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방공무원 준비를 오래 했는데 올해 시험 떨어지고
반쯤 포기했어, 반쯤 포기는 했다지만 공부는 1년 더 해볼
생각이어서 딱 3개월만 노가다해서 돈 벌고 그걸로
공부하려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건설현장에 나갔거든

한 달쯤 되니까 반장님들이랑 좀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내 얘기도 하게 됐음
나는 4년제 대학에서 토목공학과를 전공하다가
소방공무원 준비 때문에 2학년까지만 마치고 학교를 나왔어

근데 이 얘기가 소장님한테까지 갔나봐
나보고 소방공무원 준비 접고 여기 취직해서 일 배워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 마침 나를 알바로 써주던 이 곳도
토목회사인데 시다바리 한 명이 필요했던 상황인 것 같아

토목공학과에 다녔더라도 자퇴생이면 비전공자랑
다를 게 없고, 기사는 고사하고 산업기사 자격증도 없지만
연봉을 4천쯤 책정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

와 나같은 놈이 연봉 4천? 싶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시작한 게 6월이었거든

한 달 지나니까 왜 돈을 많이 주는지 알겠더라
빨간날 기본 출근, 격주 토요일 출근에
기본 근무시간은 07시 출근 17시 퇴근인데
6월 한 달 동안 17시에 퇴근해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임

빨간날 출근, 격주 토요일 출근은 견딜 만한데
월화수목금토 6일 중에 월화수목금 5일을 야근하면서
빨라도 18시, 늦으면 20시 이렇게 퇴근하니까
사람이 미칠 것 같더라

사람들 성격이라도 안 좋으면 졷같다고 때려치우고 나가는데
진짜 사람이라도 좋아서 그나마 한 달도 버틴 것 같음
다들 뭐 있으면 챙겨주려고 하고, 일 못해서 혼나는 거 말곤
거의 싫은 소리도 안 하고 ㅈㄴ 잘해주긴 함

부장님은 토요일에 퇴근할 때 고생했다고 술 사 먹으라고
5만원짜리 한 장 주시는데 눈물 날 것 같더라
근데 또 이렇게 안 하면 사람이 다 도망가니까 잘해주나
싶은 생각도 들고 별별생각 다 들더라

요즘같은 시대에 돈 벌어먹고 사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도
맞고 나같은 놈을 써주는 곳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긴 해

근데 어쨌든 내 워라밸이 초전박살이 나버려서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가 엄청 고민이야

친구들도 위에 쓴 것처럼 이 시대에 취업한 것부터가
존나 감사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정도로 니가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것 같으면
더 발 들이기 전에 그만 두라는 친구들도 있고 그레

메벤러 직장인 형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언 좀 해주라

일 하다가 ㅈㄴ 더워 뒤질 거 같아서 화장실로 피신 왔다가
글 다 쓰고 다시 일하러 가야 돼 ㅅㅂ 조언 좀 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