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아! 다은아!

머리 하얗게 센 노부부가
똑같은 안경에
똑같은 빵모자를 쓰고
느릿느릿하게 걸어와서 장을본다

할망은 바쁘게 파 담고, 버섯 담고 하는데
할아방은 장바구니 들고 할망 곁을 따라다닌다

다은아! 다은아!
할아방은 마음에 든 쌈장 하나 콕 집으며
할망을 불러 눈치로 승낙을 얻어낸다

여보, 누구엄마, 마누라
말고
온전히 불려진 이름은 가장 선명하게 맴돌아
말 수 없는 할망도 금세 대답하게 만들었다

가만 보면
할망은 몇 걸음 가다 꼭 할아방이 있나 보고
할아방은 꼭 할망 뒤가 아니라 옆을 가는 것이었다
시선은 꼭 단번에 반려를 찾아내고
장바구니는 한사코 할아방이 드는 것이었다.

노인네 둘은 서로에게 오롯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퍽 다정한 사랑을 하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