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용이 깁니다. 세 줄 요약 없습니다. 긴 글 싫어하시는 분들은 스킵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 일단 인증을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인증해봅니다. 

2. 머지않아 오십을 바라보는 틀딱입니다. 

3. 저는 디아블로4 예약구매를 했습니다. 얼티밋 에디션으로 구매했습니다. 3월 즈음에 구입했는데, 첫번째 오픈베타 때는 일이 많아 잠깐 접속만 해봤고, 서버슬램은 열심히 했습니다. 

4. 디아블로2에 빠져 살았던 세대이고, 그래서 디아블로3를 기대했는데 그 무렵 막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던 시절이었고, 먹고 사는 문제가 겹쳐서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나왔을 때는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었을 때라 디아블로2 했을 때처럼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5.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스트레스는 보통 게임으로 푸는데 와이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게임하는 것에는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아블로4 발매가 된다고 했을 때 조금 고민해보고 구입했습니다. 

6. 사족이 길었습니다. 스토리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스토리였습니다. 디아블로4는 말하자면 디아블로 시리즈의 스핀오프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물론 디아블로 이모탈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디아블로4가 제대로 된 스핀오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아시다시피 디아블로4의 메인 스토리는 부부간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흑화된 버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게임 제목은 디아블로인데, 정작 디아블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향후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확장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8. 게임성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RPG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나오는 아이템(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등)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러면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고, 이런 식으로 레벨을 높여가고, 궁극적으로는 최종 보스를 잡습니다. 

9. 디아블로2를 제가 좋아했던 이유는 몬스터를 잡는다, 아이템을 떨군다, 아이템을 획득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위해 다시 사냥한다, 의 패턴에 카우방이라든가, 혹은 PVP 같은 콘텐츠가 (그 당시에)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레벨이 높고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다수의 몹을 한 방에 쓸어버리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10. 디아블로2는 제가 느끼기에 RPG 보다는 아케이드에 가까웠고, 매일 잠깐씩 시간을 내서 '한 방에 몹을 쓸어버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은 보너스였지요. 

11. 디아블로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만든 게임들, 그러니까 로스트아크나 POE 같은 게임들은 디아블로의 이런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을 좀 더 정교하게 발전시킨 게임들입니다. 디아블로2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엔드컨텐츠의 부족함과 그래픽을 보강하고, 좀 더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유저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았지요.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2. 반면 디아블로는 얼핏 만랩이 된 후 더 이상 뭘 해야 할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존재합니다. 로스트 아크도 결국 엔드 컨텐츠라 할 수 있는 것이 레이드라고 할 수 있겠으나, 로스트 아크는 좀 더 다양한 할거리들이 존재하거나 이벤트,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컨텐츠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적어도 디아블로는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디아블로3가 수면제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아닐까요.

13. 이번 디아블로4는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러니까 향후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저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시즌이 오픈되어봐야 향후 컨텐츠의 맥락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첫번째 확장팩이 나와봐야 디아블로4가 나아갈 방향이 명확히 보일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확장팩이 와우의 형태로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블리자드 게임들은 확장팩이 나왔을 때 더 재밌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 디아블로4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만원이 아깝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렇지는 않았구요. 저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은 저녁에 퇴근하고 틈틈이 즐기거나 주말 하루 날 잡고 즐기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제 랩이 아직 41밖에 되지 않아서 앞으로 할 것들이 많은데, 하루에 오래 해봐야 퇴근하고 세 시간 정도 밖에(나이가 들어서 오래 게임하기 힘듭니다)  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 일단 액트를 전부 클리어하면 다음에는 캐릭터를 새로 생성했을 때 액트를 건너 뛰게 할 수 있는 점은 너무 좋았습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스토리를 처음부터 다시 클리어해야 한다, 아니다, 로 의견이 나뉘는 것 같은데, 시즌이 시작됐을 때도 스토리는 건너 뛰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6. 솔직히 던전에서 뺑뺑이 돌리는 거 욕나왔습니다. 

17. 캐릭터도 나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로그를 키워보려고 합니다. 

18. 제 컴퓨터 사양이 라이젠 5900X, 지스킬 32기가 램, RTX20070super 입니다. 모니터는 qhd 165 듀얼입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이 시스템으로 qhd에서 디아블로4가 버벅거리면 어쩌나, 였습니다. 울트라 옵션까진 아니어도 높음 옵션에 최소한 60프레임 이상은 나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최적화가 잘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하면 그래픽카드를 사야하나, 와이프랑 같이 고민은 했는데, 제가 3000번대, 4000번대 그래픽카드는 좀 꺼려져서 큰 문제 없으면 2070super를 계속 쓰고 싶었습니다. 다행입니다. 

19. 창모드로 게임하는 걸 좋아해서 해상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창모드로 선택하고 창 모퉁이를 마우스로 움직이면 크기가 줄어드는데, 그 줄어드는 만큼 해상도도 변경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니까 디아블로3? 디아블로 이모탈 PC버전도 이런 방식인 것 같은데 블리자드에서 고쳐줄 것 같진 않습니다.

20. 오픈 월드. 마음에 듭니다. 이런 어두운 세계관에 저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우울했을 것 같은데 중간중간 다른 유저들이 보일 때마다 반가웠습니다.

21. 용병 시스템은 다시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22. 디아블로4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젊은 분들은 머리도 비상하고, 순발력도 좋고, 이해도도 높아서 복잡하고 다양한 컨텐츠들이 있는 게임을 더 선호하시겠지요. 로스트 아크처럼요. 그런데 적어도 저는 틀딱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캐주얼하고, 그러면서도 직관적인 형태의 게임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4도 전작들에 비해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는 등 디아블로2 만큼 직관적이지는 않으나 여전히 (저 같은 틀딱에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23. 블리자드가 시즌마다 컨텐츠 관리에 좀 더 신경써 주면 롱런 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4.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