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시

 [예전에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어.]

 그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그 한 마디는, 딱딱한 가시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찌르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마리 부사령관은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녀는 그와 알고 지낸 지가 앙겔라 박사의 갑절은 넘을 테니까. 하지만 앙겔라 박사는 여전히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건 좀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앙겔라 박사는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그녀의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전쟁이었기에, 앙겔라 박사 본인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 레예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무뚝뚝하다는 것, 의외로 다정하다는 것, 그리고 블랙워치의 대장이라는 것 정도가 앙겔라가 그에 대해 아는 것 전부였다. 

 ‘혹시 내게 마음이 있는 건가? 그래서 나를 놔두고 죽기 싫…….’
 “꺄아악!”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앙겔라 박사는 얼른 생각의 고리를 끊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세상에 자의식 과잉도 정도가 있었다. 머릿속이 꽃밭으로 차있는 10대도 아니고 무슨 상상을 해도 그런……. 그녀는 한참이나 베개에 얼굴을 묻고 비명을 질러야 했다. 착각도 유분수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말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착각’ 덕에 얼추 정답에 근접하고서도 제 발로 물러나버렸다. 

 “꺄아…콜록, 콜록! 아으, 나 죽네…….”

 그녀는 비명을 지를 때보다 더 심하게 기침을 하고선 축 늘어졌다. 물이라도 먹었으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침대 옆 탁자에 한 잔 떠놨던 물은 다 마신지 오래였다. 물 생각이 간절했으나 몸을 움직이자니 너무 무겁고 뜨거웠다. 마치 커다란 그릴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은 뜨거운 바다 위를 표류하는 뗏목처럼 엉망진창이었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쓸데없이 레예스의 생각을 한 것도, 분명 그 때문일 터였다. 그녀는 다시 축 늘어졌다. 땀에 절은 잠옷이 끈적여서 기분이 나빴다.

 “콜록…….”

 할로윈 파티가 끝나고 나흘 뒤.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잡담

0. 오랜만입니다! 

1. 심각한 내용으로 가면 골치 아플 것 같아, 그냥 예정대로 감기 에피소드 쓰려고 합니다.

2. 뭐 해보려다 결국 원점으로 왔네요.

3. 그렇다고 몇달 간 고민한 건 아니고...그냥 게을러서 그렇습니다.

4. 다음 거 바로 쓰고 있으니 다음편은 아마 이번주 내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5.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