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3-27 20:42
조회: 4,125
추천: 15
디아블로4 오픈베타 후 감상디아블로 좋아하는 30대 게이머입니다.
디아블로의 이전 시리즈들도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고, 이번 신작 또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픈베타를 나름 집중해서 플레이하며 느낀 감상을 한 번 써보려 합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세 줄 요약을 제일 먼저 하자면, 제가 느낀 감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게 디아블로가 맞나 싶었다. 2. 하지만 왜 디아블로여야 하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3. 대놓고 콘솔 버전을 밀어주는 것 같았다. 컨텐츠에 대한건 사실 오픈베타만 가지고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클로즈 베타 후기만 봐도 오픈베타에서 공개된 부분은 클로즈베타 때 드러난 것에 비해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 클로즈베타 조차도 모든게 다 공개된건 아니었다고 하니까요. 가장 많이 지적받는 맵 크기, 이동 동선 문제도 탈 것 조차 체험할 수 없었던 오픈베타 기준으로는 평가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물론 불편하긴 했습니다). 첫쨰로 이게 디아블로가 맞나 싶었다는 느낌은, 아무래도 게임이 오픈월드 MMORPG로 바뀐 영향이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먼저 오픈월드 부분을 살펴보자면, 이전 작들은 단 하나도 오픈월드가 아닙니다. 애초에 그런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에 출시된 오래된 게임들이기도 하구요. 대놓고 로그라이크식 던전 탐험 RPG였던 1편, 그 1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관을 확장한 2편, 3편은 많은 부분이 바뀌긴 했지만 액트별로 나뉘어진 지도와 게임을 생성할 때마다 랜덤으로 맵이 바뀐다는 컨셉은 유지됐었습니다. 다만 대부분 모험모드와 균열 컨텐츠를 중심으로 즐기니 그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그 낮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말이죠). 그런데 디아블로 4는 애초에 그런 시스템이 불가능한 오픈월드식 심리스 필드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작들에서는 사실상 없었던 필드 사냥 요소가 처음으로 추가되었죠. 랜덤으로 생성된 지도를 탐험하면서 빽빽하게 모여있던 몹들을 한 방에 쓸어담는 식으로 진행되던 전작들과 달리(1편도 그런지는 직접 플레이해보진 않아서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조우하는 몹을 처리하고 다시 필드 방랑을 반복하는 형태는 이전 작들과는 많이 결이 다른, 어찌보면 이질감까지도 느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MMORPG 또한 이번 4편에서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시도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대놓고 솔플 중심인 1, 2편, 배틀넷 앱 연동을 통한 온라인 반강제 및 커뮤니티 기능 강화는 있었지만 플레이 자체는 여전히 방(게임)을 별도로 개설해서 폐쇄적으로 진행해야 했던 3편과는 달리, 4편의 경우는 여느 MMORPG처럼 마을과 필드에서 다른 유저가 돌아다니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고, 심지어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과 같이 레이드를 뛸 수도 있습니다. 보편적인 MMORPG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플레이하고 있는 지금 이 게임이 '디아블로'이다보니 지금 플레이하는 이게 내가 아는 그 디아블로가 맞나 하면서 평범한 요소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신기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인 왜 디아블로여야 하는지 이해는 간다고 말한 이유는, 위에서 말한 파격적인 게임성 변화가 디아블로라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IP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 만든 MMORPG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로스트아크가 출시 후 큰 인기를 끄는 것, 북미 진출 후에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만약 디아블로라는 IP가 없이 그냥 잘 만든 풀패키지 MMORPG가 출시되는 거라고 가정하면, 필히 모든 면에서 이미 서비스 중인 타 작품과 비교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실제로 지금도 비교를 안당하는건 아닙니다), 엄청난 차이의 완성도를 보이거나 독창적이면서도 준수한 게임성을 보이지 않는 이상, 플레이에 시간이든 비용이든 많은 자원을 투자하게되는 MMORPG의 특성상 기존의 다른 작품이 가진 선점효과를 깨고 큰 성공을 하기는 어려울거라고 예상 가능합니다. 디아블로4에서 특별하게 보이는 요소들, 예를 들어 오픈월드맵, 탈 것의 추가, 던전 플레이 방식 등은 냉정하게 봤을 때 디아블로 시리즈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들이어서 특별해 보이는거지 MMORPG라는 장르를 두고 봤을 때에는 여느 MMORPG라면 다 갖추고 있는 보편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물론 일단 MMORPG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디아블로의 이름을 갖다 붙인건 아닐테고, 디아블로의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런저런 의견을 공유하다가 최종적으로 오픈월드 MMORPG로 방향을 정한 것이긴 하겠지만, 그 조차도 결국 디아블로라는 IP의 힘이 있으니까 가능한 부분이였을 겁니다. 이미 정해진 환경에 맞서 플레이어가 싸우는 PvE가 중심인 장르에서 그 환경에 대한 배경 설정을 얼마나 잘 꾸미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디아블로는 이미 검증된 매력있는 세계관 중 하나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대놓고 콘솔을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점은, 사실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키보드 마우스를 다 쓰는 조작이 여유로운 PC 보다는 패드로만 모든 조작을 다 해야하는 제약이 있는 콘솔 환경에 인터페이스를 맞추는게 당연하니까요. UI 관련해서 많이 비판받는 것들을 꼽아보자면 모바일게임스러운 인터페이스, 별도의 궁극기 슬롯 필요, 다소 과하게 줌 인 된 것 같은 시야 등이 있는데, 제가 플스도 있어서 콘솔 버전으로도 베타를 플레이 해봤는데, 거기선 해당 요소들이 딱히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았었습니다. 화면을 다 가려버리는 월드맵과 메뉴 화면, L1/R1으로 탭을 변경하면서 기능을 사용하는 스타일은 콘솔 게임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구요, 궁극기 슬롯같은 경우는 콘솔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의 좌클릭/우클릭, 1~4 단축키, 포션, 회피까지만 해도 콘솔의 입력키 8개를 다 쓰고있기 때문에(포탈과 감정표현을 위해 십자키까지 씁니다), 궁극기를 위한 추가 슬롯을 할당해줄 버튼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키 두 개를 조합하거나 스틱을 누르는 등의 형태로 하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려고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가까이에서 전체적으로 보면서 플레이할 때가 많은 PC 버전에서는 시야의 답답함이 좀 느껴지는 듯 했지만, 훨씬 큰 화면에 좀 더 멀리서 플레이하는 콘솔에서는 화면이 큰 영향도 있다보니 어차피 화면이 한 눈에 다 잘 들어오지 않고 캐릭터 위주로 시야가 집중되어서 딱히 시야가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습니다. 다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디아블로 시리즈는 PC 게임 타이틀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게 있고, PC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가장 많다보니 위와 같은 부분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사람이 많은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실제로 이전 작들은 모두 PC 버전으로 먼저 출시된 후 나중에 콘솔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콘솔에 맞게 인터페이스가 변경되는 작업이 같이 진행되었는데, 4편의 경우는 크로스 플랫폼을 상정하고 개발되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문제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웠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체력 마나 게이지 및 스킬 숏컷 인터페이스의 위치 차이 등 4편 또한 PC 버전과 콘솔 버전의 인터페이스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골조가 콘솔에 잘 맞게끔 만들어져 있다는 인상은 쉬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뭔가 긴가민가한 저의 감상도 그렇고 다소 호불호 갈리는 평가가 많이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블리자드가 이번 디아블로4에 거는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블리자드의 의지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디아블로 유저층의 확장". 세부 장르 및 게임성의 변화, 시리즈 최초 플랫폼 간 크로스 플레이 지원 등은 기존의 팬들뿐만 아니라 이전에 디아블로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신규 유저까지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무료 오픈베타조차 최소한의 것만 공개하면서 서버 이슈 등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을 보며, 블리자드가 이번 작품에 역대급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부디 정식 출시 이후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수준높은 컨텐츠, 높은 완성도를 보여서 현재 보이는 수많은 변화와 최초 시도들이 시리즈 최고의 걸작을 만들기 위한 의미있는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P
255,238
(80%)
/ 260,001
|
킷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