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무가 어제 트위터에서 장문의 근황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APEX 시절부터 봐온 선수라 그런지 오버워치리그에서 예전만큼의 활약을 못 보여주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우울증에 빠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는데 그동안의 부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재도약을 위한 다짐이 인상적이어서 이렇게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즐감해주세요! 추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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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보다 더 긴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다 쓰고 보니 정신 이상자인 것 같아서 여기 그냥 끄적여볼게.

어쩌면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간략한" 이야기와 내가 배운 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2016
난 다른 것엔 관심도 없고 열망도 없는 그저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야. 다시 말해 존나 별 볼일 없는 놈이지만 게임 하나만큼은 존나게 잘하지.

운과 엄청난 열정이 결합해 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가 되고 모든 일은 순조롭게 풀리고 있어.

내 방송은 한두 달 정도 시청자 수가 대박이 나. 하지만 술 마시고 노는 게 아직은 더 재밌고 난 언제까지나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서 때려치고 말지.
그리고 이 실수는 평생 날 따라다니게 돼.

2016년 말쯤부터 내 몰락은 이미 진행 중이었어. 술만 퍼마시며 현실에 안주하게 되었지.


-2017
우리 팀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맞닥뜨린 문제들이 간접적으로 팀에 슬픔과 불확신을 가져다줬어.

정말 ㅈ같은 기분이야. 난 아직 게임을 존나 잘하긴 하지만 ㅈ같은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어. 메타는 다이브로 바뀌었고 난 절대 타협하고 싶지 않았어. 진짜 진짜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당시 메타를 극혐했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만 커져 갔어. 

되돌아보면 내가 더 연습했더라면 호그, 맥크리, 위도우를 들고도 다 박살내고 다녔을 수도 있고, 2016년에 그랬던 것처럼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해 다른 팀원들을 이끌며 팀원은로서도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습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메타에 타협했어야 됐어. 트레이서나 겐지를 다뤘어야 했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어. 오버워치는 이러이러한 게임이어야 한다는 내 좁은 시야에 그 둘은 맞지 않았거든. 다이브 메타가 얼마나 개 같은 메타냐고 어린아이처럼 찡찡거리고 있기 보다는 대세에 순응했어야 됐어.

지나고 나서 보니 이때 때려치는 게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 같아. 하지만 개발진이 의도하고 내놓은 것에 타협하는 것이 간발의 차로 차선책이고.
그냥 맥크리 원챔 스트리머나 될 걸 그랬나봐 ㅎㅎ


-2018
오버워치리그가 출범했고 내겐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야. 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난 꽤 많은 돈을 벌게 되지만 이내 다 잃고 빚에 빠져. (난 이 ㅈ같은 구렁텅이에서 거의 다 빠져나온 상태지만 ㅅㅂ 너희들은 욕심내지 말고 돈 관리 잘하길 바라. 나 같은 꼴 나지 말고)

이 긴 이야기를 떠올릴 때면 아직도 밤잠을 설치게 돼. 먼저 내가 꿈꾸던 집과 차,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사줄 수 있는 것들을 사고도 남을 양의 돈을 만지게 되면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어. 

한동안 고용 안정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어. 오버워치를 통해 내 삶의 길을 개척했지만 바보처럼 '모든 걸' 날리고 말았지.

이제 내 인생을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방법은 프로게이머로서 계속 활약하는 것밖엔 없어. 방송은 죽었고, 돈은 없고, 빚만 있을 뿐이야.

시즌1 막바지에 난 괜찮은 활약을 하고 시즌2 로스터에서 한 자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해.

자 이제 2019년으로 넘어가기 전에 2018년 핀란드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 내 역할은 브리기테였고 이상하게도 난 재미를 느꼈어. 브리기테가 재밌다는 게 아니라 웬만한 모든 상황에서 내가 콜을 했고 트레이서가 더 이상 메타가 아니었기에 팀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재미났던 거야. 

다루기 쉬운 영웅이었지만 적어도 난 적응을 했어. 2017년 이후로 처음으로 내가 아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어. 트레이서를 다루던 선수들은 나를 존나게 싫어했지만 난 그게 무지 좋았어.

우리는 블리즈컨을 준비하며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한국을 홈 관중 앞에서 거의 다 잡았다가 놓치면서 쓰라림을 겪기도 했지.

우리는 고츠를 상대로 다이브나 다른 ㅄ 같은 조합을 시도했는데 그건 우리가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핀란드인들이 그렇지 뭐 ㅎㅎ


-2019
시즌 2가 시작되고 난 내가 고츠에 대한 이해도와 브리기테를 다루고 오더를 하는 하는 부분에 있어 고츠를 ㅈㄴ 잘한다고 생각했어.

주전 라인업을 결정하기 위한 기간은 엄청 짧았어. 최대 이틀 간의 스크림 기회밖에 없었어.

주전 라인업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어. 끔찍한 악몽 같았어. 나는 벤치따리였지만 코칭 스태프의 비전을 믿었고 한동안은 그것을 양분 삼아 버텼어. 

스테이지1, 2 동안에는 내가 뛰었어도 비슷하게 하거나 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 어쩌면 반대로 똥만 싸질렀을 수도 있고, 누가 알아?

어찌됐든 벤치를 지키고 있는 건 내 입장에서는 미치도록 힘들었어. 난 플레이타임을 부여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고츠 메타에서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방법도 없었어, 경쟁전은 그냥 의미가 없었으니까.  

예정된 거나 다름없었던 메타의 변화를 대비해서 먼저 준비를 시작할 정도로만 영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하지만 당시 나는 증오, 질투, 그리고 다른 멍청한 감정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러지 못했어.

코치가 이런 걸 알려주거나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 수 있었을까 생각하냐고?
물론이지.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어. 시즌1 그리고 블리즈컨에서 워낙 똥을 싸고 다닌 탓에 그들은 내가 더 이상 탑티어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난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아무런 증거가 없었고 이건 코치들 탓이 아니었어. 내가 처음부터 내가 쥔 패를 적절하게 운영했다면 아마 아직도 주전으로 뛰고 있겠지.

남들이 나에 대해 지껄이는 걸 마음 속에 담아두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 능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 난 슬픔에 잠겼고 머릿속으론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계속해서 외쳐댔어. (너희들은 절대 그러지 마)

어찌됐든 난 몇 달 동안 연습을 관뒀어. 하루에 많으면 한두 판 정도. 전략 회의에는 깊게 관여를 했지만 그게 끝이었어. 난 너무 슬프고 우울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러다 갑자기 뉴욕전에 투입되었어, 그 명경기 기억 나? ㅅㅂ 첫 2-3세트는 완전 미친놈처럼 날뛰었지만 그동안 너무 연습을 안 한 탓에 나머지 세트에서는 똥만 싸다 끝났어.
난 드디어 스크림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쌓아올렸던 흔들림 없는 자신감은 더 이상 없었어. 휙! 간단히 말해 난 이제 겁쟁이에다 모든 걸 내 안에 담아두고 그것들이 암처럼 곪아터지게 놔둠으로써 예전의 내 자신을 죽여버린 거야.

시즌2에서 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채 끝이 났어. 모든 게 사라졌지. 내 지위 (이미 남아있는 것마저도.) 내 자아.

하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린 건 아니야. 적어도 난 희망이나 나 자신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다시 말해 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를 때려치지 않겠다는 거야. 내 자존심이 더 이상의 실패는 허락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어. 아직 빈 껍데기 같기는 하지만 한때 ㅈㄴ 날아다녔던 프로게이머와 엔터테이너로서의 조각들이 부분 부분 남아있기는 해. 그 조각들을 이용해 내 원래 폼을 되찾고, 동료들을 포함해 다른 선수들, 그리고 커뮤니티의 믿음을 회복할 거야. 

이쯤 되니 난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는 유형의 사람인 것 같아. 내가 실수로부터 배운 것들을 적재적소에 이용해 결정적인 순간에 과거와 같은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의할 거야.  

글이 전체적으로 엉망이고 마무리도 다소 급하게 짓는 건 알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새벽 3-4:30시 사이에 폰으로 쓰고 있다는 점 양해해 주길 바라. 

세 줄 요약을 하자면: 실수 하지 마 ㅎㅎ 아니면 적어도 처음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나 같은 놈이 되지 마. 난 오버워치를 접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일이 어떻게 풀릴지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거야.

추신. 전·현직 모든 엔비에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퓨얼, 우리 가족, 내 여친 제시카, 해스트로. 그리고 내게 무엇인가를 깨우쳐준 모두도.

읽어줘서 고마워.
-타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