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아트 게시판이 너무 휑한 게 아쉬워서 강좌 비슷하게 한번 올려봅니다. 
팁게의 취지랑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 같지만, 달리 올릴 곳이  없군요. 양해 바랍니다.

그림이란 게 잘 그리려면 노력이 많이 들지만, 즐기는 데에는 실력보다는 요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령만 알면 초기 진입은 어렵지 않다고 봐요. 저도 그리 잘 그리는 축은 아니지만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기 즐길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우리 같이 즐겁게 낙서합시다.

서론은 이쯤하고, 이 시리즈를 통해 그릴 그림은 이겁니다.


채색은 별도의 도구를 요하므로 선화와 줄무늬만 하겠습니다.

이번 회는 그림에 들어가기 전에 몇가지 꼼수(?)를 소개하겠습니다.


1. 원은 아름답다.

우리는 흔히 일본만화식 미소녀라 하면 큰 눈과 함께 뾰족한 턱을 특징으로 꼽습니다. 3D 사람도 V라인 운운하면 '날카로움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이 때문에 종종, 얼굴의 가장 기본이 잊혀지곤 합니다.
예쁜 얼굴은 계란형이라는 사실 말이죠.


둘을 비교해봅시다. 왼쪽은 찐빵 위에 점과 선을 적당히 그려넣었습니다. 오른쪽은 눈코입에 비교적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이 훨씬 이상해보이죠.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은 얼굴선이 둥그렇게 균형잡혔고 이목구비가 그 안에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죠. 반면에 오른쪽은 얼굴 형태와 배치가 제멋대로라 이상해보입니다. 오른쪽을 균형있게 재배치해보겠습니다.


얼굴선 고치고 거기에 맞춰 같은 이목구비를 배치만 바꿨는데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머리와 얼굴은 동그라미를 기본으로 놓고 턱선을 갸름하게 다듬어준다는 느낌으로 그리면 기본은 달성됩니다. 이것만 되면 눈 자리에 점만 찍어도 얼굴이 얼굴처럼 보입니다.


2. 그림은 큰 형태부터

그림은, 특히 인물은 밸런스가 생명입니다. 그리고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테일보다 큰 덩어리가 잘 잡혀있어야 합니다. 디테일은 날릴 수도 있고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큰 그림이 어그러지면 수습이 불가능합니다.


그림은 이와 같이 타원, 사각형, 막대기 등의 기본형에서 시작해 작은 파트를 덧붙이는 식으로 그려나갑시다. 거기에 몇가지 장식을 덧붙이면 그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완성됩니다.
필요한 기본 능력은, 타원을 찌그러지지 않게 그리는 능력과 사각형을 삐뚤어지치 않게 그리는 능력 정도입니다. 


3. 자료를 참조하자

의외로 잊는 부분인데, 그림을 그릴 때는 대상에 대한 자료를 참고합시다. 
사람의 기억력은 그리 좋지 못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도 막상 그리려면 생각이 안 납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단순히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기억력이 레인맨 수준이 아니라면 공식 일러를 참조하며 그립시다.
더 나아가, 낯선 포즈를 그리고 싶으면 비슷한 포즈의 그림이나 사진을 옆에 두고 합시다. 포즈를 상상으로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그리는 사람들은 원체 많이 그리다보니 해당 포즈를 눈이 기억하고있는 건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보고 그릴 것이 필요합니다. 
좀 귀찮더라도 옆에 자료를 놓고 그리면 그림이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퀄리티 이전에, 일단 그리는 것이 편해집니다. 끙끙대며 스트레스 받는 대신 그리는 행위 자체를 더 즐길 수가 있어요. 즐기자고 그리는 게 팬아트잖아요?



이번 회는 여기까지.
다음회부터는 코롱이를 순서대로 그려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