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들이었다.

지난 2014 서머시즌, 나진 실드는 8강에서 KTA에게 3:2로 분패했다. KTA가 서머시즌의 우승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들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했겠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롤드컵 선발전 밑바닥에서 시작한 나진 실드는 파죽의 기세로 가로막는 모든 팀을 꺾고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연히 모든 해외팀을 가볍게 꺾을 거라 예상되었던 나진 실드는 뜻밖의 경기력으로 휘청거리다 결국 8강에서 참패했다. 나는 입술을 깨무는 당신의 모습을 차마 더 볼 수 없어 조용히 TV를 껐다.

모든 커뮤니티가 당신의 나진 실드를 비난했다. SKT가 나갔으면 이겼을 거다, 카카오가 나갔어야 했다, 등등, 온갖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그나마 팀에서 가장 분투했던 당신도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유병준 선수, 당신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밟은 롤드컵 무대였는데.





이번 시즌은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왕좌에 군림하던 삼성 형제팀이 사분오열한 뒤 나진은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 받았고, 실제로 프리시즌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며 스프링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즌이 많이 남아있는 이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도출해낼 수 있다.

주목 받던 받지 못하던, 언제나 팀의 에이스는 꿍 당신이었다. 당신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에 지난 1년 간 나진 실드는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

연습 부족, 여자친구 등의 이유로 당신이 부진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과도한 연습으로 초췌해진 모습을 보면 식사는 제대로 챙겨먹고 있는지, 휴식은 충분히 취하고 있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까.






지난 가을, 당신의 롤드컵이 끝났을 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지금에야 하려 한다.

부디 부담감을 떨치길 바란다.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게 되더라도 당신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메이크 업도 받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았던 그 모습을, 그런 당신을 두 손 모아 응원하는 팬들이 있으니까. 

세간의 평에 너무 마음 쓸 필요는 없다. 마음을 편안히 먹고 예전과 같이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여태껏 잘난 듯 말했지만, 팬으로서 이기적인 바람 하나를 남기는 것만은 용서해주길.

나는 나진 꿍, 유병준이 벚꽃길 끝에 놓인 스프링의 왕좌에 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