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모리슨은 TV나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진짜 정말 아주 매우 싫어한다. 기계하고는 도저히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는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유가 뭐냐 하면...

*

" 모두들, 여기 봐봐요! 우리 토끼가 나오고 있어요! "

호들갑을 떨면서 외치는 레나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루시우와 윈스턴이였다.

" 와하우! 진짜잖아! 대박인 걸! "

" 평소에도 예쁜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화장을 하니 더욱 예쁘게 나오는군요! 역시 하나 양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 그치? 나도 엄청 놀랐다니까! 저런 외모를 가졌으면서 너무 아깝다구! 평소에도 화장을 하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 "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아멜리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들고 있던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 그 꼬맹이, 연예인이잖아? 그런데 TV에 나오는 게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평소에도 틈만 나면 대중 매체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

"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그 대중 매체랑은 차원이 다른 무대란 말이야~ 예매를 시작했다 하면 1초만에 매진! 암표는 무려 원래 티켓 값의 1000배! 그런데도 모두가 티켓을 못 구해서 그런 바가지 가격도 감수하면서까지 보고 싶어하는 바로 그 D.Va의 특별 콘서트 중계라구! 우리 꼬맹이가 자랑스럽지 않아?! "

" ... 대단한 인사 납셨어. "

레나에게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한 주제에 TV 속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하나의 모습을 보는 아멜리의 눈에는 흐뭇함이 담겨져있었다. 그 눈빛은 한 아이의 어머니가 곱게 성장한 딸을 바라보면서 지을 법한 눈빛이었기에 심장 박동마저 타인에 비해 현저하게 느린, 냉철함 그 자체의 저격수인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한 레나였다.

' 말해봐야 돌아오는 건 끔찍한 독설일테니까. '

" 오, 이런. 막내 아가씨의 공연인가? 어마어마한 규모로구만. "

언제 온 것인지 입에 담배를 문 맥크리가 루시우를 밀어내고 소파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 저런 규모도 다 주인공이 우리 토끼니까 가능한 거라구요? 봐요, 진짜 예쁘지 않아요?! "

" 확실히 그렇네. 뭐어, 내 눈에는 그저 귀여운 꼬마 아가씨일 뿐이지만 말이야. "

수많은 여자를 홀려본 경험이 있는 맥크리다운 한 마디였다. 잘난 듯이 거드름을 피우며 하는 그의 말에 태클을 건 것은 가브리엘이였다.

" 정작 진심으로 사귀고 싶은 상대한테는 말도 제대로 못 거는 쑥맥이면서 허세 부리기는. "

" ... 그러는 네 놈은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를 만난 적이 없지 않던가? 고자보다는 쑥맥이 낫지. "

리퍼의 거침없는 태클을 맥크리가 솜씨 좋게 받아치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의 머리를 향해 각자의 무기인 샷건과 리볼버를 겨누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경전은 앙겔라의 손에 순식간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 제가 분명히 기지 내에서는 싸우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가브리엘. "

" 이 건방진 놈이 나보고 고자라고 했단 말이다. "

" 나는 싸울 생각이 없었는데 저 빌어먹을 노땅이 시비를 걸어온 거라고. "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발을 빼보려던 그들에게 앙겔라는 환하게 웃어주며 심판을 내렸다.

" 그럼 두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거네요. 둘 다 당분간은 의무실에 얼씬도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당장 내일도 임무가 있는 그들에게 의무실 출입 금지령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절망하는 가브리엘과 맥크리를 무시하고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 앙겔라는 곱게 꾸미고 나온 하나를 보며 의외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 저렇게 과한 치장보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가는 편이 더 어울렸을텐데 아쉽네요. 하나의 미모가 쓸데없는 장식들에 의해 가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파리하. "

" 네? 아, 그게... 저... 저도 박사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

생전 화장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파리하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질문이였고, 파리하는 보기 드물게 당황하며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불쾌하지 않게 하는 모범적인 대답을 앙겔라에게 돌려주었다. 무뚝뚝하지만 배려심이 깊은 파리하다운 생각이였고, 그 생각은 거의 정답에 근접해있었다.

"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

아나가 앙겔라의 말에 태클을 걸기 전까지는.

" ... 그럼 부사령관님의 소견을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

" 물론이지. 저 아이는 평소에 너무 안 꾸미고 다녀. 그래서 언제나 늘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그런데 저런 특별한 무대에서까지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치장하지 않는다? 오, 맙소사.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

"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 과해요. 과유불급,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의 동양 속담도 있다고 하나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

"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말은 자신의 주제를 제대로 모르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는 바보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야. 앙겔라, 너는 지금 하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

" 그럴 리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도 부사령관님이 잘 알고 계실텐데요. 전 그저 하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

" 그럼 더욱 더 그런 말을 해선 안 되지. 하나도 치장에 동의했기 때문에 저 모습으로 무대에 섰을텐데, 자네가 그런 말을 해버리면 하나의 생각을 부정하는 꼴이 되버리는 것이잖나. "

아나의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기에 앙겔라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궁리했고,

" 그럼 제3자에게 물어보도록 해요. 파리하? "

" ㄴ... 네?! "

" 당신의 생각은... 어떻죠?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그저 조금 전에 했던 대답을 다시 한 번 말하면 돼요. "

" 우리 딸은 착한 딸이니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파리하. "

" 그... 그게... 저는... "

한 사람은 연인, 한 사람은 어머니.

두 여인이 보내는 무시무시한 압박에 파리하는 진땀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 우리 토끼는 노래도 잘해~ "

" 같이 음반 작업을 해도 되겠는 걸? 벌써부터 두근두근하다구! "

" 조명 상태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군요. 의도한 연출이라면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저라면 조금 더 밝게 조명을 비추었을 겁니다. "

" 저... 저기...?! "

자신을 외면하고 다시 TV로 눈을 돌린 그들을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결국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파리하가 선택한 것은,

" 파리하! 어딜 도망가는 건가요! 어서 대답해주세요! "

" 엄마는 널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어! "

" 죄송합니다!!! "

" ...... "

도주하는 파리하와 그 뒤를 쫓는 앙겔라와 아나의 추격전이 시작된 이후의 어색한 침묵을 가장 먼저 깬 것은 레나였다.

" 어라?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들은? "

" 아침에 급하게 나가는 걸 보긴 봤는데, 아직 안 돌아오셨나? "

" 오늘은 임무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바로 그 때, 카메라가 관객들을 클로즈 업을 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잡힌 두 노인의 모습은 굉장히 낯이 익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 ... 에에에엑?! "

" 토르비욘이랑 라인하르트잖아! 대체 어떻게?! "

" 그건 제가 나중에 알아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부끄럽네요. 저 두 사람. "

하나의 코드 네임인 D.Va를 연호하며 열광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였다.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빨리 카메라가 다른 사람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희망한 두 사람과 한 고릴라였다.

다행히도 카메라는 다시 하나의 모습을 잡아주었다.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난 후의 썩어버린 안구가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며 하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던 레나의 머릿속에 문득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 ... 그런데 사령관님은? "

*

" ... 여기는 알파. 이상 없음. "

알겠다는 대답을 들은 후, 무전을 끊으며 소총을 고쳐잡은 잭은 고개를 돌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저 철이 덜 든 어린 아이, 관리가 필요한 부하 요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틀렸었던 것 같다. 커다란 무대에 혼자 서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될텐데, 저 많은 관객들이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긴장감을 넘어서 중압감마저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의 떠는 기색도 없이 완벽하게 ' 아이돌 ' 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하나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어 다른 요원들에겐 알리지 않고 무대 순찰 임무에 자원했건만, 역시 나이를 먹고 나면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 하나는 오버워치의 핵심 요원 중의 한 사람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 스타, 그런 그녀를 노리는 마수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 하, 고작 딴따라 주제에... 이 몸께서 그 잘난 콧대를 꺾어주지. "

바로 이렇게 말이다. 스태프 리스트에는 없었던 얼굴에 누가 들어도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대사,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작은 나이프.

나이프를 들고 있는 손을 조준하고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잭과 남성의 사이에는 무대의 기둥과 같은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전술 조준경까지 발동한 분노의 조준이 빗나갈 리는 만무했다.

" 악! 뭐야! "

소총에 들어있던 것은 실탄이 아닌 진압용 고무탄, 잭에게 있어서는 애들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무기였지만 일반인은 조금 얘기가 다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남성은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고무탄에 맞은 손을 움켜쥐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 어떤 자식이야! 당장 나와! "

" 그게 유언인가? "

" 힉?! "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뺄 틈도 없었다. 멱살을 잡히고 나서 그대로 업어치기로 이어지는 정석 콤보에 남성은 입에 거품을 문 채로 기절해버렸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잭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바이저를 벗었다. 그리고 골치 아프게 됐군, 이라고 중얼거리자마자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제가 분명히 말했을텐데요. 임무에 참가시켜주는 대신에 단독 행동은 금지한다고. "

" ... 시메트라. "

" 약속을 어겼으니 대가를 치루셔야겠죠? 솔저 76의 정체가 오버워치의 사령관이였던 잭 모리슨이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세상이 꽤나 떠들썩해질 걸요? "

" ...... "

잭은 시메트라를 노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메트라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잭에게 다가가 그의 턱을 손으로 살짝 밀어올렸다.

" 정말 농담이 통하지 않는 분이네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

" ... 하고 싶은 말이 뭐지. "

" 간단해요. 하나 양을 저희 회사 홍보 모델로 쓰고 싶은데 협조해주세요. 당사자인 하나 양 본인은 별 다른 거부감이 없어보이는데 제3자인 그 쪽의 DJ가 너무 심하게 반대를 하네요. "

"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군. 루시우는 내가 설득해보겠다. "

" 고마워요. 역시 말이 통하시는 분이네요. "

" ... 그럼 이만 위치로 돌아가지. "

다시 바이저를 착용하고 등을 돌린 잭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시메트라가 그를 불러세웠다. 다시 몸을 시메트라에게로 향한 잭에게 그녀는 리모컨을 던졌다.

" 받으세요. "

" 처음 보는 물건이로군. "

" 임무를 수행하실 때 도움이 되실 거에요. "

" ... 고맙군. "

" 시험 삼아 사용해보시겠어요? 신제품인지라 저도 그 성능을 눈으로 확인해보진 못했거든요. "

시메트라의 권유에 잠시 고민하던 잭은 하나가 무대 밑으로 내려가고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렀다.

"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

시메트라는 어디론가 사라진 잭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조금 도가 지나친 장난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먼저 약속을 어긴 건 당신이니까, 용서해주실 거라 믿어요. 잭 모리슨.

그리고 시메트라의 마지막 대사를 듣지 못한 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펼쳐진 것에 아까보다도 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아저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

안 그래도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자신에게 달라붙어오는 하나의 모습, 평소였다면 웃으면서 받아주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 ... 하나. 옷은... "

" 다음 무대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하는 무대거든요. 그래서 스태프 언니가 옷 가지고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어요. "

" ... 그렇구나. "

어떻게든 대답은 했지만 차마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는 없었다. 애초에 갑자기 대기실에 난입해온 자신의 잘못이 더 크지만, 멀쩡히 의자에 걸려있는 가운 냅두고 달랑 코르셋에 스타킹만 입고 있는 하나의 부주의함에도 책임이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지라 대처법을 전혀 알 수가 없어서 머릿속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자꾸 부채질을 하는 토끼가 있었다.

" 아저씨, 저 오늘 어땠어요? 치장이 조금 과한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예뻤죠? "

순진함을 넘어서 순수함까지 느껴지는 표정이 대답을 요구해온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자신을 자극해오는 하나의, 이런 젠장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 미안하지만 임무가 있어서. 이만 실례하지. "

" 에? 하... 하지만... "

하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밀어낸 잭이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몸을 밀어내자 눈에 띄게 어두워진 표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쓸데없는 오해도, 쓸데없는 감정도 생겨서는 안 되니까.

그러나 잭은 대기실을 나서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잡아채 휙 돌린 후에 목에 팔를 감고 까치발을 들어 입을 맞춰오는 당돌한 토끼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랄 뿐.

입맞춤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한 여름밤의 꿈처럼 짧게 느껴졌다. 하지만 입술을 뗀 이후의 어색함은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영원의 시간과도 같은 느낌이였다.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만을 응시하던 두 사람 중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던 하나였다.

" ... 죄송해요. 하지만... 아저씨 잘못인 걸요. 제가 왜 토끼를 마스코트로 쓰는지 아세요? "

" ... 아니, 모른다. "

" 토끼는 겉으로는 활발하고 명랑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만 외로움을 타도 병이 생기고 죽어가는, 겉과 속이 다른 동물... 저도 같아요. "

" ...... "

" 아저씨가 주위의 시선에 제가 상처를 받을까봐 하시는 행동들, 그리고 아직 어린 저를 배려해주려고 행동들이 고마우면서도 너무 미웠어요. 나는 괜찮은데, 나도 이제 다 컸는데, 아저씨는 계속 저를 어린 아이로만 보고 있으니까... "

마구 뒤섞인 채로 격앙된 감정들을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하나, 그리고 그 작고 여린 몸을 조용히 품 안에 넣고 토끼를 달래듯 등을 쓰다듬어주는 잭의 두통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 시메트라, 당신에겐 제대로 한 방 먹었군. '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삼킨 잭은 대기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 와우,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

" ... 솜브라, 이건 말이다... "

" 설명할 필요 없어. 대충은 알 것 같으니까. 자, 그럼... 거래를 시작해볼까? "

*

"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다시 봐도 명장면이야! "

"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니, 역시 사령관님은 다르십니다! "

칭찬 아닌 칭찬을 하는 레나와 윈스턴,

" 사령관님, 음반 한 번 내보시지 않겠어요? "

" 다음엔 제가 미팅을 주선해드리죠.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루시우와 맥크리,

" ...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군. "

" 오버워치도 갈 데까지 간 모양이야. "

안 그래도 아픈 마음에 말뚝을 박는 가브리엘와 아멜리,

" 그래도 멋있었어요, 잭. "

"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령관님. "

위로인지, 아니면 조롱인지 알 수 없는 앙겔라의 말에 동조하는 파리하,

" 어떻게 자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

" 배신이다, 배신! "

각자의 망치를 높게 들어올리면서 항의를 해오는 라인하르트와 토르비욘까지.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잭이 처한 상황이였다. 그 이유는 바로,

" - 이번 D.Va 양의 콘서트에는 그녀가 소속된 기관, 오버워치의 솔저 76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여 큰 화제가 된 가운데... "

솜브라와의 거래,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해줄테니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라는 그녀의 말에 잭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에 올라 하나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여자 아이돌이 부르는 사랑 노래를, 수많은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무대 위에서 부르게 될 줄이야. 다 늙어가지고 무슨 주책이냐는 아나의 독설에도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회가 되진 않았다. 인생 최고로 부끄러웠던데다가 요원들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 아저씨 괴롭히지 마요! 이 악당들! "

" ... 하나. "

" 어서 가요! 하여튼 다들 너무하다니까! "

하나에게 좋은 추억이 됐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신의 손을 이끌고 본인의 방으로 향하는 하나의 씩씩거리는 뒷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 잭은 하나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려 목마를 태웠다.

" 아... 아저씨?! "

지금은 아직 너의 말에 대답할 준비가 안 되었지만,

" 꽉 잡아라. "

" 어... 으아아아아아?! 너무 빨라요!!! 아저씨!!! 스톱!!! "

그 때가 올 때까지, 내가 너의 미소를 지켜주마.

' Dear My D.V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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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게시판 혼동으로 인한 문제는 없는 것 같더군요. 저번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추천을 눌러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이번에는 솔져와 디바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남사스럽지는 않나 걱정이 들지만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평안한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