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바빠서 지쳐서 하던 게임들 계정을 정리하다

배틀넷 계정까지 탈퇴를 하려던 차에 생각나는게 하나 있었습니다.

제 친구 목록에 등록된 유저들은 전부 가까운 지인들 몇 뿐이지만,

유일하게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분은 한분밖에 안 계십니다.

못해도 4년은 알고 지냈던 분이신데,

아마도 인벤을 통해 버스를 타다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버스를 타고 나면 기사분께서 친삭을 하시는 경우가 잦아

저도 원래는 지워버리는 편이지만,

아마 급하게 끄고 나중에 다시 들어갔을 때도 친삭이 되어 있지 않았고

이후에도 먼저 불러서 버스를 태워주시곤 해서 넷상 지인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아무튼,

시즌이든 스탠이든 늘 똑같은 코스튬에

원소 악사(아마도 다발 악사도...)를 키우시던 분이신데,

게임은 디아랑 와우만 하셨다는 분이셨습니다.

찬찬히 알고 지내다 보니 많이는 몰라도 어쨌든 알게 된 몇몇 사실은

50대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몸이 매우 안 좋으셔서 병상에서 노트북으로 가끔 게임을 하신다는 정도.

그래선지 해가 지날수록 접속하시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재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몇 주였나 몇 달이었나 꽤나 텀을 두고 접속을 하셔서는

큰 수술이 있으셨고

너무 힘들다...

삶에 대한 의지도 없고

몸 상태가 이제는 다음 수술은 못 넘길 것 같다고 하시는 말씀에

큰병치레를 하시는 부모님을 두고 있는 저로써는

실명을 비롯한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제가 아는 사람이 또 크게 아프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마음이 아파서

그런 말씀 마시라며,

언젠가 디아도 나란히 같이 사냥하고

언젠가 다시금 해보고 싶으시다던 와우도

제가 하던 아즈섭이든

하고 계셨던 줄진섭이든

어디든 괜찮으니 같이 하자고...

그런 얘기에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던 즈음...

그런 말씀 듣는게 괴로워 화제전환용으로 했던

최근에는 악마사냥꾼을 다시 키워보고 싶어요. 아저씨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라는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했던 짧은 사냥 뒤에 주신 아이템이 하나,

저 포격수의 배낭이었습니다.

이후

메타가 어떻고

스펙이 어때도

저 포격수의 배낭은 항상 제 악마사냥꾼 캐릭터와 함께 였습니다.

...

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배틀넷 계정을 탈퇴하려고 하니 아저씨 생각이 가장 먼저 났고,

저 아이템과 아저씨에 대한 기억을

어디라도 묻어두고 싶어져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물론 탈퇴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후로 아저씨는 돌아오지 않으셨고...

원래 한 1년이면 게임이 질리고,

지금처럼 외부 요인이든 게임이 질렸든 손을 떼면 계정을 지워버리는 성격 때문에

두어번 새로운 아이디로 나타나곤 했더니

제가 아이디를 너무 자주 지운다며

이젠 기억하기도 어렵다고 하시는 말씀에

이젠 그러지 않겠다던 약속도

아저씨가 돌아오지 않으시니 제겐 의미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사실 그보다도... 아마 지우지 않는다면,

언제고 돌아오면 아저씨가 생각나 너무 슬플 것 같아

용기가 없어서 여기 묻어두려 합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몇번씩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비록 이름도 모르는 분이셨지만

짧지 않은 시간동안 알고 지내 많이 즐거웠고요...

정말로 저쪽에 계시다면

거기선 이제 아프지 않으시겠죠...

혹시나 해서 프로필을 눌러봤지만

너무 오래 들어오지 않으셔서 프로필도 뜨지 않아

늘 보던

늘 그 복장이던 그 캐릭터도 보이질 않네요.

그래서 너무 슬프네요...

혹여라도 살아만 계신다면

나중에라도

절대 배틀태그 잊지 않고 있다가...

배틀넷 계정 쓰게 되면 꼭 친추 먼저 드릴게요.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나겠죠.

...

어디서든

꼭 잘 지내세요.

버들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