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사흘 전부터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다니셨다. 오늘로 가정방문이 끝나는 날이다. 잘

사는 집의 애나 못 사는 집의 애나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나오시는 게 싫은 아이는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 우리 동네의 사당도, 장승도, 저수지도 일러드릴 수 있으니 말

이다.

나는 어머니께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나오신다는 말씀을 드렸다. 미리부터 맞을 준비

를 해 달라는 속셈에서였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대접해 드릴 게 있어야지.”

어머니는 그 말씀부터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집 형편이 저녁은 거의

콩나물죽이고, 학용품을 사려면 닭 둥지에서 달걀을 꺼내가지고 가서 바꾸어야 하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어머니 몰래 재에 버무려놓은 씨감자 몇개를 꺼내 감추어 두었다.

마침내 가정방문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우리집에 오는 길목인 익철이네 집부터 들르셨

다. 아닌게 아니라 걔네는 떡을 해서 대접하는 것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부

엌에 들어가 감자를 구울 불을 지폈다. 빨리 구우려고 서둘러서인지 연기가 많아 눈

이 몹시 아렸다.

선생님께서 오셨다. 봉당 밀대방석 위에는 다른 집처럼 꽃방석이 아니라 내가 깔아놓

은 보자기가 하나 뎅그마니 깔려 있었다.

“어머닌 안 계시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아시는지 선생님은 어머니부터 찾으셨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묻어 두었던 감자를 들고 나왔다. 연기 때문에 눈을 껌벅거리

며 나오는 내 가슴은 설 익었으면 어쩌나 해서 콩콩 뛰었다.

“어마, 선생님께 대접하려고 네가 구웠구나. 선생님은 감자를 좋아하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벗겨 먹어보니 겉만 데쳐졌지 속은 전혀 안 익어 있었다. 나

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유 맛있구나. 감자는 이렇게 살짝 익힌 것이 영양가가 좋단다.”

하시며 맛있게 두어 개를 잡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다니신 중에서 제일 맛

없는 감자를 억지로 드셨을 것이다. 설익은 감자 두어 개에 영양가가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그런데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가시려 할 때였다. 어머니께서 사립문 앞으로

들어서려다 선생님을 보더니 얼른 발길을 돌려 옆집으로 들어가 버리시는 게 아닌가.

농군치고도 상농군의 꾀죄죄하고 찌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어머님이시니?”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더 묻지 않고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 때 나를 바라보시던 선생님

의 한없이 따뜻한 눈빛.

어느덧 이십팔 년이 지나 나도 가정방문을 다니는 교직의 길을 가게 되었다. 나는 지

금도 가정방문을 하러 나갈 때마다 선생님의 그 따뜻한 눈빛을 한참이나 떠올리곤 한다.

정만영/수필가(낮은울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