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에요. 어제 숙소는 잘 들어가셨나요? 새벽까지 솔랭 뛰시던데, 잠은 푹 자고 계신가요?
어제 경기 1박 2일 경기였는데, 잘 쉬고 계신가요? 몸은 괜찮은가요?
오늘은 선수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어제 정말 멋졌어요. 열심히 라인전 하시고. 탑과 봇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시고.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기는 오랜만인 거 같았어요.
같이 경기 보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수준이 너무 높아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고 입을 모아 말했고요.

하지만 그런 멋진 경기를 치르고 난 뒤의 페이커 선수님은 너무나도 초조해 보이셨어요.
분명히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셨고,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셨는데도 말이죠.
게임이 끝난 뒤의 페이커 선수님은 엄청난 중압감에 못 이기고 있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런 표정을 지을 경기력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페이커 선수.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주변에서는 페이커 원맨팀이느니 뭐느니 하지만, 그게 아니란건 선수님이 제일 잘 알고 계시잖아요.
실수해도 괜찮아요. 그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에요. 실수 안하면 사람이 아니죠 뭐.
선수 주변에는 실수해도 충분히 메꿔줄 수 있을 만큼 멋진 선수들이 많잖아요.

페이커 선수가 무조건 캐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선수님 곁에는 갱 왔을때 한명을 잡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마린 선수랑
어려울때마다 커버 와서 풀어주는 든든한 벵기 선수랑
팽팽할때 봇에서 시원하게 솔킬 따내면서 분위기 바꾸는 뱅 선수랑
위급할 때 힐로 슈퍼세이브 해주는 울프 선수와 또 멀리서 랜턴 던져주는 피카부 선수
그리고 힘들 때 바톤터치해서 든든하게 1승 챙겨오는 이지훈 선수까지 있잖아요.

분명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있을 것이고, 내가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도 많이 하실 거란걸 알아요.
지금의 SK가 픽밴부터 작전까지 선수님께 너무나도 부담이 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일개 팬인 제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롤은 팀 게임이라는 걸요.
무거운 짐은 혼자서 들 수 없어요. 주위를 둘러보시면 그 짐을 기꺼이 나눠들어줄 든든한 팀원들이 있어요.
짐은 혼자 지는게 아니예요. 힘들 때는 짐을 조금만 더 들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다른 선수들이 힘들 때는 그 짐을 조금 더 들어주면 되잖아요.

또 직접 그 짐을 들어드릴 순 없지만, 팬들이 있어요.
비록 할 수 있는 건 언제나 이런 말로 된 응원들 뿐이지만 언제나 저는 이 자리에 있을거예요.
실수 가지고 뭐라고 하는 팬은 없어요. 그런것 가지고 정 떨어지는 팬도 절대 없고요.
결과가 어떻든간에, 계속 당신의 뒤에서,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게 되시는 그날까지 언제까지고 여기 이 자리에 서서 응원할거예요.

이제 설 연휴네요. 시골엔 내려가실건가요?
설날이라고 뭐 많이 집어먹다가 배탈나지 마시고, 친척분들한테 싸인 해주다가 팔 나가지 마시고, 건강하게 설 잘 쇠고 오세요.
다다음주 2라운드에서는 웃는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