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벽노-작령

수십 년 뒤 이융기의 손자 당덕종 이적이 중태에 빠졌을 때 국사 이필의 유서를 풀어놓았다.
이필은 "파괴하라." 고 유서를 남겼다.
덕종이 이적의 말을 안 것이 바로 공작령이었다.
덕종은 이융기와 이형, 임종 직전 자신과 마찬가지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꿈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종도 그들이 대대로 앓아온 두통이 운석이 만든 공작령과 관계된 것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덕종은 공작령을 벗겼다.
그때만 해도 공작령이란 이름은 없었다. 이당제왕은 그 것을 벽노라고 불렀다.
소위 말하는 운석은 사실 철보다 상석이 많다.
벽노를 만든 것은 덕종이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금속으로, 매우 단단하여, 가장 단단할 때의 얼음보다 더 단단하다. 가장 추웠던 눈보다 더 차가웠다. 완전히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만져보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맥박이 살짝 뛰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어디선가 반사돼 옅은 금빛을 띠었다.

이필은 생전에 "곤륜노는 이미 끊기게 되었으니, 신하가 더 이상 서북의 주석에 다가가 화살을 만들 수 없다. 대체된 작은 화살은 중원 부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중원의 화살깃으로써는 벽노가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지만, 시전자도 죽지 않을 것이니, 폐하께서는 안심하고 살기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언젠가 서북의 주석으로 벽노의 화살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만 벽노가 깨어나 벽노의 진정한 영혼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필은 고개를 들어 제왕의 미간을 한 번 보았다.
그 이면에는 선조와 비슷한 집착과 오만함이 있다.
"그때 신하가 혼백이 되어 돌아와서 나의 대당성세를 만년, 만만년 나를 보호해 주리라."
그는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우리와 적을 모조리 죽일 수 있는, 일종의 병기? 천벌인가?" 세자 시절 젊은 덕종은 운석과 관련된 것들이 궁금했지만 미운털이 박혔다. "선생님, 제가 즉위하면 그 취지를 훼손하겠습니다."

그러나 덕종은 막상 제왕의 자리에 앉자 부랴부랴 마음을 바꿨다.
너는 제왕이 아니구나, 제왕이 되고 싶다. 당신은 제왕입니다. 임금의 봉우리에 서면 다른 것을 원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답이 나온다.
그는 시종 이 미궁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반복해서 그 금속을 쓰다듬으며, 머리에는 묘하게 터진 통증이 떠올랐고, 그 통증 속에서 대답은 곧 나오려고 하였다. 다음 순간 덕종의 마음은 극명했지만 눈앞은 3만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다음 순간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눈이 멀었다.

죽음이 임박하다.
"선태자."

덕종은 죽기 전에 실명했다. 그는 이필의 유서를 불태워 벽노를 아들에게 전했고, 당 순종 이송이 되었다.
"환관이 나라에 화를 입히고 있고, 울타리를 넘어 증거를 베고 있다. 이 두 가지 환난을 없애려면 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할 텐데..."
덕종 서서는 태자에게 이런 억지스러운 이유를 알려준다.
순종은 듣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손에 쥐여준 푸른색 벽노, 즉 촉감을 노려보았는데, 가장 단단한 얼음보다 더 단단하고, 가장 차가운 눈보다 더 차가웠다.
그러나 그 얼음 사이로 무언가가 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한 자루 살아있는 벽노 같다.
다가오는 모든 생물에 "가서 더 좋은 화살깃을 찾아라"고 했다.
-범삼백 년.