합니다.

사실 2순위 지표를 킬 수로 할 것이냐, RP/G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됩니다. 킬 수가 2순위 지표인 방식은 생존순위에서 1위 외의 순위는 거의 무의미 하기 때문에 (0킬 2위는 0킬 꼴찌나 별반 다를 바 없음) 교전을 회피하는 생존위주의 메타는 정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되게 될 텐데, 제 생각엔 이게 좀더 교전을 유도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Arena-와 같이 하이리턴에 성공하여 높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지만요.

이렇게 제안 드린 순위산정 방식은 다소 단순해 보이지만 배틀로얄 장르의 본질적 중요성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팀의 스타일에 따라 운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좀더 가지고 있어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실력에 따라가지만, 막판역전의 변수가 개입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장기리그로 진행 시 리그 후반까지도 긴장감이 유지되리라 기대되고요. 가장 큰 장점은 쉽고 빠르게 팀들의 성적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3 경기 참가팀을 10개로 줄이자

현재 대부분의 PUBG 스쿼드 대회는 한 경기에 약 20여개 팀이 참가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절대불변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게임 기본룰이 100명 / 25개의 스쿼드 사이에서 생존하는 방식이다 보니 당연하게 인식되는 부분이 있는데, 전 배그 e스포츠가 좀더 프로화로 고도화 되기 위해서는 참가팀을 10개로 압축하는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통 20개 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선수들의 경기와 일반 유저들의 경기가 다른 룰이면 안된다’ 라는 논리가 많이 전개되는데, 저도 그 원칙에는 동의합니다만, 이미 지금 프로팀들의 경기는 일반 공방과는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기 때문에 기본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좀더 고도화 된 게임양상에 맞는 룰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일단 현재의 20개 팀 체제일 경우에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과 이를 10개팀으로 변경할 경우 개선이 예상되는 부분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중후반 교전 시에 선수들의 기량과 관계없이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황 발생
경기를 보면 거의 대부분 4페이즈 자기장 까지는 생존자 수가 전체의 80%가 넘는 수준으로 진행되다가, 더 이상 교전을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지는 5~6페이즈 시점부터는 급격하게 동시다발적으로 교전이 발생하며 생존자 수가 확 줄어드는 양상을 볼 수가 있는데요.
이게 자기장의 운빨과 더불어 좁은 구역에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리다 보니 실제 선수들의 포지셔닝 능력과 관계없는 소위 재수가 없는 케이스로 양각, 삼각에 몰리면서 탈락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자기장의 무작위성은 게임 전체를 통할하는 룰이므로 이를 손댈 순 없고, 밀도를 낮춰서 실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 그렇게 수정하더라도 더 자기장이 좁아지면 마찬가지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6페이즈 부터는 자기장 지름이 200m라 교전을 회피 할 수 없는 임계점이기 때문에 고밀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2. 너무 많은 선수에게 포커스가 분산되어 중계와 시청자 관전이 어려움
많은 선수들에게 참가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좋습니다만, 80명이나 참가를 하다보니 게임 내내 단 한번도 포커스를 못받거나 언급조차 안되는 선수가 부지기수이며, 시청자들 또한 너무 많은 선수들의 등장으로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옵저버 화면을 구성할 때도 10개팀이라면 각 팀별로 포커스를 잡아주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중계화면 구성에서도 마치 롤처럼 왼쪽 5팀, 오른쪽 5팀씩 나누어서 스탯 화면을 보여주며 전체적인 팀들의 상황을 볼 수 있게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팀 컬러로 10개의 색만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컬러구분이 용이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체 팀 상황을 볼 수 있는 중계화면 구성 예시입니다. 팀 컬러와 생존자, 사망자, 피격자를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실시간 반영을 위해 방송CG가 아니라 옵저버의 기능으로 구현되어야 할 것 같네요.

3. 경기 템포를 빠르게 하고 파밍의 운적요소를 줄여 좀더 기량위주의 경기운영 가능
실제로 맵 상에서 20개의 스쿼드 모두가 빠르고 넉넉하게 차량, 구급품을 확보하기에는 살짝 모자란 부분이 있습니다. 파밍도 엄연히 실력이고 인간 파밍도 할 수 있긴 합니다만, 사실 경기 내에서 초반부 파밍시간은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뿐 길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죠. 물론 어느 정도는 시간이 있어야 팀 & 선수소개, 관전 포인트 짚어주기 등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초반 파밍 시간은 너무 깁니다.


생각보다 20개 팀이 넉넉하게 파밍 할 만한 핫 플레이스는 많지 않습니다.

참가팀이 10개로 줄어든다면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서 더 안전하게 파밍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팀들이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고유의 전술전략을 구사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대신 초반 1~3페이즈 자기장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훨씬 빠르게 줄어들게 설정 하는 것도 병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낮은 밀도로 안전하게 파밍 할 수 있지만 좀더 빠르게 모이도록 해서 경기의 템포를 끌어올리는 게 목적입니다. 마침 오늘 APL 부터 전체적으로 자기장 패치가 적용되서 양상의 변화가 기대되는데요, 10개팀 참가일 경우엔 과감하게 바로 4페이즈부터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참가팀이 10개 팀으로 줄어들면 관전랙도 지금 당장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하하). 뭐 이런건 당연히 기술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겠습니다만.


이상으로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PUBG e스포츠의 경기방식 개선안을 정리 해보았습니다. PUBG 본연의 게임성을 크게 해지지 않는 선에서, 너무 길게 설명이 필요한 세세하고 복잡한 방안이 아니라 심플하고 직관적인 수정안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tanding을 생존 수 > 킬 수 > 평균 순위로 심플하게 구성하고 경기 참가팀을 10개로 줄이는 두 가지 방안만 적용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