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길어서 음슴체로 갑니다.

때는 일요일 
3시부터 LCK 경기가 있어서 운동을 조지게 가기 싫었던 나는 집에서 홈트를 조지기로 하고 운동루틴 영상을 틀어놓고 하고 있었음. 중간에 버피테스트가 있는 루틴이었는데 버피 해보신 분은 알거임.... 진짜 존나 힘듬. 그래도 그 다음 운동들은 누워서 하는 거라서 누운 상태로 몇 가지 동작하고 원 레그 브릿지를 하고 있을 때였음.

평상시엔 날 쳐다도 안보는 집고양이 이놈이 내가 이상한 짓 한다고 포르르 달려와서 하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함. 딱 새벽에 밥달라고 머리 쥐어뜯는 이놈만의 루틴인데 첨엔 내 머리에 지 머리를 비비다가 입으로 머리채를 앙 쥐고 쨥쨥쨥 하다가 머리에 꾹꾹이를 함.

다른 집 고양이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얜 꾹꾹이를 발톱 꺼낸 상태로해서 점점 아픔 ㅜ 근데 버피를 조진 상태라 고양이 쫓을 힘도 없어서 걍 너 할거 해라 난 나 할거 할란다 하고 운동을 반복하다가 이 녀석이 사고를 침.

평상시엔 이놈이 사람 얼굴엔 발톱을 안 세우는데, 머리 뜯기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내 왼쪽 눈을 발톱 꺼낸 상태로 touch 한거임. 반사적으로 악!! 하고 비명지르니까 빛의 속도로 도망감.

바로 거울로 달려가서 존나 아픈 눈을 억지로 떠봤음. 

눈에 상처가 보이는가? no
눈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오는가? no

그럼 괜찮겠네 뭐. 이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운동을 안가도 되는 핑계가 생겨서 개꿀- 하고 아픈 눈을 부여잡고 LCK 경기를 보려는데 1세트가 끝나기도 전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낌. 눈알이란 마시멜로에 이쑤시개를 겁나 꽂아대는 느낌에 아 이거 ㅈ됐다를 직감해서 일단 침대에 누움.



이 상태로 경기를 소리로만 판단하다가 중간에 깜빡 잠듦. 자고 일어났더니 눈이 괜찮은 것 같아서 게임을 켜보긴 했는데 30분도 안되서 눈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다시 뻗음.

넌 평소에 눈을 소중히 하지 않았지. 쏘우의 그런 말처럼 왼쪽눈에서 무슨 에반게리온 튀어나오는 듯이 개같이 아프기 시작함...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는데 나중엔 아예 다른쪽 눈을 움직여도 왼쪽눈이 너무 아파서 눈을 두쪽 다 뜨고 있기 힘든 지점이 됨.

결국 다음 날 병원감. 자고 일어나니까 내가 자는 동안 흘린 그 모든 피땀눈물이 눈곱이 되서 왼쪽눈에 바리게이트를 생성해놨음. 씻는데 왼눈에 물만 스쳐도 눈이 ㅈㄹ하는 듯이 아픔. 

여전히 눈물은 콸콸 나는 상태로 안과에 도착함. 처음 오는 병원이라 생년월일 작성하고 있는데도 한쪽 눈은 못 뜨고 다른 한쪽 눈은 파르르 떨면서 눈물 좔좔 흐르니 서러워 죽겠는데 간호사쌤들의 안쓰러운 눈길은 덤임.

진료 들어가기 전 안압 체크를 한다고 부름. 근데 왼쪽 눈을 아예 못 뜨니까 마취 안약을 넣어줌. 오 이거 좀 물건임. 계속 뜨지도 못했던 왼눈이 번뜩 떠짐. 마치 성경에서 예수님이 천연 수제 머드팩으로 봉사의 눈을 뜨게 한 기적을 내가 직접 체험한 느낌임 (글쓴이 지금은 무교)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서 눈알에 빛을 요래요래 빛을 비추고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게 당신의 각막상피고요 여기에 빵꾸가 났네요
뭐야 ㅅㅂ 살려줘요

컴퓨터라 사진이 확대되서 잘 안보일 수도 있는데 손가락 바로 옆 파란 곳을 보면 짙은 균열이 있음. 다행히 안쪽까지 긁히지 않아서 자연 치유될 정도라긴 하지만 동공에 너무 가까운 곳이라 검은자위 염증이 걱정된다 하심. (상처 원인이 동물의 발톱이기도 하니)
수요일에 다시 봅시다~ 하고 나가는 길에 주사랑 안약을 더 넣어줌. 주사 맞는다고 해서 개 멍청하게 혹시 눈에 주사를 맞나요? 하니까 간호사쌤이 한심하게 아뇨 엉덩이입니다 해주심... 주사맞고 아까 넣었던 마취 안약 함더 넣고 집 에옴.

근데 이때가 월요일인데 공대 파밍이 바로 내일임. 내일까지 눈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겜이면 밥 잘먹고 휴식 키 누르면 피가 도로 차겠지만 현실은 아니라서 결국 대타글을 올림. 이겜 5년하면서 처음으로 대타 구해봄.

https://www.inven.co.kr/board/ff14/4482/57849 <- 그당시글

적다가 중간에 슬슬 마취가 풀려서 두 눈 뜨고 있기 힘들어짐... 그래도 문의 주신 분 중에 쾌차하세요 해주신 분이 있어서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하고 누움.

화요일부터는 눈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몽크 수련좀 하고 놀았는데 1시간 컴퓨터를 보고 있으면 40분은 쉬어야 했음. 수요일이 된 지금은 눈 통증은 대부분 사라졌긴 한데 염증이 생겨서 왼눈이 죔 안보이는 거 빼곤 살만해짐.

다들 눈건강 조심하면서 삽시다잉.... 눈이 안보이고 자시고는 둘째치고 고통이 상상이상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