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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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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아이오니아 지역/챔피언 업데이트![]() 아이오니아는 아름다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스런 마법의 땅이다. 대륙이라 할 만큼 거대한 섬 이곳 저곳에 마을을 이루고 흩어져 사는 이곳 사람들은, 세계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영적인 삶을 추구한다. 아이오니아의 수많은 종파와 단체들은 각자의 길과 이상을 추구하는데, 간혹 서로 다른 생각이 상충되는 일도 벌어진다. 자급자족하며 고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 전쟁이 수세기 동안 발로란을 휩쓰는 동안에도 아이오니아는 대부분 중립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녹서스 침공과 함께 그 침묵도 깨지고 말았다. 참혹한 전쟁과 잔혹한 점령기를 겪으며, 아이오니아인들은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오니아가 위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룬테라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일임만은 단언할 수 있다. 아트 갤러리 ![]() 최초의 땅 마법은 주민, 역사, 땅의 대부분에 이르기까지 아이오니아의 요소요소에 스며들어 있다. 아직도 탐험하고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삶의 모든 요소는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이 광활한 대륙을 고향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룬테라의 다른 종족들보다 훨씬 오래된 다양한 부족 및 서식지와 두루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 더불어 사는 삶 아이오니아의 여러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연 세계의 일부로 여기고 있으며, 온갖 기상천외한 동•식물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적응했다. 이렇듯 자연과 밀착된 삶의 형태가 외부인들에게는 다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호의존성이야말로 땅과 거주민들이 수 세대 동안 함께 번영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 추앙받는 유구한 역사 아이오니아의 역사는 다른 어떤 지역에 비하여도 단연 가장 오래되고 풍부함에 틀림없다. 실제로 산간 벽지의 풍광에는 수 세기 전 일어났던 큰 전쟁의 흔적이 아직도 여기 저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나 아이오니아 사람들은 폐허를 걷어내는 대신 남겨져 있는 그대로 기리는 편을 선택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 대수도원 아이오니아는 갖가지 독특한 무술의 발원지이지만, 이렇다 할 군사 제도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전투 방식이 오랜 세월에 걸쳐 숭상 받으며 조심스럽게 전승되어 온 각각의 고유한 철학을 따르는 식이다. 북동부 산악지대의 히라나 대수도원은 오랫동안 영혼 세계와 자아의 연결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성지였다. ![]()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 아이오니아 건축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흐름과 우아함으로써, 이 땅이 지닌 천상의 아름다움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웅장하고 개방된 공간들 덕분에 원래 존재하던 주변 환경과의 단절감이 없다. ![]() 나보리의 플레시디엄 대륙 한복판에 위치한 플레시디엄은 아이오니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이다. 많은 이들이 명문 학교에서 수학하거나 야생의 마법 정원에서 명상하기 위해 이곳으로 여행을 오곤 했다. 바로 이 때문에 플레시디엄이 녹서스의 침략군에게 매력적인 공격 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 위대한 저항 아이오니아 인들이 적 녹서스에 대항해 마침내 무기를 들게 된 것은 플레시디엄에서였다. 그러나 그날의 승리에 대한 대가가 너무나 컸으므로, 이제 어떤 사람들은 그 당시 맞서 싸운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자문하고 있다. 아이오니아의 조화로운 균형이 영원히 깨진 채로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렐리아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 잔 이렐리아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인간의 동작에서 드러나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할머니의 가르침으로 고대에서부터 나보리에 전해져 오는 비단 춤을 익혔지만, 이 춤이 아이오니아의 혼과 신비로운 연계를 맺고 있다는 설에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춤을 사랑하는 이렐리아의 마음만큼은 진실했다. 그녀는 춤의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아이오니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공연가들이 모이는 나보리의 플레시디엄으로 갔다. 이렐리아를 비롯한 아이오니아 인들은 평화를 사랑했고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좋아했다. 그러니 해안가에서 외국 침략자들이 목격되었다는 소문에 플레시디엄 주민들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렐리아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고향 마을은 이미 먼 녹서스에서 바다를 건너와 아이오니아를 침략한 군대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강철 투구를 쓴 녹서스 병사들은 창대를 틀어쥐고 거리를 돌아다녔고, 무기도 없는 주민들을 만나는 족족 학살했다. 녹서스 침략군의 듀칼 제독은 잔 가문이 살던 집을 빼앗아 함대 장교들의 숙소로 쓰고 있었다. 이렐리아의 형제들과 아버지 리토는 당연히 저항했지만, 모두 살해당해 정원 구석, 봉분도 없는 무덤에 파묻혀 버렸던 것이다. 아직 어린 소녀였던 이렐리아는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힌 채 듀칼의 부하들이 값나가는 물건들을 집에서 끄집어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그 약탈품 중에 잔 가문을 상징하는 큼직한 금속 문장을 보는 순간, 이렐리아는 쏜살같이 뛰쳐나가 녹서스 병사의 손에서 그 문장을 낚아챘다. 듀칼 제독은 직접 이렐리아를 붙잡아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병사들을 시켜 묵직한 쇠망치로 문장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그런 다음 정원 구석에 요 맹랑한 꼬마를 묻을 무덤을 하나 더 파라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이렐리아는 땅에 흩어진 잔 가문의 문장 조각들을 응시했다. 그 순간,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기이한 느낌의 리듬이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금속 조각들이 실룩실룩 떨리더니 비틀렸고, 이윽고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렐리아의 온몸에 고대의 춤을 추며 느꼈던 고요한 기쁨이 다시 한 번 차올랐다... 이렐리아가 한 팔을 휙 휘두르자, 금속 조각들이 마치 모양이 들쑥날쑥한 칼날처럼 공중에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녹서스 병사 두 명을 해치워 버렸다. 듀칼과 장교들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얼이 나가 있는 동안, 이렐리아는 문장 조각들을 수습하여 마을에서 도망쳤다. 사방이 적막한 숲 속으로 들어간 이렐리아는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문득 할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배운 춤이 단순한 몸동작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동작들은 훨씬 더 심오한 무언가를 표현하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녹서스의 침략과 점령은 얼마 안 가 ‘‘최초의 땅’’의 평화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종교 지도자 카르마조차도 치명적인 마법을 써서 침략자들에게 반격을 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랬음에도 카르마를 따르는 이들은 불변의 제단까지 밀려나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하지만 드디어, 나보리 전역에서 서로 반목하던 사람들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저항 세력이 형태를 갖추었고, 아이오니아의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로 불어났다. 이렐리아도 이들에 합류했고, 삼림 지대의 야영지를 돌며 갈고 닦은 춤을 선보이고 사라져 가는 아이오니아 문화의 자취를 보존하려 애썼다. 이렐리아가 다시 플레시디엄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녀의 나이는 열네 살이 조금 못 되었다. 이렐리아가 속한 저항 세력 투사들은 수도원과 야생의 신성한 정원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민병대와 힘을 합쳤다. 하지만 녹서스는 플레시디엄이 아이오니아 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교활한 두뇌의 소유자인 녹서스의 제리코 스웨인이라는 장군은 플레시디엄을 점령하고 이 신성한 장소를 지키던 아이오니아 인들을 포로로 잡았다. 저항 세력이 반드시 증원군을 보낼 테니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략이었다. 그러나 스웨인의 계략이 성공을 거두려는 그 순간, 이렐리아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춤의 전승자로만 남겠다는 스스로의 속박을 떨쳐버리고,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검무의 잠재력을 남김 없이 폭발시켰다. 우아하면서도 격렬한 그녀의 몸짓에 스웨인이 거느린 고참병 십여 명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스웨인의 군대는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고, 그 틈을 타서 포로들은 이렐리아가 있는 쪽으로 탈출했다. 승기를 잡은 이렐리아는 스웨인에게 곧장 돌진했다. 저항 세력의 어린 소녀가 잘려나간 녹서스 장군의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드는 순간, 전세는 역전되었다. 역사에 ‘‘나보리의 위대한 저항’’이라고 기록된 이 승리로, 잔 이렐리아라는 이름은 아이오니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고, 주민들은 이렐리아가 자신들을 이끌어 주기를 바랐다. 이렐리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저항군을 지휘하는 역할을 받아들여 군세를 키워나갔고, 거의 3년을 고군분투한 끝에 달루 만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이렐리아는 듀칼 제독을 패퇴시키고 그토록 오래 갈망했던 복수를 마침내 실현했다.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으나, 그 참화는 아이오니아의 형세를 영구히 바꾸어 버렸다. 최초의 땅은 이제 조각조각 갈라졌고, 그 한 조각씩을 차지한 파벌들은 녹서스 군대와 맞서던 기세 그대로 이제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다. 아이오니아 주민들 중에는 이 형국을 해결할 사람은 이렐리아밖에 없다고 믿는 이가 꽤 많다. 다른 사람이라면 즐거이 그 기대감에 부응하여 권력을 거머쥘 만도 하지만, 이렐리아는 여전히 사람들을 이끌고 지휘하는 역할을 거북하게 여긴다. 내비치지는 않지만 이렐리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호젓한 곳에서 홀로 춤을 추는 것이다. 이렐리아 단편 소설 - 얼룩진 이름 ![]() ‘‘난 너를 믿었단 말이다, 칼날 무희!” 남자는 입술을 움직여 쥐어짜내듯 말했다. ‘‘네가 우리에게 길을 보여줬는데…’’ 이렐리아는 우뚝 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형제단의 추종자로, 진흙탕 속에 무릎을 꿇은 자세였다. 온몸은 이렐리아의 칼날의 공격을 받은 후였다. ‘‘우린 강해질 수 있었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단 말이다...’’ 남자는 이전부터 마을에 들어와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서투르고 어설펐다. 이렐리아는 너무나 손쉽게 그를 춤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남자는 이렐리아를 죽이려 했다. 더욱 나쁜 사실은, 그녀를 암살하려던 사람이 이 남자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렐리아의 칼날들은 이제 어깨 위 공중에 둥둥 뜬 채 그녀의 양손 동작에 맞춰 우아하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한 손을 가볍게 흔들기만 하면 마무리될 참이었다. 남자는 땅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이렐리아를 올려다보는 눈은 증오심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네가 나보리를 이끌지 않겠다면, 우리 형제단이 나서겠어.’’ 남자는 간신히 단검을 들어올려 이렐리아를 겨누려 했다. 살아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난 너를 믿었단 말이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우리 모두가 믿었어…’’ 이렐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난 믿어 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유감이군.’’ 이렐리아의 팔과 다리가 물 흐르듯 나긋나긋 움직였다. 그녀가 몸을 한쪽으로 돌리자, 칼날들이 치명적인 활 모양을 그리며 남자에게 날아갔다. 이렐리아로서는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에게 맞서는 정당방위이자, 남자에게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동작이기도 했다. 살짝 몸을 돌리며 우아하게 한 발 내딛는 것만으로 칼날들은 이렐리아에게 돌아왔다. 날은 붉은빛으로 번들번들거렸다. 생명이 빠져나간 남자의 몸뚱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영혼이 그대를 평온으로 이끌기를.’’ 이렐리아가 중얼거렸다. ![]() 야영지로 향하는 이렐리아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자신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 드디어 혼자 있게 되자, 그녀는 긴장감 섞인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갈대로 만든 깔개 위에 몸을 웅크렸다. 이렐리아는 눈을 감고, 가만히 속삭였다. ‘‘아버지… 오늘 또다시 가문의 명예를 피로 더럽혔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렐리아는 칼날들을 눈앞 허공에 펼쳐보았다. 한때는 훨씬 더 위대한 가치를 상징하는 단일체였으나 지금은 조각조각 갈라져 폭력이라는 목적에 동원되는 것이, 마치 아이오니아 그 자체와도 같았다. 그녀는 작은 나무 그릇에 물을 붓고 헝겊을 적셨다. 칼날을 닦는다는 단순한 일이 언제부터인가 전투를 끝낸 후에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칼날을 닦아가는 동안 그릇 속 물은 서서히 붉은빛으로 변했다. 하지만 갓 묻은 피를 헝겊으로 닦아내도, 칼날의 금속은 오히려 더 어두운 색을 띠었다. 오래된 얼룩은 아무리 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이렐리아 고향 땅 사람들의 피였다. 나보리의 피였다. 이렐리아는 생각에 잠긴 채 칼날들을 천천히 움직여 원래의 단일체, 그녀 가문의 문장 모양이 되게 만들었다. 잔이라는 이름과, 고향 나보리와, 최초의 땅 전체를 나타내는 세 개의 상징이 금이 간 채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셋은 모두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이렐리아의 선조들은 늘 카르마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았다. 어떤 환경에서도 아무도 해치지 않는 삶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아이오니아의 인장과 문장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목숨을 빼앗은 무기로 전락했다. 이렐리아는 형제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쯤 아이오니아의 혼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그녀는 형제들이 자신을 보고 실망하고 분노할까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렐리아의 눈앞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도 떠올랐다. 손녀가 누군가를 처치할 때마다 비통해 하며 흐느끼시는 모습… 이렐리아 역시 얼마 전까지는 할머니가 우시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칼날들은 절대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었다. 이렐리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해친 사람들에게 예는 다할 것이었다. ![]() 처치한 남자를 자루에 담아 매장지로 가는 길에, 이렐리아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추종자들을 무수히 지나쳤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렐리아가 자신들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렐리아가 아는 얼굴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울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낯선 얼굴들이 점점 더 늘어났다. 가장 먼저 저항 세력에 합류했던 얼굴들은 스러졌고, 새롭고 더 열의가 넘치는 투사들의 얼굴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들은 각자 머나먼 지역에서, 이렐리아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마을에서 왔다. 그래도 이렐리아는 몇 걸음마다 멈춰서서 그들이 건성으로 하는 경례와 절에 답례를 했고, 자루 끄는 일을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사양했다. 매장지에 도착하자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나무 아래 빈 땅이 보였다. 이렐리아는 시신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남편을 잃은 아내들과 아내를 잃은 남편들, 부모를 잃은 아들과 딸들의 슬픔에 합류했다.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이렐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흙이 채 마르지 않은 봉분 한 쌍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어느 남자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가만히 짚었다. ‘‘하지만 어떤 삶이든, 어떤 죽음이든 모두 영혼—’’ 남자는 이렐리아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그녀를 똑바로 쏘아 보았다. 그 서슬에 이렐리아는 뒤로 물러섰다. ‘‘꼭 필요한 일이었어.’’ 이렐리아는 혼자 중얼거리며 땅을 팔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확신이 없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니까. 형제단이 그 무지막지한 수단으로 아이오니아를 휘어잡게 되면, 녹서스 점령 때나 다름 없는 세상이 될 거야…’’ 문득 이렐리아의 눈에 나이 든 여인 하나가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납작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여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도가를 부르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옷차림은 간소했고, 한 손은 바로 옆에 세워진 묘석에 얹었다. 묘석 주변에는 죽은 이에게 바치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여인이 노래를 멈추는 바람에 이렐리아는 흠칫 놀랐다. ‘‘여기 묻힐 사람을 데려온 건가요, 잔의 딸이여?’’ 여인이 말을 걸었다. ‘‘보다시피 여긴 이제 남은 땅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당신의 친구라면 곧 우리의 친구죠.’’ ‘‘이 남자는 제가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말씀 감사해요.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아도 될 사람이니까요.’’ 이렐리아는 망설이다가 한 발짝 다가섰다. ‘‘아까 옛날 노래를 부르고 계셨죠?’’ ‘‘나쁜 일들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게 해주거든요.’’ 나이 든 여인은 봉분의 흙을 토닥거렸다. ‘‘내 조카예요.’’ ‘‘아… 애도를 표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걸 알아요. 게다가, 이 모든 것도 영혼의 길의 일부인 걸요. 안 그래요?’’ 여인의 다정한 태도에 이렐리아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끔은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불쑥 고백하듯 말했다. 나이 든 여인은 더 말해 보라는 듯 상체를 일으켰다. 이렐리아는 말을 계속했다. 오래 전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의심이 드디어 구체적인 낱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가끔은 제가 우리의 평화를 해친 게 아닌가 싶거든요.’’ ‘‘우리의 평화를 해쳤다고요?’’ ‘‘녹서스가 침략했을 때 말이에요. 우리는 반격을 했지만, 그때 우린 뭔가를 잃어버렸는지도 몰라요.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나이 든 여인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커다란 견과를 하나 들고 그 껍질을 벌리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나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기억한다우.’’ 여인은 주름지고 마디 굵은 손가락 하나를 뻗어 이렐리아의 팔을 살짝 눌렀다. ‘‘참 좋은 때였지! 나보다도 더 사무치게 평화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여인은 허리띠에서 작은 칼을 뽑더니 견과의 껍질 틈에 쑤셔넣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지. 그때 되던 게 지금은 안 되는 게 많다우. 그런 걸로 고민할 것 없어요.’’ 드디어 견과의 껍질 틈이 벌어졌다. 여인은 껍질 속 바스러진 알맹이를 꺼내 무덤에 놓은 그릇에 넣었다. ‘‘봤죠? 옛날에는 이 정도 견과야 손으로도 깔 수 있었는데, 지금은 칼이 있어야 해요. 젊었을 때의 나라면 안달복달하다 못해 껍질을 아예 깨버렸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지 않으니까.’’ 나이 든 여인은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까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렐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등에 멘 가방에는 가문의 문장 조각, 그녀의 무기인 칼날들이 보호용 천에 싸여 들어 있었다. 그 날들은 절대 깨끗해지지 않을 것임을, 다시는 하나가 되지 않을 것임을, 이렐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칼날들은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할 터였다. 야스오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 야스오는 어린 시절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곤 했다. 그나마 완곡하게는 그의 존재가 어쩌다 범한 판단 상의 실수라고들 했고, 심하게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고도 했다. 대다수의 고통이 그렇듯이 이러한 평가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이 숨어 있었다. 야스오 어머니의 삶 속에 훗날 야스오의 아버지가 될 남자가 가을 바람처럼 찾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던 과부였다. 그리고 바로 그 외로운 계절처럼, 아이오니아의 겨울이 이불이 되어 이 작은 가족을 덮어주기 전 그는 사라져버렸다. 야스오의 이부형제인 요네는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우며 성실한 아이로 야스오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지만,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였다. 다른 아이들이 야스오를 놀리면 요네가 곁에 서서 동생을 지켰다. 그러나 야스오에게는 인내심이 없는 대신 결단력이 있었다. 요네가 마을의 유명한 검술 학교에서 견습 생활을 시작하자 어린 야스오는 형을 따라가 거센 장맛비를 맞으며 무작정 밖에서 기다렸다. 선생들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문을 열어줄 수 밖에 없었다. 동급생들에게는 눈엣가시였겠지만 야스오는 타고난 재능을 보였고, 마침내 전설적인 바람의 검술의 마지막 전수자인 수마 원로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수마는 이내 야스오의 잠재력을 알아보았으나, 이 학생은 마치 회오리바람에 굴레를 씌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학교의 가르침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요네는 동생에게 오만함을 버리라고 간곡하게 당부하면서 학교의 가장 큰 교훈인 겸손을 상징하는 단풍나무 씨앗을 주었다. 다음날 아침, 야스오는 수마 원로의 제자이자 동시에 스승의 개인 호위무사라는 직책을 받아들였다. 녹서스 침공의 소식이 학교에 전해지자 사람들은 나보리의 플레시디엄에서 일어난 위대한 저항에 고무되었고, 곧 마을은 젊은이들이 흘린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야스오는 대의를 위해 검을 뽑기를 열망했으나, 심지어 동급생들과 요네가 모두 전투에 동원되었을 때에도 그는 남아서 원로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침공은 전쟁으로 불거졌다. 마침내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웠던 어느 날 밤, 녹서스 군의 행진을 알리는 북 소리가 바로 옆 계곡에서 들려왔다. 야스오는 어리석게도 자신이 대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서 명을 어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전투를 조금도 목격할 수 없었다. 녹서스 군과 아이오니아 군의 시신 수백 구가 있을 뿐이었다. 처참하고 끔찍한 사태가, 검 한 자루로는 막을 수 없는 그런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었다. 그로 인해 땅까지도 오염된 듯 보였다. 정신이 번쩍 든 야스오는 다음날 학교로 돌아왔으나, 그를 맞이한 것은 칼을 겨누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수마 원로는 죽었고, 야스오는 직무 유기뿐만 아니라 살인의 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진범을 처벌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혐의가 사실로 굳어지리라는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학생들과 싸우며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제 전쟁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아이오니아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야스오는 진범에게 인도할 실마리를 찾아 헤맸다. 그러는 와중에도 야스오는 그를 오해하는 동료들이 끊임없이 추적해왔기 때문에, 그들과 맞서 싸우고 해를 입힐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야스오가 기꺼이 치르고자 하는 대가였으나, 마침내 가장 두려워하던 이가 야스오를 찾아내고 말았다. 바로 형 요네였다. 예법에 따라 그들은 서로를 탐색하며 빙빙 돌았다. 형제의 칼이 마침내 만났으나 요네는 야스오의 적수가 아니었다. 번쩍이는 한 번의 섬광에 야스오는 형을 쓰러뜨렸다. 야스오는 용서를 구하며 빌었으나, 요네의 마지막 말은 수마 원로를 죽인 것은 바람의 검술이었으며, 그 검술을 아는 사람은 야스오 한 명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잠잠해져, 용서의 말을 건넬 틈도 없이 숨을 거두었다. 스승도 형도 모두 잃은 야스오는 칼집 없는 검처럼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산 속을 방황하면서 전쟁과 상실의 고통을 술로 달랬다. 그러다 눈 속에서 그는 녹서스 군에서 도망친 탈리야라는 슈리마 출신의 젊은 바위술사를 만났다. 그녀에게서 야스오는 뜻밖에도 학생의 모습을, 자기 자신에게서는 더욱 뜻밖에도 스승의 모습을 보았다. 야스오는 탈리야에게 원소 마법의 길을 전수했다. 마치 바람으로 돌을 조각하듯, 수마 원로의 가르침을 이제야 진심으로 깨우치며. 그들의 세계는 신이 되어 새로 등극한 슈리마의 황제에 대한 소문으로 변화를 맞았다. 각자의 길로 헤어지면서 야스오는 탈리야에게 소중한 단풍나무 씨앗을 전해 주었다. 씨앗이 품고 있는 교훈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다. 탈리야가 고향인 사막의 모래로 돌아가자, 야스오는 자신의 고향 마을로 길을 나섰다. 실수를 바로잡고 말리라는 결의에 차서… 리븐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 무수한 전쟁의 토대 위에 세워진 녹서스에서는 전쟁 고아가 사라질 날이 없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전투에서 아버지를 잃은 리븐은 어머니마저 그녀를 낳다가 사망한 후 트레베일의 바위투성이 산비탈에 위치한 국영 농장에서 자랐다. 농장의 아이들은 육체의 힘과 필사적인 의지로 삶을 이어나가며 고철을 주웠지만, 리븐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무언가에 목말라 있었다. 그녀는 지역 군 부대의 징집관들이 매년 농장을 방문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서 자신이 꿈꾸는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마침내 제국에 자신의 힘을 바치기로 서약한 날, 리븐은 녹서스가 자신을 그토록 되고 싶었던 제국의 딸로 받아주리라는 것을 알았다. 리븐은 역시 타고난 군인이었다. 비록 어리지만 수 년간의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그녀는 자신의 키보다 긴 장검의 무게를 이내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전투의 열기 속에서 리븐은 새로운 가족을 얻었고, 전우애로 맺어진 형제 자매들과의 유대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제국에 대한 리븐의 헌신이 너무나 독보적이었기에 보람 다크윌은 그녀에게 검은 바위를 벼려낸 룬 검을 친히 하사했는데, 이 검에는 그의 궁정 소속원인 창백한 여마법사의 마법이 걸려 있었다. 무게는 카이트 실드보다 무겁고 너비는 비슷했다. 리븐의 취향에 딱 맞는 검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녹서스 군은 오랫동안 계획해 온 침공의 일환으로 아이오니아를 향해 닻을 올렸다. 새로 시작한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아이오니아가 무릎을 꿇지 않으리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리븐의 부대가 맡은 임무는 포위 공격 중인 나보리 지역으로 진격하는 다른 부대를 호위하는 것이었다. 그 부대의 대장 에미스탄은 자운 출신의 연금술사를 고용했는데, 새 무기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리븐은 녹서스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칠 각오로 수 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지만, 지금 이 부대원들에게서는 비뚤어진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리븐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이들이 무기와 함께 운반하고 있는 항아리들은 리븐의 눈에는 그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짐으로 보일 뿐이었다. 두 부대의 격전은 점점 더 격렬해져만 갔고, 심지어 부근의 땅조차도 그들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기운이 감돌았다. 거센 비바람이 치는 와중에 언덕에서 진흙이 쏟아져 내려와 리븐과 전사들은 치명적인 그들의 짐과 함께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바로 이때 아이오니아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험을 목도한 리븐은 에미스탄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리븐이 받은 답은 능선에서 날아온 한 발의 불화살이 전부였다. 리븐은 이 전쟁이 더 이상 녹서스의 국경을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상관없이 적을 완전히 말살시키려는 참극에 불과한 것이었다. 화살은 수레에 명중했다. 리븐은 본능적으로 검을 빼 들었으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금이 간 항아리에서 화학 물질의 불기둥이 치솟고, 비명소리가 밤을 메웠다. 아이오니아 군과 녹서스 군 모두가 고통스럽고 소름 끼치는 죽음을 맞았다. 검의 마법 덕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독성 안개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던 리븐은 뜻하지 않게도 그녀를 영원히 괴롭힐 공포와 배신의 산 증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리븐에게 이후의 기억은 파편과 악몽으로만 존재한다. 상처를 싸매고 죽은 자들을 애도한 어렴풋한 기억처럼.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검을 증오하게 되었다. 검에 새겨진 글귀는 리븐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환기시키며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녀는 녹서스와 자신을 이어주는 마지막 끈을 끊어버리기 위해 동이 트기 전 검을 부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검이 마침내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그녀는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일생을 지탱하고 있었던 믿음과 확신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리븐은 이제 스스로를 추방한 채 전쟁이 무참히 할퀴고 지나간 아이오니아를 방랑하고 있다. 용서를 해줄 수 없는 땅과 죽은 자, 그리고 그녀 자신으로부터의 속죄를 찾으며. 리 신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 아이오니아 인들이 숭상하는 수 많은 영혼 중 용의 영혼만큼 많이 회자되는 것은 없다. 일각에서는 용이 파멸을 상징한다고 믿는 반면, 부활을 상징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용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용의 영혼과 한 번이라도 교감할 수 있었던 사람은 더더욱 드물며, 그 중에서도 리 신만큼 완벽하게 교감을 이루어낸 자는 없다. 리 신은 어린 소년이었을 때 자신이 용의 힘을 사용하도록 용의 선택을 받았다며 쇼진 수도원에 왔다. 원로 수도승들은 이 재능 있는 아이에게서 용의 불꽃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으나, 동시에 아이의 무모한 자만심과 이로 불거질 재앙 또한 감지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조심스럽게 리 신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다른 제자들이 진보하는 동안 리 신에게는 접시를 닦고 바닥을 청소하는 일만 시켰다. 리 신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허드렛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완수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비밀 문서 보관소에 몰래 숨어든 리 신은 영혼 세계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서술해놓은 고대의 문서를 발견하고, 전투 수업 때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용의 분노를 봉인 해제시켰으나 그 결과 자신의 선생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수치심에 사로잡힌 리 신은 오만함을 이유로 수도원에서 추방 당한 후 속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수 년이 지났다. 리 신은 먼 지방까지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애로운 선행을 베풀었다. 마침내 그는 프렐요드에 다다랐는데, 그 곳에서 만나게 된 야생인 우디르는 프렐요드의 야수들과 교감을 하는 인물이었다. 소위 정령 주술사라고 불리는 그는 자신 속의 힘들을 제어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고, 이를 본 리 신은 용을 제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영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두 명은 막역한 관계가 되었고, 리 신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우디르를 초대했다. 리 신과 우디르는 그러나 녹서스 제국이 아이오니아를 침공해 점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 모든 지방의 수도승들은 높은 산 속에 있는 히라나 대수도원을 방어하기 위해 후퇴한 상태였다. 리 신과 우디르는 대수도원이 포위된 것을 발견했다. 녹서스 군은 이미 히라나의 대회랑까지 침입했다. 우디르가 싸움에 뛰어드는 동안 리 신은 주저하며 옛 스승과 동료들이 적의 칼날에 스러지는 것을 보았다. 히라나와 쇼진의 지혜, 유구한 아이오니아 문화의 너무나 많은 부분이 모두 사라질 위기였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리 신은 용의 영혼을 소환해냈다. 화염의 폭풍이 그를 삼키고 피부를 그을리며 시야를 불태웠다. 거센 힘으로 충만해진 그는 질풍처럼 빠른 주먹질과 발차기로 침입자들을 무력하게 했다. 그가 공격을 할 때마다 길들여지지 않는 영혼은 더 밝고 뜨거워졌다. 수도승들은 승리를 거두었으나, 리 신의 필사적인 공격 때문에 수도원은 폐허가 되었고 그의 시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눈이 먼 어둠 속에서 리 신은 필멸의 존재가 용의 힘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충격과 고뇌에 가득 찬 그는 시력을 잃은 눈을 천으로 싸매고 산길을 비틀거리며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살아 남은 원로 수도승들이 그를 멈춰 세웠다. 한 때 그들의 불명예였던 제자가 이제 힘을 얻기 위한 모든 갈망을 버리고 마침내 새로운 시작을 할 준비가 된 것이었다. 그들은 리 신이 예전에 보였던 오만함을 잊어버리진 않겠지만 그를 용서하겠노라고 제안했다. 용의 분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치명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지만, 겸손하고 자격이 있는 필멸의 영혼은 그 분노의 불 같은 성격을 저지하고 때로는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리 신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도승들과 함께 지내면서 수도원을 재건했다. 재건 작업이 끝나고 정령 주술사 우디르가 프렐요드로 돌아간 이후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온전히 수도에 정진했다. 녹서스와의 전쟁이 끝난 후 수 년 동안 리 신은 아이오니아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 명상했다. 아이오니아에 대한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나타날 적과 대면하기 위해 자신과 자신 속의 용의 영혼을 단련시켜야만 한다. 카르마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 카르마는 고대 아이오니아 영혼의 현신으로서 매 시대 아이오니아인들에게 영적인 등대 역할을 한다. 가장 최근의 환생은 다르하라는 12세 소녀의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북부 산악 지방에서 자라난 다르하는 고집이 세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항상 시골 마을을 벗어난 삶을 꿈꿨다. 그러나 다르하는 이따금씩 이상한 환영을 보는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환영은 기이했다. 마치 기억처럼 느껴졌으나 분명히 그녀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감추기가 쉬웠지만, 환영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다르하는 자신이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다르하가 치유의 오두막에 영원히 갇혀 지낼 운명으로 보였던 그 때, 일단의 승려들이 다르하가 사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이 떠나온 불변의 제단은 몇 달 전 성스러운 지도자 카르마가 세상을 떠난 곳이었다. 승려들은 카르마의 다음 환생이 이 마을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를 찾는 중이었다. 그들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련의 시험을 해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하릴없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려들이 치유의 오두막을 지나가고 있을 때, 다르하는 침상에서 뛰쳐나와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녀는 울면서 자신이 보는 환영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머릿속에서 울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들 때문에 승려들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승려들은 표징을 즉각 알아차렸다. 카르마였다. 소녀가 보는 환영은 새 그릇을 채우기 위해 밀려드는 전생들의 기억이었다. 그 순간 다르하의 인생은 영구히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고 승려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불변의 제단으로 향했다. 수 년 동안 승려들은 다르하에게 고대의 영혼과 연결되는 법을 가르쳤고, 그녀는 과거 각 시대의 지혜를 신봉하는 수 천 개의 다른 목소리 속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음을 알았다. 카르마는 언제나 평화와 조화를 주창했으며, 악한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대응하지 말 것을 명했다. 그러나 다르하는 자신이 카르마가 되었음에도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 철학은 녹서스가 아이오니아를 침공했을 때 시험대에 올랐다. 적의 부대가 내륙으로 전진하는 과정에 수천 명이 사망하게 되면서 카르마는 가혹한 전쟁의 실상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엄청난 파괴력으로 영혼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고, 이와 함께 어린 다르하는 성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쓰지 않을 거라면 이 힘에 무슨 의미가 있지? 카르마는 이 문제로 고뇌했다. 결국 그녀는 원칙을 굽히고 한 사람만 죽이기로 결심했다. 단, 그 대상은 적합한 사람이어야 했다. 녹서스 사령관의 군함 갑판에서 사령관을 마주한 카르마는 성스러운 분노를 발산했다. 그러나 그녀는 신중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치지 않고, 군함 전체와 승무원들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아이오니아인들은 이 표면상의 승리에 기뻐했지만, 카르마는 낯선 공허감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 속에 또렷하게 들리던 목소리들이 이제 잠잠해진 것이었다. 다르하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는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이오니아의 영적 균형을 깨뜨린 데 대한 속죄의 고행과 명상을 하기 위해 불변의 제단으로 돌아왔다. 살생은 언제나 저지르기 쉽지만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었다. 카르마는 이미 추종자들의 영혼과 함께 자신의 불멸의 영혼까지 더럽혔기에, 그 이상의 해를 가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녹서스와의 전쟁은 이제 끝났지만, 아이오니아에는 여전히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기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산재하며 이들은 심지어 이웃에 대해서도 그렇게 행동하고는 한다. 카르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을 보다 평화로운 해결책으로 이끌리라고 맹세했다. 그녀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때마다, 마음 속에서 사라졌던 목소리들이 돌아와 다시 불변의 지혜를 들려주었다. |















롭스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